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외면이 아닌 내면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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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외면이 아닌 내면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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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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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예현 (주)원덕 대표

[경북도민일보] 포항제철소는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기 위해 70년부터 81년까지 지어졌다.
1973년 6월 9일, 제1고로에서 산업근대화를 내딛는 첫 쇳물이 쏟아졌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0년이란 시간 안에 포스코는 세계 제일의 타이틀을 갖게 됐다.
그로인해 포항은 경제 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졌고 그것은 현재 ‘영일만의 기적’이라 기억되고 있다.
어린 시절 한 학급의 절반 이상이 아버지의 직업란에 ‘포스코’라 적었던 것이 기억난다.
60년대 농업사회에서 70년대 중화학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겪으면서 많은 일자리가 생긴 반면 가족들과의 시간은 포기해야 했던 시기가 있다.
그 시기를 흔히 ‘아버지세대’라고 하는데 종종 그 시대를 보여주는 드라마 속에서 아버지는 이른 아침에 출근하여 모두가 잠든 늦은 밤에 퇴근하고 잠자리에 든 자식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보여졌다.
그리곤 혼자 부엌에서 깡소주로 하루의 고단함을 털어버리고 또 이른 새벽 출근하는 그 모습들은 허구와 상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닌 몇 십 년 전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 아닐까.
가장의 무게, 남편의 무게, 아버지의 무게는 쏟아져 나오는 쇳물만큼 뜨거웠고 만들어지는 것만큼 무거웠다.
가슴속에 사직서는 항시 준비되어 있으나 손을 넣는 순간, 가족들의 얼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오늘도 역시나 손을 내려놓고, 내 자존심도, 내 고개도 내려놓았다.
‘장미’. 화려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장미는 쉽게 꺾지도 꺾기지도 않는 꽃이다.
만지기엔 가시 때문에 꺼려지나 꽃이라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것이 장미다.
재밌는 것은 많은 가시를 안고 있는 장미를 x-ray로 찍었을 때 가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미의 내면에 없는 가시를 외면에 드러내놓는 것은 자신을 나약한 부분을 강하게 보임으로써 지키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호랑이 아빠’, ‘무뚝뚝한 아빠’

“아빠는 무서워요.”
“아빠는 혼자서도 잘 하는 어른이잖아요.”
“아빠는 가장이라 우리가족을 지켜줘요.”
한 매체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나에게 아버지란?’란 질문에 답은 ‘돈 버는 기계’였다.
얼토당토 않는 답이라 생각 했지만 곰곰이 생각했을 때 아니다 라는 말을 쉽사리 안 나오는 이유는 함께 보낸 시간이 적은 현실과 더불어 아버지는 괜찮을 것이다는 관대한 착각 때문이 아닐까.
장미와 아버지는 삶의 모습이 참으로 닮았다.
우리는 인지해야 한다.
장미는 겉이 화려하고 도도할지언정 내면은 여리다는 것을.
또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아버지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가시를 세우지만 그 가시는 가족을 위한 것이지 가족에게 세우는 것이 아님을.
며칠 만난 연인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쉽다.
몇 십 년 함께 살고 나를 키워준 부모님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어렵다.
황사에 고생하는 내 연인에게 마스크를 사주는 건 당연하나 그 속에서 일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 역시 당연시되고 있는 요즘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건 없으며 그 영원 속에 부모님 역시 포함돼 있음을 인지하는 현명한 사람이 되기를.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하나의 핑계를 찾는다.
‘우리 집 슈퍼맨도 아플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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