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의 가벼운 입
  • 모용복기자
대선주자들의 가벼운 입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0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끝내 구속됐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된 지 21일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장장 8시간40분 동안 자신에게 씌워진 각종 혐의에 대해 결백을 주장하며 구속의 부당성을 호소했지만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사상 처음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이자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영어(囹圄)의 몸이 된 세번째 대통령이 되는 치욕을 안게 됐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이 아직 기소도 안된 상황에서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때이른 사면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 시발점은 더불어민주장 대선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 시장은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당일 기자회견을 열어 “구속과 사면 금지 선언을 다른 후보들에게 제안했는데 부정적”이라며 “민주공화국 원리를 부정하고 기득권자들의 연대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주자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최근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이 시장이 다른 후보들을 공격해 지지율 반등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른 대선후보들은 찬반논쟁에서 한 발 비껴선 모양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사면여부를 말하는 것은 이르다”며 이 시장의 제안을 거부했고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치적 타협을 위해서 사면권을 써서는 안된다” 면서도 “당장 사면은 무조건 안된다고 선언하는 것은 과잉된 표현”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국민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31일 경선대회에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지사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이제 국민들도 박근혜 대통령을 용서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해 사실상 사면 가능성을 열어놨다.
 취임과 동시에 사면권 행사를 엄격하게 제한했던 박 전 대통령이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스스로가 사면을 바라야 하는 처지가 될 지도 모르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헌정사의 불행한 사태를 놓고 대선주자들이 벌써부터 대권이라도 거머쥔 마냥 사면을 운운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아보이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의 구속은 개인의 불행을 넘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불행이며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서도 크나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의 실패는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비선이나 일부 측근들의 말만 듣고 국정을 운영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14년 청와대 문건유출 파동을 비롯해 그동안 여러차례 국정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그 때마다 박 전 대통령은 사태를 덮기에만 급급했던 나머지 끝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의 독선과 아집·불통이 불러일으킨 참화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도 앵무새처럼 자기 할 말만 하는 정치인이 아닌 국민과 소통하고 실천하는 지도자를 배출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대권을 잡을 야망을 가진 주자라면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국민 속으로 다가가야 한다.
 특히 언행(言行)은 신중하고 무게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 혼란한 정국을 바로잡고 대한민국을 한단계 도약시킬 국가지도자로서 국민이 믿고 따르지 않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