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현실속 우리네 소소한 이야기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 이경관기자
힘든 현실속 우리네 소소한 이야기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7.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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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원북원포항 도서 선정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독서할 때 당신은 항상 가장 좋은 친구와 함께 있다”는 말이 있다.
 포항시는 한 권의 책을 통해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책 읽는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2006년부터 ‘원북원 포항’이라는 시민 독서운동을 펼치고 있다.
 2017 원북원포항은 원북원포항선정위원회에서 선정한 최종 후보도서 4권을 대상으로 시민투표를 진행해 이기호 작가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로 선정됐다.
 올 한해 포항을 대표하는 이 책을 미리 살펴보고 이기호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 이기호가 전하는 아무렇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이기호 작가의 작품에 대해 “2000년대 문학이 선사하는 여러 유쾌함들 중에서도 가장 개념 있는 유쾌함 중의 하나”라고 평했다.
 이기호는 1999년 등단 이후 삶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우직하게 전하는 이야기꾼으로 살아왔다.
 이기호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단편소설보다 짧은 소설 40편을 묶은 소설집으로 어디서나 펼쳐 읽기에 부담이 없다.
 이 작가 특유의 압축적이고 밀도 있는 글쓰기에 재미와 묵직한 통찰이 더해져 맛을 더한다.
 이 책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전전긍긍하는 우여곡절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이 담겨있다.
 그는 그들의 삶을 특유의 비애와 익살로 되살려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는 이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이야기한다.
 “나도 눈높이를 좀 낮추고 취업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찌된 게 이놈의 나라는 한번 눈높이를 낮추면 영원히 그 눈높이에 맞춰 살아야만 했다. 그게 먼저 졸업한 선배들의 가르침이었다. 내 땀과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의 땀의 무게가 다른 나라. 설령 눈높이를 낮춰 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월급에서 학자금 융자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나라…….”(26쪽 ‘낮은 곳으로 임하라’ 중)
 소설 ‘낮은 곳으로 임하라’는 취업에 좌절하는 이 시대 청춘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대학 졸업 후 계속되는 취업 낙방으로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변해가는 ‘나’는 친구의 꼬드김으로 친구 ‘준수’의 고향을 찾는다.
 바람이나 쐬고오자던 준수의 말을 믿은 ‘나’는 식사자리에서 ‘준수’의 속셈을 알게된다.
 ‘준수’는 부모님에게 창업자금을 부탁하려 했던 것.
 준수의 부모님은 준수에게 “취직이나 하라”며 핀잔을 주고 그 자리에서 ‘나’는 졸지에 ‘하루종일 도서관에 앉아 있지만 취직 못해서 이러고 있는’ 애가 된다.
 ‘나’는 준수에게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지만 일당을 받고 준수네 배추 출하 일을 돕기로 한다.
 “사람한테 일 년이 강아지한텐 칠 년이라고 하더라. 봉순이는 칠 년도 넘게 아픈 몸으로 내 옆을 지켜준 거야. 내 양말을 제 몸으로 데워주면서”(83쪽 ‘우리에겐 일 년 누군가에겐 칠 년’ 중)
 소설 ‘우리에겐 일 년 누군가에겐 칠 년’은 현대인들의 외로움을 그리고 있다.
 일에 지친채 퇴근한 ‘나’는 어머니로부터 죽은 강아지를 선산에 묻고 싶다는 연락을 받는다.
 ‘나’는 어머니에게 강아지 봉순이가 각별하다는 것을 알기에 피곤함을 참고 어머니가 계신 부천으로 가 어머니를 모시고 선산이 있는 남양주로 떠난다.
 봉순이는 세상을 갑작스레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에게 친구가 돼 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가 직분양 받아 어머니에게 선물했던 것.

 ‘나’는 자신을 대신해 어머니를 위로해주고 지켜줬던 봉순이의 마지막을 위해 묵묵히 삽질을 이어간다.
 “우리는 너나없이 고통 속에서 태어난 존재들이란다. 아아아아. 그는 비명을 지르며 아이에게 속엣말을 했다. 고통 다음에야 비로소 가족의 이름을 부여받는 거야. 아아아아. 그래서 가족이란 단어는 들으면 눈물부터 나오는 거란다.”(171쪽 ‘아아아아’ 중)
 소설 ‘아아아아’는 ‘아이’와 아이의 아버지인 ‘그’가 분만하러 들어간 엄마를 기다리며 비명을 들을 때마다 함께 비명을 지르는 이야기다.
 인간이 태어나기까지 그 지난한 과정을 웃음과 눈물을 교차시키며 보여준다.
 이기호는 40편의 짧은소설 속에서 우리네 사람들이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기 위해 또 이만하면 괜찮기 위해 살아가는 삶의 한 장면을 눈물과 웃음으로 담아낸다.
 소설 속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평범한 존재들로 그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솔직하고 정직하게 살아간다.
 이 작가는 그 삶을 찬양하며 그들의 웃기고도 슬픈 하루하루에 위로를 전한다.
 책 사이사이 더해진 박선경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도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이 책이 한국문학의 ‘마중물’ 같은 작품이 되길”

▲ 이기호 작가

 -2017 원북원포항 도서로 선정된 소감은.
 올해 포항을 대표하는 책으로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가 선정돼 영광이다. 포항은 예전에 강의로 한 번 찾았던 적이 있다. 오랜만에 포항으로부터 따뜻한 편지 한 통이 도착한 느낌이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 쓰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는 어떤 책인가.
 일간 신문에 연재한 짧은 소설 중 40편을 모아 출간한 책이다. 이웃들의 소소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스케치하듯 쓴 작품이다.”

 - 포항시민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을 받았으면 하는지.
 한국문학 특히 소설을 어렵다고 느끼는 독자들이 많다. 나는 이들에게 꼭 소설이 어렵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독자들이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속 소설이 꼭 자신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
 이 책을 통해 더 좋은 작품을 읽을 수 있기를, 이 책이 한국 문학의 마중물 같은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
 책과 멀어졌던 독자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책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대한 생각은.
 책을 읽지 않는 시대는 독자들이 책을 읽지 않기 때문도 아니고 또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쓰지 않아서도 아니다. 독자들이 책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는 팍팍한 현실과 사회의 모순이 문제다. 원북원포항은 그런 의미에서 현 사회에 꼭 필요한 독서운동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포항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9월 작가와의 대화를 위해 포항을 찾는다. 그 때까지 포항시민 모두가 아무렇지 않은 삶을 살고 계시기를.
 그리고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뿐 아니라 한국문단의 많은 좋은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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