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청소년자유학교, 학교 밖 아이들 마음 두드리다
  • 이경관기자
포항 청소년자유학교, 학교 밖 아이들 마음 두드리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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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대 학생들 교사로 참여
▲ 포항청소년자유학교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동대 대학생 선생들이 손하트를 그리고 있다.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작가 칼릴 지브란은 “교육은 그대의 머리 속에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씨앗들이 자라나게 해준다”고 말했다.
따스한 봄 햇살 속 야생화를 닮은 포항지역 학교 밖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포항 청소년자유학교’. 문제아 등으로 불렸던 이들이 꿈을 틔울 수 있기까지 그 중심에는 ‘사랑’이 있었다.
애정어린 관심에 굶주렸던 이들이 이곳에서 많은 선생님의 사랑 속에 다시 희망을 찾은 것이다.
이곳이 포항의 기적이 되기까지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이곳을 찾아 그 기적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포항침례교회 뒷편 포항시 동빈 1가에 위치한 청소년자유학교.
 시골의 작은 분교를 담은 이곳은 작지만 청소년들이 꿈을 키우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이 학교의 출발은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대학시절 야학 교사로 활동했던 김윤규 청소년자유학교 교장(한동대 글로벌리더십학부 교수)은 1995년 한동대 교수로 부임한 뒤 포항지역에 학교생활 적응에 실패한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
 김 교장은 포항교육지원청 등에 협조를 구해 1998~2000년까지 ‘학교밖 청소년’ 450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이들 대부분 유흥업이나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었다.
 김 교장은 2001년 포항문화원 한 켠에 세를 얻어 뜻을 함께하는 교사, 의사, 변호사, 목사 등과 함께 포항지역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설립했다.
 청소년자유학교의 원칙은 ‘학생 한명이라도 있으면 개교하고 한명만 남았더라도 폐교하지 않는다’는 것.
 또 ‘학생은 등록금을 내지 않고, 교사는 보수를 받지 않는다’이다.
 교사는 한동대 학생을 대상으로 모집했다.
 가르치는 사람은 교사와 교감, 교장까지 50여명인데, 학생은 남학생 2명, 여학생 2명으로 4명뿐이었다.
 이들마저 여학생들은 다방으로 일하러 떠나고 남학생 한명도 자취를 감췄다.
 남은 1명이 그해 8월 검정고시를 치러 합격해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
 현재까지 이 학교를 거쳐간 학생은 400여명.
 인생의 패배자였던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교사들의 가르침과 따뜻한 밥 한공기를 통해 ‘내 인생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갖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이들은 검정고시에 합격해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하는 등 대한민국의 일꾼인 청년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16명의 학생이 검정고시에 응시해 13명이 합격했다.
 올해 검정고시에 합격해 졸업한 김모(23)양은 “나는 부모 이혼으로 힘든 청소년기를 지나왔다. 미혼모로 살면서 내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장은 따야겠다는 심정으로 이 학교에 오게됐다”고 밝혔다.
 김 양은 “이곳에서 친구, 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지내는 시간이 행복했다”며 “미용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배워 아이를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현재 청소년자유학교에는 대학생 선생 47명, 조리교사 17명이 있다.
 20대 초·중반의 대학생 선생이 교무과, 학생부 등 각 과를 책임지며 학교를 운영해가고 있다.
 학교밖 청소년들의 사회적응 교육과 함께 대학생 교사 교육이 동시에 이뤄지는 이상적인 학교인 셈이다.
 한만후(25·한동대 기계제어공학부) 대학생 선생은 “20살 대학 입학 후 선배의 추천으로 청소년자유학교 교사활동을 시작했다”며 “대부분 대학생들이 봉사를 스펙으로만 생각하는데 봉사 그 자체를 떠나 일상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그 관계를 통해 내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곳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 김윤규 교장

<김윤규 포항 청소년자유학교 교장 인터뷰>

-청소년자유학교 설립 이유는.
“학교생활에 실패한 아이들에게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
대학 때 했던 야학활동이 그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학교 밖 청소년들 대부분은 애정결핍으로 상처 받은 아이들이다.

이들에게 사랑을 전해 힘든 세상이지만 살만하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

- ‘학생 한명이라도 있으면 개교하고 한명만 남았더라도 폐교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부모와 학교, 사회로부터 상처 받은 아이들이 또 다시 상처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러한 원칙을 정했다.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 자신의 삶을 바꾸고 싶은 학생들이 검정고시에 합격해 졸업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학교의 기본 원칙이다.”

- 이 학교만의 교칙이 있나.
“2가지 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학생들간 서로 공격하지 않기’와 ‘교사에게는 무조건 복종하기’다.
자유학교 학생은 최소 1명에서 많게는 40여명이 드나든다.
사회에 대한 경계심이 큰 아이들인만큼 서로의 상처를 건들지 않도록 잘 지켜봐야한다.
이 2가지 교칙은 구성원 모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 청소년자유학교의 자랑이나 특징이 있다면.
“검정고시 합격률은 그 어떤 대안학교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이들은 취업을 하거나 대학에 진학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학교를 찾는 졸업생들 중에는 간호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자랑은 우수하고 성실한 봉사자 집단이라는 점이다.
특히 내가 대학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이 이곳에서 교육 소외 청소년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며 자신이 가진 재능을 전하고 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한 단계 성장한다.
지금까지 학교를 거쳐간 대학생 선생들은 600여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이러한 활동을 사회에 인정받아 누구보다 빠르고 좋은 회사에 입사하는 등 사회의 리더로 성장했다.
더욱 흐뭇한 것은 이 학생 선생들이 자신이 생활하는 기흥, 안산 등지에 자유학교 등을 열어 교육 소외 청소년들의 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

- 계획과 포부는.
“이곳의 하드웨어가 잘 돌아가도록 돕고 학생들과 교사들이 안전하게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우산 역할을 하겠다.
대부분의 학교 운영은 대학생 선생과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간다.
학생들과 선생들이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청소년자유학교가 현재 하고 있는 역할은 사실 공교육에서 수행해야 한다.
교육소외 청소년들을 잘 보듬을 수 있는 공교육 시스템이 구축돼 우리 학교가 폐교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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