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바람이 불자 소리도 없이 꽃잎이 졌다
한 소절 유행가에도 애상 울컥 솟구치는 흰 머릿결 숭덩숭덩한
한 무리 중년들의 머릿결위로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가랑비같이 떨어지는 꽃잎들 곧 다 지고 말겠지
눈보라에서 무성한 신록, 그 사이는 왜 이리 짧은가
여미로운 시절 지나고 나면 이후의 흔적들은
사람들은 추억이라 하지 않고 기억이라 했다
빛나게 고운 때가 가장 아팠다
복통처럼 아파하며 그렇게 추억은 생성되었다
아파서 더 아름다운 순간들과
고독해서 영롱했던 시절들
사랑에 허기졌던 불꽃같은 날들아
가없는 회억 속에 꽃잎지고 해도 지고
울면서 떠나던 임의 눈시울 같은 붉은 노을이
산등성이 타고 흘러내려와 가슴으로 스민다
나는 푸릇하던 시절의 어느 봄날을 생각하며
부드레한 살결 같은 꽃잎을 쓸어 모아
한줌가득 쥐고 허공에 흩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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