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문방구는 다 어디로 갔을까
  • 모용복기자
그 많던 문방구는 다 어디로 갔을까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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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오십줄에 든 지금도 그 때만 생각하면 얼굴을 화끈거리게 하는 유년시절의 기억 하나가 있다.
 중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의 일이다.
 수업을 마친 나는 친구와 함께 버스 대신 1시간 가량 걸리는 솔밭길을 걸어 귀가했다.
 솔밭이 끝나는 지점에 초등학교가 나오고 모퉁이에 자그마한 문방구가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우리는 동전 하나씩을 들고 문방구의 문을 밀었다.
 아마 껌이나 초코파이 하나쯤 사 먹을 요량이었을 게다.
 그 때 우리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군것질거리는 단연 초코파이였다.
 문방구 안은 비어 있었다.
 뚱보 주인 아줌마가 자리를 비우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그날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 두 사람 레이저 눈빛이 교차한 곳, 그 곳엔 아직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초코파이 한 상자가 빛나고 있었다.
 당시 우리 용돈으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어쩌면 라면 상자보다도 더 커보였던 초코파이 한 상자.
 친구는 덩치 만큼이나 담이 컸다.
 초코파이 상자를 집어들고는 ‘눈사인’을 보냈다. 그 때 이후로 야구나 축구경기를 할 때조차도 그만큼 긴장된 사인을 본 적이 없었다.
 친구와 나는 보물상자를 품에 안고 초등학교 뒤쪽으로 난 강둑길을 따라 줄달음쳤다.
 세상 끝까지라도 갈 듯 뛰고 또 뛰었다.
 그 후로 한동안 문방구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내 유년시절의 로망은 그렇게 멀어져갔다.
 문방구에 대한 쓰린 기억은 배고픈 시절 허기를 달래주고 산골소년의 꿈을 채워주던 추억과 함께 어른이 된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문방구는 아직 그 자리에 있다.
 하지만 녹슨 자물쇠가 채워진 문은 언제부터 잠겼는지 알 수 없고 인기척마저 느껴지지 않는다.

 숲에 둘러싸인 초등학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교정엔 아이들 웃음소리 울려퍼지는데 문방구는 왜 문을 닫았을까?
 지난달 국세청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국 문구용품 소매업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만3496곳이던 문구점이 지난해에는 1만212곳으로 2년새 3284곳이 문을 닫았다.
 대구는 395곳, 경북에는 581곳이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문구점 감소는 여러 사회적·정책적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다.
 사회적 요인으로서는 출산율 저하로 인한 학생수의 감소를 들 수 있다.
 문구를 소비하는 학생들이 줄어들면 문구류 시장이 축소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온라인 쇼핑몰 급성장과 대형유통업체도 동네 문구점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오프라인 문구류 시장의 거래액은 1600억원으로 온라인 문구시장 거래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온라인 쇼핑몰은 10년 전 거래액이 오프라인을 넘어선 이래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정책적 요인으로는 지난 2011년 교육당국이 실시한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를 꼽는다
 당초 취지는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소외되는 학생이 없이 공평하게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종이, 줄넘기, 멜로디언과 같은 학생들의 준비물을 학교 근처 문구점을 거치지 않고 대형 유통망을 통해 공동구매하는 바람에 문구점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대부분 이 제도 시행으로 인해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하소연 한다.
 제도 시행 전 충분한 사전조사를 거치지 않고 졸속시행한 결과다.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문구점들이 더이상 문을 닫지 않도록 적극적인 정책과 제도를 통한 수혈(輸血)이 급한 상황이다.
 문구업계도 학령인구 저하 등 시장 변화에 대응해 기존 문구류에 국한하지 않고 사업 다변화를 모색할 때다.
 운동장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엄마 손에 이끌려 자가용을 타고 학원버스를 타고 하나둘 흩어진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하교(下校)하는 풍속도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등하교부터 학습준비물, 학용품 구입, 군것질거리까지 모든 것을 부모가 해주는 이 아이들에게 유년의 추억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딸애를 차에 태우고 문 닫힌 문방구 앞을 지나면서 얼마 전 아침식사 도중 아이가 했던 말을 떠올려본다.
 “아빤, 왜 모든 걸 아빠 맘대로 하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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