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가시
  • 모용복기자
장미와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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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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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지난날의 장미는 그 이름 뿐, 우리에게 남는 것은 그 덧없는 이름 뿐’
이탈리아의 기호학자이자 철학자, 역사학자인 움베르트 에코의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 마지막 구절이다.
이제 35일 후면 우리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 이은 ‘장미대선’이 치러진다.
장미대선은 에코의 말대로 그 이름은 아름다울지언정 진정 비극의 뒤에 피어난 화려한 장미다. 어떤 대권주자들에겐 장미처럼 향기로운 선거일테고 어떤 이들에겐 달갑지 않은 선거일 지도 모른다.
비극의 뒤에 피어난 장미는 치명적 가시를 품고 있다. 장미의 가시는 아름다움이 감추고 있는 유혹과 고통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 달 후에 누가 장미를 꺾게 되더라도 그는 동시에 가시를 함께 안고 가야하는 숙명(宿命)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차기 대통령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가시는 시간이다
대통령 파면으로 7개월 가량 앞당겨진 선거로 새로운 정권이 태동할 준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19대 대통령의 임기는 선거 다음날인 5월 10일부터다. 대통령 파면상황에서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임기가 시작돼 사실상 대통령직 인수위를 구성할 수 없다.
4당은 조기 대선으로 당선되는 대통령이 최대 45일간 대통령직 인수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인수위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지만 위헌소지가 제기되면서 결국 3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차기 대통령직 인수위는 현행법이 보장하는 대로 30일 범위에서 운영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인수위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국정공백과 혼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존 인수위는 대선 이후 대통령 취임 전까지 약 60일 동안 각 부처 업무보고를 받은 뒤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하고 국무총리 후보 지명·각 부처 장관·청와대 인선 등을 진행했다.
또한 새 정부는 탄핵정국의 국정누수를 없애고 국정공백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임기 시작과 함께 국정운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따라서 임기와 동시에 대통령직 수행을 위한 준비과정인 인수위를 가동한다는 것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의 면이 없지 않다.

특히 조각(組閣)과정에서 대두될 새로 재편된 정치권의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느냐가 큰 숙제다.
두번째 가시는 보수-진보 정치세력간 대결의 심화다.
탄핵정국을 지나 대선정국에 접어들면서 보수-진보간 프레임 전쟁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각 진영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전장(戰場)으로 상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금역(禁域) 넘기도 서슴지 않는다.
민주당 등 진보진영은 대통령 파면에 이어 영어(囹圄)의 몸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화살을 아직 거두어 들일 생각이 없다. ‘박근혜 때리기’에 집중해 이념대결보다 정권교체 프레임을 지속시켜 대선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를 제거해 낙승(樂勝)을 거둔다는 복안이다.
이에 반해 보수진영은 연일 진보를 상징하는 인물인‘노무현 때리기’에 혈안(血眼)이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최근들어 잇따라 높은 수위의 발언을 쏟아냄으로써 진보진영을 자극하고 있다. 보수를 재결집해 판을 바꿔보려는 의도지만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진영간 이념의 골이 회복 불가역적 상황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렇게 탄핵과 대선정국에서 첨예하게 노정(露呈)된 진영간 대결구도를 극복해야 하는 것도 차기정부의 고민거리다.
마지막 가시는 ‘촛불’과 ‘태극기’다.
두 세력은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갈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상(表象)이다. ‘박근혜를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내 편이냐 네 편이냐’를 강요하는 그야말로 ‘비무장지대’ 없는 살벌한 대결의 공간에 우리는 살고 있다.
표면적으로 촛불과 태극기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다. 그래서 둘 사이는 영원히 좁혀지지 않을 평행선처럼 보인다. 조국 근대화에 매진했던 태극기 집회 세대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촛불집회 세대는 공유하는 기억이 너무나 상이하다. 그래서 한쪽이 한쪽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집단으로 치부한다.
정치권은 소통의 가교(架橋) 역할을 하기는 커녕 오히려 갈등을 이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데 이용하기까지 한다. 탄핵을 반대하는 측은 촛불집회에서의 젊은이들의 피끓는 외침을 외면했다. 탄핵을 지지하는 측은 태극기집회에 나가 왜 연세 지긋한 노인들이 눈비 흩날리는 추운 날씨 속 시린손 불어가며 태극기를 흔들어야만 하는지 답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차기정부의 지상과제는 국민통합이다. 국민통합 없이는 대한민국의 발전도 미래도 결코 담보할 수 없다.
이 세 개의 가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새 정부는 상처투성이 정부로 전락하고 말 게 뻔하다.
‘화이부동(和而不同)’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를 인정하며 한데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세상. 5월, 한민족 공동체의 가치를 되살려 화합과 통합을 이끌어낼 ‘화쟁(和諍)의 정치’를 펼칠 국가지도자가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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