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대학 포스텍에 드리운 그림자
  • 모용복기자
글로벌대학 포스텍에 드리운 그림자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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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대학을 흔히 상아탑(象牙塔)이라고 부른다.
 상아탑은 애초에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됐지만 현대에 와서 코끼리의 상아처럼 아름답고 고귀한 학문을 연구하는 지성(知性)의 전당인 대학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됐다.
 그런 상아탑에서 최근 그리 아름답지 못한 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다.
 그것도 다름 아닌 포항의 자랑인 포스텍이라는 점에서 충격파는 더 크다고 하겠다.
 지난 13일 포항의 한 원룸 화장실에서 이 학교 대학원생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도 함께 발견됐다.
 같은 학교 후배 여학생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의혹으로 학교측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던 중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신입생 MT에서는 한 남학생이 여 신입생 2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현재 구속된 상태다.
 또 지난 2015년에는 포스텍 내 기초과학연구원에 근무하는 정부 파견 연구원이 이 학교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성범죄 뿐만이 아니다.
 자살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앞서 성범죄 혐의를 받다 목을 맨 대학원생 외에도 지난 2014년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던 한 재학생이 기숙사 보일러실 안에서 자살하기도 했다.
 타 대학에 비해 우수한 인재, 우수한 시설을 보유한 포스텍에 왜 이런 불미스런 일이 자꾸 일어나는 걸까.

 글로벌대학으로 외형적 급성장을 한 포스텍이 학생들의 인성문제나 고민에 대해서는 소홀히 대처해온 것은 아닌지 뒤돌아볼 때다.
 포스텍은 한국의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다.
 지난 1986년 고(故) 박태준 포스코 회장이 설립해 문을 연 이후 연구 중심 사립대학교로서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인재를 무수히 배출해 오고 있다.
 한마디로 과학입국(科學立國)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인재 육성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포스텍인들이 써가고 있는 성과는 눈부시다.
 최근 영국의 타임스가 발표한 개교 50년 이내 세계 200위권 신흥대학 순위에서 당당히 4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달 발표한 산학협력 부문에서는 세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포스텍 교수진들은 활발한 연구활동을 통해 그 성과물을 하루가 멀다하고 네이처 등 세계적 과학전문지에 게재해 학교의 명예와 나아가 과학한국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한편으론 벤처와 중소기업 지원으로 지역산업을 활성화시키고 다양한 문화행사나 강좌를 지역민에게 공개해 지역사회 문화발전에도 크게 기여해오고 있다.
 포스텍의 이러한 빛나는 성과 이면에 성범죄, 자살과 같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은 분명 위험신호다.
 자그마한 구멍 하나가 종래(從來)에는 둑을 무너지게 하듯이 이러한 사건이 계속되면 자칫 포스텍이 쌓아올린 공든탑이 무너지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학교측은 이제부터라도 형식적인 대책과 사후조치보다는 체계적인 예방교육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학문연구와 더불어 인성교육을 병행해 전인적 인격을 가진 건전한 과학자를 배출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또 성관련 교육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학생상담센터 등 기능을 활성화해 학생들의 고민을 적극 들어주고 치유하는데 더 투자를 해야 한다.
 최고 과학도들이 모인 포스텍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지성과 윤리를 겸비한 과학자를 양성하는 상아탑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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