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님, 지금 소통하고 있습니까
  • 모용복기자
문 대통령님, 지금 소통하고 있습니까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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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우리 몸 속 심장에서 배출된 피는 대동맥을 통해 동맥으로 점점 더 가는 혈관을 타고 이동하면서 신체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준다. 그리고 나서 세포에서 생산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노폐물을 받아서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것이 혈액순환(血液循環)이다.
 만약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되면 어떻게 될까?
 몸에 노폐물이 축적돼 불필요한 독소가 쌓여 몸이 쉬 피로해지거나 냉증(冷症), 부종(浮腫), 고지혈증, 동맥경화와 같은 다양하고도 심각한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 사망원인 중 1위가 혈관질환이라고 하니 혈관이 잘 통하는 것이야말로 건강의 최고조건이라 할 수 있다. 혈액순환이 안되는 주요 원인은 콜레스테롤과 같은 노폐물로 인해 혈관이 막혔기 때문이다. 막힌 혈관을 뚫어줘야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소통(疏通)도 마찬가지다.
 소(疏)는 간격이 빽빽하지 않고 드문드문함을 의미하는데 과수농사를 지을때 사과나 배 등을 솎아줘야 열매가 굵고 잘 자라듯 모든 사물이 너무 꽉 조이면 통하지 않는 이치와 같다. 통(通)은 ‘비어 있다’와 ‘쉬엄쉬엄 가다’가 합쳐진 글자다. 결국 소통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에서 나오는 것이니 나를 비우고 상대를 배려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피가 제대로 안 돌면 몸이 병들듯 소통이 안되면 온갖 문제거리를 낳는다. 대화가 단절되고 불신(不信)이 쌓여 곳곳에서 막히고 충돌을 빚는 등 갈등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결국 그 조직의 앞날에는 망하는 길만 있을 뿐이다.
 소통을 방해하는 콜레스테롤은 편견이다. 편견은 특정 집단에 대해서 한쪽으로 치우친 견해를 가진 태도로서 편견으로 가득찬 사람은 자기 자신, 조직 이외의 대상은 배척하거나 바꿔야만 하는 대상으로 여긴다. 만약 개인이 그러하다면 그는 사회부적응자가 되기 쉽고, 조직의 리더가 그러하다면 그 조직의 발전은 화장실에나 가서 찾아야 할 것이다.
 만약 국가 지도자가 그러하다면 그 국가와 국민의 미래는 암울하다.
 소통은 오늘날에 와서 중요하게 된 가치는 아니었다. 인류역사를 통틀어 어느 때든 소통의 필요성이 없었던 적이 없었다.
 고대 제정일치(祭政一致) 사회에서 최고 지도자는 신(神)과 소통하는 인물이었다. 신의 뜻을 살펴 주술(呪術)을 펼쳐 백성을 평강케하는 것이 왕의 가장 큰 임무였다. 고조선 때 단군(檀君), 신라시대 초기 거서간, 차차웅, 이사금, 마립간 등 왕(王)의 이름들은 신과 소통하는 무당의 다른 이름이었다.
 한자에서 임금을 가리키는 군(君)은 입 구(口)와 음(音)을 나타내는 윤(尹)이 합쳐쳐 만들어진 글자다. 즉 임금은 하늘의 뜻을 이어받아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렇듯 옛부터 지도자의 소통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실패가 불통(不通) 때문이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국민들과는 불통하고 최순실과 같은 비선(秘選)이나 일부 측근들과만 소통한 결과다.
 박근혜 정권의 이러한 실패 위에서 정권을 거머잡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잇단 소통행보를 보이며 전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소통에 목말랐던 국민들은 지지자는 물론이고 대통령선거에서 그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쌍수(雙手)를 들고 반겼다.
 정권 출범 10여일 만에 국정 지지율이 80%를 상회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가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의 두배가 넘는 수치다.
 국민들 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호응하고 나섰다. 보수진영 한 야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무섭도록 잘하고 있다”고까지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역대 정권의 출범 초기에서는 가히 볼 수 없었던 진풍경들이 펼쳐졌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이삿짐을 내리자마자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초청해 국빈(國賓)에 버금가는 예우로서 협치(協治)를 당부했고 야당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개혁에 나선 대통령의 부탁을 뿌리칠 수 없었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활약상도 대통령에 못지 않았다. 김 여사는 청와대로 이사하기 위해 짐을 싸는 와중에도 자신을 찾아와 민원을 호소하는 시민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공감(共感)의 극치를 보여줬다. 또 청와대 이사를 돕는 인부들에게 손수 준비한 도시락을 대접하고 관저(官邸)에서 나와 집무실로 출근하는 남편을 어느 여염집 아낙 못지 않게 살갑게 배웅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영부인의 이런 소탈한 모습에 국민들은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는 곧바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상승에도 크게 기여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오죽하면 문 대통령과 김 여사가 국민 호감도 조사에서 내로라하는 연예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겠는가.
 하지만 지금까지 보인 소통행보는 워밍업에 불과하다. 앞으로 문 대통령이 펴고자 하는 개혁전선에는 숱한 장애물과 암초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전조(前兆)는 생각보다 빨리 나타나고 있다.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인사청문회, 4대강 사업 정책감사, 대북정책 기조 등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각 세우기에 시동을 건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새 정부가 출범하면 짧으면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이어지는 허니문 기간이 현 정부 들어서는 채 한 달도 못 돼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제 국정운영 본무대에 오르면 야당과의 ‘총칼 없는 전선’에서 때로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때로는 쓰디쓴 좌절을 맛보게도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 때마다 당선 직후 광화문광장에서 외쳤던 ‘통합’이란 말의 의미를 되새김질 해야 한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로는 결코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수행할 수가 없다.
 편견이라는 콜레스테롤이 소통의 혈관을 막는 순간부터 정권은 병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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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배 2017-05-29 09:00:27
소통은 상호 마음의 문을 열어야 가능하며, 특히 지금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등으로 군사 도발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이시점에 정치권은 계속적으로 정치적 전쟁만 일삼고 있는것은 국민이나서서 대통령님께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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