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간적인 의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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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적인 의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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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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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구 포항의료나눔봉사단장

[경북도민일보]  우리나라에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발병위험이 되는 원인을 제거하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질병 발생과 조기 사망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비용과 효과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초기에 질병의 위험요인을 관리해 주는 일이다.
 가령 폐암 원인의 90%는 흡연이다. 생활습관에서 애초부터 흡연하지 않도록 잘 교육하면, 그 효과는 폐암으로 인한 조기 사망과 치료 비용을 상당수 줄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명한 이치가 잘 안 통하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의학 분야이기도 하다.
 서울에서는 병원들이 대형빌딩을 짓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민들은 거대한 병원 빌딩에 수많이 세분화된 전문과목을 보지만, 어떤 진료과목을 선택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한다.
 서민들은 질병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하며 더 이상 일하기 힘든 중증상태에서 병원을 찾게 되지만, 이미 시기가 늦었다거나 엄청난 비용에 놀라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잦다.
 통상 의료를 시장에 맡긴다고 하면 환자들의 질병이 중증 상태로 가야 치료비가 많이 나오기에 의사들은 질병 예방과 경증 질환에 대한 관심이 적으며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보험 적용 의료기술에 관심을 보이기 마련이다. 의료서비스의 이런 특성상 의료를 시장에 그대로 맡겨 자유시장 원리를 적용할 경우 의료비용은 상승하며 의료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은 의료시장에서 배제될 위험이 높다.
 의료 분야는 사회에서 담당하는 기능으로 보아 공익성을 가져야 할 분야이지만, 의료기관은 수익성을 쫓아가기에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을 보여 시장의 실패를 경험하게 되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또한 사회 구성원의 가장 긴요한 정보를 다루면서도 시민들의 접근이 제약되고, 전문가들에 의한 지식 독점이 가장 심각한 영역이기도 하다.영리병원이 허용될 경우 이러한 의료계에서의 왜곡현상은 더욱 더 심각해 질 것으로 여겨진다.
 일차의료서비스가 시민건강을 지키는 데 가장 필요한 필수요소임을 세계 전문기관이나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지적해 왔음에도 서민들의 건강을 담당할 예방과 일차의료서비스는 왜 갈수록 위축되는 것일까?

 의료사회적협동조합(의료사협)을 처음 시작할 때 의료사협에 참여하는 의료인들은 세상을 거꾸로 사는 사람들이라는 비웃음과 조롱을 받는다.
 시장의 탐욕 속에 억울하게 당하는 시민들을 보면서 이 시민들이 이러한 시장의 왜곡을 바로잡아 줄 주체라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들은 거의 없다.
 시민들과 의료인들이 협력하여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지역사회에서 의료기관을 운영하되 수익성 위주의 서비스를 지양하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예방 의료활동과 주치의 서비스 위주의 일차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은 의료분야에서는 정말 새로운 세계의 탄생을 알리는 혁명적 사건이다.
 의료사협 이사회에 참여한 지역주민들은 의료라고 하는 전문분야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고 낯설어 하지만 정작 시민들에게는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는 것을 정확히 파악한다.
 지역주민들 입장에서 주민들의 건강 수준과 형편이 어떤지 살피고, 지역사회 보건의료계획도 지역주민들과 의료전문가들이 함께 세운다. 지역사회 의학, 예방 및 일차의료에 대한 중요성을 전문가들이 그렇게 강조했지만, 정작 이 중요한 분야에서 활동할 의학 전문가들과 의료인들은 갈수록 적다.
 의사들은 종합병원에서 활용 가능한 고도의 세부 전문의학 분야를 선택하고, 일차의료분야는 외면을 받는다. 의학계는 사회적 기대와 수요와는 다른 길을 갔지만, 정작 일차의료를 살리는 일에 시민이 팔을 걷어 부친 것이다.
 의료사협 조합원들은 지역주민과 함께 ‘시민건강실천단’을 조직해 금연, 절주, 운동, 식습관 개선 등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솔선해서 해야 할 일을 정하고, 서로 실천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해 주는 활동을 전개한다.
 시민들이 스스로 건강해져 치료비용을 절감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덜어 주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아닌 시민들이 주체라고 하는 높은 주인의식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다.
 의료기관에서 비용을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의료보험 재정은 의료비 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모든 부담은 결국은 시민들에게 전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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