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없으면 내 아이 미래 누구에게 맡길 건가
  • 모용복기자
스승 없으면 내 아이 미래 누구에게 맡길 건가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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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한 남자고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정해진 분량의 지식을 일정한 시간에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학생들은 아무 말 없이 경청하거나 노트에 받아적는다. 한 학생이 교사의 무미건조한 수업방식에 불만이 있는지 머리를 책상에 쳐박고 엎드렸다. 교사는 학생 곁으로 천천히 다가가 일어나라고 세 번 경고한다. 주어진 규정대로.
 학생이 잠깐 머리를 쳐들어 항의해보지만 교사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화가 치민 학생이 주먹을 휘두르며 덤빈다. 하지만 되레 교사에게 뒷덜미가 잡혀 옴짝달싹 못한 채 학생선도실로 격리조치 되고 만다. 교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평온을 되찾고 수업은 계속된다.
 다음 날 격리조치 됐던 학생 부모가 씩씩대며 교실로 찾아와 “왜 아이를 수업 도중 격리조치 했냐”며 따진다. 교사는 “정해진 규정에 의한 정당한 조치였다”며 조용한 어조로 그리고 찬찬히 학부모에게 설명한다. 교사의 너무나 차분한 태도에 격분한 학부모는 전날 아이와 마찬가지로 주먹질을 해댄다. 하지만 몇 초도 안돼 교사에게 제압돼 경찰에 인계된다. 이 교사는 AI(인공지능) 로봇교사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로보캅 같은 교사가 교육현장에 투입돼야 하는 시대가 올 지도 모른다.
 교권(敎權)침해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지난달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수업에 빠지고 담배를 피운 학생을 훈계했다가 오히려 멱살을 잡히는 봉변을 당했다. 지난해 8월에는 강원도 철원의 모 고등학교에서 폭력학생에 대한 학교측의 징계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교감에게 목에 칼을 들이대고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두 해 전에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를 빗자루로 때리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여교사가 학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는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어제 국회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학생의 교사 성희롱은 2012년 98건에서 2013년 62건으로 소폭 줄었다가 2014년 80건, 2015년 107건, 2016년 112건으로 증가했다.
 교권추락의 실태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러한 일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와 이젠 큰 뉴스거리로 취급조차 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경북교육청 등 전국 시·도 교육청에 피해 교사를 돕는 교원치유지원센터까지 만들어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겠는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접수·처리한 교권침해사건은 572건으로 10년 전 179건보다 3.2배 증가했다. 유형별로 보면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267건(46.6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처분권자(교육감·교육장)에 의한 신분피해 132건(23.08), 교직원에 의한 피해 83건(14.51%), 학생에 의한 피해 58건(10.14), 제3자(학생·친척)에 의한 피해 32건(5.59%) 등 순이다.

 이 중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가 가장 많은 것이 눈길을 끈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가정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야성(野性)에 노출된 학생들이 학원 내 폭력을 일삼거나 교사에게까지 가끔 ‘레드라인’을 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럴 경우 학교로 불려온 학부형들은 교사에게 아이의 선처를 호소하며 애원하는게 일반적인 풍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방적으로 학생 말만 듣고 교사에게 행패를 부리거나 기물을 파손하고 때로는 고소하는 일도 늘고 있다. 또 교육과정이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기 자녀에게 불리하다며 압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진행중인 교육과정의 중단·변경을 요구하는 일도 종종 있다.
 자녀를 학교에 맡긴 학부모로서 무엇이 자녀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인 지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결여된 때문이다.
 교사가 폭력을 당하거나 교육과정에 있어 외부로부터 과도한 간섭을 당하게 되면 사실상 학생지도를 할 수가 없게 된다. 학생과 학부모에 치여 자신감을 상실한 교사가 어떻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겠는가!
 교권이 무너지면 공교육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공교육이 사교육과 가장 다른 점은 지식습득이 아닌 바른 인격을 지닌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키는 전인(全人)교육에 있다. 교권경시 풍조는 어쩌면 교사를 단순히 지식을 판매하는 장사치쯤으로 여기는 데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인성(人性)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여기는지 묻고 싶다. 템플스테이를 하고 고택에 가서 선비문화를 체험하는 등 온갖 수고로움을 감내하고도 체득하기 어려운 게 인성이다.
 오랜 시간 교사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며 또래들과 부대끼는 가운데 사회성과 올바른 인성이 함양된다. 감히 물량(物量)으로 측정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자신의 지나친 욕심으로 자칫 자녀를 학교로부터 분리시키는 우(愚)를 범한다면 사실상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옛 사람들이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로서 스승에 대한 예를 다한 까닭도 다 여기에 있다.
 비록 ‘스승의 그림자’는 밟을지언정 자존심까지 짓밟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교사들이 조금이라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맛이 나지 않겠는가.
 오늘 스승의 날을 맞아 가르침과 배움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새겨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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