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두 巨匠 김동리·박목월의 문학세계 만나다
  • 이경관기자
한국문학 두 巨匠 김동리·박목월의 문학세계 만나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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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 순례 ‘경주 동리목월문학관’
▲ 동리목월문학관을 둘러보고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
▲ 문학관에 전시돼 있는 김동리의 시.
▲ 문학관에 전시돼 있는 박목월의 전시품.
▲ 경주 동리목월문학관 전경.
▲ 김동리 작가
▲ 박목월 작가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작가들은 그 자체로 한권의 특별한 책이다.
 경북·대구에는 작가들의 삶과 문학적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문학관이 여럿 있다.
 삶의 지혜를 찾아 지역 곳곳에 자리 잡은 문학관을 둘러보자.

 경주가 낳은 한국문학의 두 거장 김동리와 박목월을 만나볼 수 있는 ‘동리목월문학관’이 경주 토함산 자락에 있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길을 건너 11번 버스를 타고 1시간가량 달려 불국사정류장에 내린다.
 불국사 주차장과 관광안내소를 지나 동리목월문학관 표지판을 따라 걷는다.
 자연의 정취를 느끼며 걷다보면 이윽고 불국사 정문 앞 작은 연못을 만날 수 있다.
 이 연못을 가로지르는 아치형 다리를 건너 세월을 품은 돌계단을 오르면 너른 마당에 푸른 기와의 동리목월문학관이 서있다.
 문학관 사이로 아사달 아사녀의 사랑탑과 신라를 빛낸 인물관이 자리한다.
 
 △ 김동리와 박목월의 우정
 김동리는 박목월보다 세 살 위다.
 대구 계성학교에 2학년까지 다니다 서울의 경신학교로 전학해 박목월의 중학교 선배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경신학교에 다니던 김동리가 휴학해 경주로 내려와 있던 1934년의 겨울방학 때였다.
 목월은 동리가 1935년과 1936년 연이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문학적으로 자극을 받는다.
 목월에게 동리와의 만남은 외로움을 달래주는 한편 그의 문학적 성장의 계기가 됐다.
 나란한 문학관은 이들의 우정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듯 정겹다.
 
 △ 두 작가의 삶과 문학적 세계가 담긴 동리목월문학관
 문학관 로비에서 왼쪽으로 동리문학관이 오른쪽에 목월문학관이 마주보고 있다.
 두 곳 모두 각각 68평으로 흉상, 서재 재현, 자필원고, 문학자료, 생활유품 등 전시 구성마저 같아 꼭 쌍둥이 같다.
 이곳에는 동리목월기념사업회가 유족들로부터 기증 위탁받은 두 작가의 자필원고 200점과 시집, 소설집 등 문학자료 1500여점, 생활유품 250여점 등 국내 문학관 중 가장 많은 자료가 소장돼 있다.
 
 -동리문학관
 “모화가 파우스트와 대체될 새로운 세기의 인간상이란 것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말한다면 모두들 비웃을 것이다. 그러나 백년만 두고 봐라! 모든 것이 증명될 것이다! 역사가 증명해 줄 것이다!”
 동리문학관에 들어서면 이웃 할아버지와 같은 친근한 느낌의 동리 선생 흉상과 마주한다.
 문학관을 지키고 있는 흉상 곁으로 그의 생애를 정리하고 있는 연보가 스친다.
 마치 대하장편 소설을 보는 듯 1913년 태어나 1995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동리 선생의 일대기가 눈 앞 가득 펼쳐진다.
 동리에게 책은 진정한 스승이었다.
 그는 중학교 4학년이 되던 시절에 철학서적과 세계문학, 동양고전에 심취했다.
 ‘화랑의 후예’, ‘산화’로 조선중앙일보와 동아일보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장했다.
 동리의 작품 소재와 정서에서 민족정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그의 작품 ‘무녀도’, ‘황토기’, ‘등신불’ 등은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인간의 운명적 삶을 토착정서를 배경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을화’는 토착문화의 전통을 인류의 보편성으로 인정 받으면서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됐다.
 그의 작품을 토대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 문학관에 상영되고 그의 작품과 손때 묻은 유품들이 전시돼 있다.
 문학관 한 켠에 재현된 그의 서재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 나무책상과 회전의자에서 창작의 고통과 희열을 수없이 오갔을 동리 선생의 모습이 스치는 듯하다.
 
 - 목월문학관
 “나는 늘 혼자였다. 사무가 끝나면 거리로 나왔다. 거리랬자 5분만 거닐면 거닐 곳이 없었다. 반월성으로, 오릉으로, 남산으로, 분황사로 돌아다녔다. 실로 내가 벗할 것이란 황폐한 고도의 산천과 하늘뿐이었다.”
 목월문학관에 들어서면 시원 시원한 이목구비의 중후한 신사 목월 선생의 흉상과 마주한다.
 흉상 곁으로 그의 생애가 오롯이 담긴 연보가 그려져 있다.
 박목월은 1915년 태어나 1933년 동시 ‘제비맞이’가 당선되면서 평생을 문학가로 살아갈 것을 결심했다.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시집 ‘청록집’을 발간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세계는 자연과의 교감과 향토적 서정의 세계다.
 특히 그에게 경주의 산과 하늘, 자연은 그의 문학적 상상력의 터전인 동시에 시의 자양분이 됐다.
 목월문학관은 목월 선생의 작품시기를 초기·중기·후기로 나눠 구성했다.
 “밤골짜기의 물소리/구름이 밝혀든 초롱을/아아 동해너머로 둥둥 떠가는 진보라빛/ 환한 봉우리 하나”(‘토함산’ 전문)
 특히 경주를 배경으로 한 시 ‘불국사’, ‘청운교’, ‘토함산’ 등이 LED판넬로 제작 전시돼 눈길을 사로 잡는다.
 그가 수 많은 작품을 썼을 서재는 빼곡한 책장과 앉은뱅이 책상, 흔들의자로 목월 선생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마치 그가 지금이라도 그곳에서 펜을 들고 시를 쓰고 있을 것만 같다.
 주한태 동리목월문학관장은 “신라천년의 고장 경주는 김동리, 박목월과 같은 한국문단의 거봉의 고장이기도 하다”며 “동리목월문학관은 동리, 목월 선생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동시에 문예창작대학을 비롯한 다양한 강좌를 통해 지역 문예부흥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신라를 빛낸 인물관
 동리 선생과 목월 선생의 삶과 문학적 세계를 둘러본 뒤 신라를 빛낸 인물을 만나볼 수 있는 ‘신라를 빛낸 인물관’도 들러보면 좋다.
 이곳은 문학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으로 신라의 왕과 재상, 충신, 장군, 화랑, 학자 등을 상세 판넬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흥륜사 신라십성은 권오창 화백의 그림으로 만나볼 수 있어 더욱 시선을 끈다.
 해설사가 상주해 있어 스토리와 함께 재미있게 신라의 역사를 들을 수 있다.
 포토존도 마련돼 있어 문학관을 찾은 가족단위 관람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 김동리(1913.11.24~1995.6.17.)
 경주 출생. 토속성과 외래사상과의 대립을 통해 인간성의 문제를 그렸으며 한국전쟁 이후에는 인간과 이념의 갈등에 주안을 둠.
 대표작은 ‘화랑의 후예’, ‘무녀도’, ‘역마’, ‘황토기’, ‘등신불’ 등이 있음.
 
 ▶ 박목월(1915.1.6~ 1978.3.24)
 경주 출생. 향토적 서정성을 심화시켰으며 애국적 사상을 추구. 민요가락을 시와 음악으로 승화.
 대표작은 ‘길처럼’, ‘그것은 연륜이다’, ‘산그늘’, ‘경상도의 가랑잎’, ‘구름의 서정’, ‘토요일의 밤거리’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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