포항서 진정한 ‘영웅’ 만나다
  • 이경관기자
포항서 진정한 ‘영웅’ 만나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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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단 출범 기념 뮤지컬 18~19일 3회 공연 ‘매진행렬’
   
   
   
▲ 위에서부터 ‘영웅’을 관람하기 위해 포항문예회관 대공연장을 찾은 관람객들, 이인술 애국지사와 이강덕 시장, 배우 안재욱이 기념촬영 모습, ‘영웅’ 중 한 장면.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나는 대한제국 의병 참모중장으로서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이유를 밝히고 싶소”(뮤지컬 ‘영웅’ 중 ‘안중근’의 대사)
 영웅이 그리워지는 시대 진정한 영웅을 포항에서 만났다.
 (재)포항문화재단은 재단 출범을 기념해 지난 18~19일까지 3회에 걸쳐 창작뮤지컬 ‘영웅’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했다.
 뜨거웠던 공연 현장을 직접 찾아봤다.
 지난 18일 오후 2시20분 포항문화예술회관은 뮤지컬 ‘영웅’의 포항공연 첫 회를 보기 위해 찾은 시민들로 붐볐다.
 시민들은 사전 예매한 티켓을 티켓박스에서 찾고 문예회관 곳곳에 비치된 영웅 현수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저마다 관람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뮤지컬을 보기 위해 찾은 1000여명의 관객들은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일 년을 노래한 뮤지컬 ‘영웅’에 대한 기대와 함께 ‘안중근’역을 맡은 배우 안재욱과 ‘설희’역을 맡은 배우 박정아에 대한 기대로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날 공연에는 이강덕 포항시장, 문명호 포항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배용일 문화원장 등이 참석해 문화재단 출범 기념 공연이라는 의미를 더욱 깊게 했다.
 3시 공연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뮤지컬 ‘영웅’은 11인의 독립투사가 러시아 연주의 자작나무 숲 앞에서 조국에 한 손가락을 바치며 결의를 다지는 단지동맹 장면으로 시작됐다.
 무대 위 배우 안재욱은 안재욱 자신이 아닌, 안중근으로 분해있었다.
 “내 조국의 하늘아래서 살아갈 그날을 위해 수 많은 동지들이 타국의 태양안에 싸우다 자작나무 숲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들의 간절했던 영혼이 하늘을 감동시킬수 있도록 뜨거운 조국애와 간절함을 담아 저 안중근은 이 한손가락을 조국에 바치겠습니다”(뮤지컬 ‘영웅’ 넘버 중 ‘단지동맹’ 일부)
 안중근 의사는 1909년 당시 11명의 동지들과 단지회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하고 왼손 무명지를 잘라 그 피로 태극기에 ‘대한독립’이라는 글자를 쓰고 ‘대한독립 만세’를 세 번 외치며 조국독립을 맹세했다.
 이어 한성의 경복궁으로 장면이 전환됐다.
 명성황후 시해 당시 어린 궁녀로 그 참상을 목격해야 했던 ‘설희’는 김내관에게 독립운동에 투신할 뜻을 밝힌다.
 설희는 일본으로 가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기로 하고 안중근은 다시 러시아로 떠난다.
 안중근은 자신의 오랜 친구인 ‘왕웨이’와 그의 여동생인 ‘링링’ 등과 함께 대한제국의 독립을 위한 투쟁에 나선다.
 “꼭 거사에 성공해서 수많은 투사들과 오빠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주세요”(뮤지컬 ‘영웅’ 중 ‘링링’의 대사)
 일본군은 지속적으로 안중근을 추격하고 왕웨이와 링링은 그를 지키다 죽음을 맞는다.
 독립군과 일본군의 쫓고 쫓기는 추격 장면도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특히 일본군의 추격 장면은 블랙과 레드의 조명이 조화를 이루며 극적 긴장감을 조성했다.
 십자가 밑에서 ‘장부가’를 부르며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 장면은 대의를 위한 희생과 인간적 고뇌 사이에서 외적 내적 갈등을 동시에 겪는 안중근의 모습도 관객들의 마음을 울컥이게 했다.
 안중근의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환영처럼 등장하는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도 극 속에 진한 감정선을 불어넣었다.

 조마리아 여사의 절절한 심경이 담긴 ‘내 사랑하는 아들, 도마’가 무대 위 울려퍼지자 객석 곳곳에서 울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일본으로 가 게이샤가 된 설희는 마침내 조선 초대통감직을 마치고 도쿄로 돌아온 ‘이토 히로부미’의 눈에 들게 된다.
 일본 정계의 막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토에게 외무대신은 만주 하얼빈으로 가 러시아의 외무장관과 회담을 벌일 것을 칭한다.
 이토는 대륙진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만주로 떠나고 그 곁에서 ‘나미다’라는 이름을 가진 게이샤 설희가 있었다.
 설희로 부터 이토의 만주행을 들은 안중근과 동지들을 이토를 죽일 것을 다짐한다.
 설희는 기차에서 자고 있는 이토를 죽이려다 실패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설희 역을 맡은 배우 박정아는 가수 출신답게 화려한 노래 솜씨를 자랑했다.
 안중근은 권총과 7발의 총알을 장전한 후 하얼빈 역으로 출발한다.
 안중근은 그곳에서 이토를 저격한 후 일본으로 수감된다.
 재판장에서 안중근은 자신이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중장으로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할 수밖에 없었던 열다섯 가지 이유를 강력하게 주장하지만 그럼에도 사형을 선고 받는다.
 이 장면에서 뮤지컬 ‘영웅’의 히트 넘버인 ‘누가 죄인인가’가 무대 위 가득 울려퍼졌다.
 “대한의 국모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대한의 황제를 폭력으로 폐위시킨 죄. 을사늑약과 정미늑약을 강제로 체결케 한 죄. 무고한 대한의 사람들을 대량 학살한 죄. 조선의 토지와 광산과 산림을 빼앗은 죄.(…)대한제국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원한다며 세계에 뻔뻔스런 거짓말을 퍼뜨리며 세계인을 농락한 죄. 현재 대한이 태평 무사한 것처럼 천황을 속이고 밖으로는 세계 사람들을 모두 속인 죄. 동양의 평화를 철저히 파괴한 천인공노의 죄 때문이다”(뮤지컬 ‘영웅’ 넘버 중 ‘누가 죄인인가’ 일부)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이 어머니가 손수 지어준 수의를 입고 죽음을 맞는 장면으로 끝났다.
 죽음을 앞두고도 동양평화를 꿈꿨던 안중근.
 관객들은 안중근의 생을 되살렸던 뮤지컬 ‘영웅’ 배우들과 스테프를 향해 뜨거운 환호와 박수로 이날의 감동을 전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이민정(36) 씨는 “뮤지컬 ‘영웅’을 이렇게 포항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며 “영웅이 그리워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진정한 영웅을 만난 기쁨과 함께 현 시대에도 이런 영웅이 탄생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 김선영(29) 씨는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며 “포항문화재단 출범을 기념한 공연이라 들었다. 앞으로도 포항에 많은 좋은 공연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현 세대가 이 번영을 누릴 수 있기까지 조국 선열들의 애국과 희생정신을 잊지 말고 새기며 각자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며 “포항시가 문화재단을 통해 문화의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공연이 끝난 뒤 무대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펼쳐져 관객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포항시는 이날 공연에 시에서는 유일하게 생존하고 있는 항일애국지사 이인술을 초청했다.
 공연 후 안중근 역을 열연한 안재욱이 이인술 항일애국지사를 소개하고 직접 꽃다발을 전달했다.
 안재욱은 “살아있는 영웅을 소개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진정한 영웅. 이인술 애국지사는 일본 유학 중 항일활동으로 체포돼 옥고를 치르시다가 8.15 해방으로 출옥했다”고 관객에게 소개했다.
 관객들은 무대 속 ‘안중근’과 생존하는 항일애국지사를 벅찬 감격으로 바라보며 큰 박수와 눈물로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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