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물꼬 트였으니 봇물이 터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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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물꼬 트였으니 봇물이 터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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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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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 외모 화려한 연기 '안성기'
영화 `화려한 휴가’ 시민군 대장 박흥수 역 
 
 
“이제 봇물이 터지겠죠. 우리 영화는 이렇게 만들었지만, 앞으로 또 다른 접근을 하는 영화들이 나올 겁니다.”
 5.18광주민주화항쟁을 본격적으로 다룬 대작 영화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 제작 기획시대)에서도 `국민배  우’ 안성기<사진>의 활용도는 아주 높았고, 그의 가치는 다시 한번 빛이 났다. 그는 공수부대 대령 출신으로 택 시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나 5.18 항쟁의 소용돌이에서 시민군을 이끄는 박흥수 역을 맡았다. 주인공 민우(김상  경 분)가 일하는 택시회사 사장이자 민우가 좋아하는 신애(이요원)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안성기는 중반부 이후 김상경과 함께 거의 투톱을 이룰 정도로 영화의 핵심적인 인물로서 중심을 잡아준다. 그가 보내는 사람을 향한 애정에 관객들은 쉽게 동화된다.
 광주항쟁을 에둘러 다룬 `박하사탕’ `꽃잎’, 그리고 `오래된 정원’과는 달리 `화려한 휴가’는 정면으로 당시의 열흘을 담았다.
 그 안에는 처음 온 사랑에 가슴 떨려하고, 택시비로 시비붙는 평범한 사람들이 있고 사랑하는 동생, 아내, 아들이 죽자 손에 총을 잡게된 비극적 운명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발포자나 미국의 역할 등 정치적 논란을 전면 배제한 채 그저 사람을 다룬 상업영화로 형식을 갖추면서 공수부대의 잔인한 진압방식과 함께 보잘 것 없는 시민군이 끝까지 정의와 사랑을 놓지 않았던 내용을 충실히 소개한 작품.
 “영화라는게 보여주는 작업이니까 우리처럼 그 항쟁에 빚을 진 나이든 사람들은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어떻게 보여줘야 할 지에 대한. 그런데 김지훈 감독처럼 어린 시절 그 사건을 접한 이들은 부담이 있어도 우리처럼 크진 않아요. 그러니까 그 비극적인 소재로 이처럼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고… 이제 물꼬를 텄으니 봇물이 터질 겁니다.”
 다른 분야와 달리 `영화계는 왜 이제야 `광주’를 다루게 됐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실제 광주 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가 또 기획 중이다. `괴물’의 제작사 청어람이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 감독에게 강풀의 만화 `26년’을 영화로 만드는 작업을 맡긴 것.
 “저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본 후 이 영화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았을 겁니다. 자신의 이미지와 달리 갈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고,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됐죠. 상경씨 같은 경우도 일상성의 이미지가 강한데 이번엔 워낙 감정의 진폭이 큰 역할을 맡아 왠지 모를 카리스마가 느껴지잖아요.”
 박흥수는 이번 영화에서 가장 허구적 인물이며, 객관적 인물이다.
 “박흥수를 통해 광주 항쟁이 얼마나 비극적인 일이었는지 보여주죠. 이방인이었던, 공수부대 부대장이었던 박흥수조차 시민군이 돼 진압군을 향해 총을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을 통해서 말입니다.”
 안성기는 김감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참 촌스러운 감정이 담겨 있는 영화에요. 민우가 신애를 쫓아다니는 장면이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인 흥수와 민우가 차에 타고 가다 신애를 보며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장면 등을 보면. 그런데 진정성을 잃지 않았어요. `라디오 스타’의 이준익 감독도 그렇지만 끝까지 진정성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이 닭살이 돋는다 하면서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는 거죠. 비극적인 현대사를 이렇게 재미있게 만들었다는 것 자체에 이미 충분히 놀라긴 했지만.”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슬픈 장면에 이어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 뒤따르고, 박철민과 박원상이 절하는 장면은 웃기면서도 뭉클하고. 이런 식의 감정의 조화가 영화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죽은 이는 환하게 웃고, 살아남은 이만 슬픈 표정인 마지막 판타지 장면에 대해이야기를 나누다 그는 “얼마전 시사회에서 여고생 둘이 그 장면을 보고 엉엉 울며 대성통곡을 하고 나오는 걸 보고 참 미안했다”고도 했다.
 안성기는 “이성이 아닌 감정에 호소한 이 영화를 통해 그 시대의 아픔을 함께 같이 나눴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사진과 글 등으로만 군데군데 쪼개져 보아왔던 일을 연속성을 갖고 보여주죠. 아직 가까운 과거의 일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지 말자, 광주라는 공간에서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아픔을 가져던 이들과 그 아픔을 공유하자고 말하는 영화입니다.”
 그는 배우로서 `화려한 휴가’가 만만찮은 작업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계속 슬퍼요. 물론 쉬어가는 장면도 있지만. 보통 영화는 클라이맥스를 기점으로 감정이 떨어지는데 이 영화는 상황 상황이 계속 슬퍼서 그 감정을 계속 이어가야 했으니까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박흥수가 카리스마를 보이는 장면은 꽤 많이 잘려나갔다. 안성기는 “다른 건 영화의 큰 틀을 위해 잘려나가도 별 아쉬움이 없는데 딸 신애에게 몰래 우유를 건네는 장면은 참 아쉽다. 부녀의 사랑을느낄 수 있게 하는 장면이어서”라며 아쉬워했다.
 작년 `라디오 스타’로 젊었을 때 전성기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그의 존재감을 확인시켰던 안성기는 `화려한 휴가’를 통해서도 영화속에서뿐 만아니라 배우로서도 `어른’임을 입증한다.
 “1년에 수십 편씩 한국영화가 만들어져 저 같은 나이도 주연 또는 주조연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영화가 한 두편 나오네요. 그러니까 이렇게 계속 할 수 있는 거겠죠?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요?(현재 부집행위원장인 그에게 몇 년 전부터 김동호 위원장을 이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영화제가 너무 커져서 거기에 올인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해요. 전 연기를 계속 해야 하니까 맡기 힘들죠.”
 안성기는 `화려한 휴가’ 홍보에 나서느라, 조한선과의 차기작인 `마이 뉴 파트너’ 연습하랴, 그리고 여기저기 부르는데 참석하랴, 여전히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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