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脫원전… 에너지정책 ‘캄캄한 정부’
  • 모용복기자
졸속 脫원전… 에너지정책 ‘캄캄한 정부’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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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탈(脫)원전을 공식 선언했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 대통령은 신규 원전 건설을 전면 백지화하고 또 원전의 설계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계획대로라면 수명 연장을 통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를 포함해 고리 1호기 퇴출 이후 남은 24기 중 11기가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다해 폐로(廢爐) 상황에 처하게 된다. 또 영덕 천지원전을 비롯해 신규 건설이 추진 중인 6기도 백지화 된다. 이중 신한울 3·4호기는 한수원이 지난달 설계를 중단했고 천지 1·2호기는 부지매입 절차를 보류했다.
현재 건설중인 원전은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4호기의 3기가 있다. 이들은 공정률이 사실상 100%에 육박하므로 중단하기 어렵다고 감안할 때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정책은 이들 3기와 현재 가동중인 24를 합해 27기를 운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신규 건설이 없는 상태에서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에 대한 수명연장이 없다고 봤을 때 원전비중은 급감한다.
원전이 국내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30%에 육박한다. 석탄화력발전 34.1% 다음으로 높은 비중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30년에 사라지는 발전설비 용량은 전체의 15%를 차지한다. 여기에 석탄화력발전소 축소를 더하면 발전설비 감소분은 전체의 30%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는 일단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지만 계획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올해 현재 신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비중은 7%에 불과하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처럼 이 비중을 20%로 높인다고 해도 원전과 화전(火電)을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놔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선포식에서 경주 대지진을 언급하며 탈원전정책의 당위성으로 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 가능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면적 탈원전에 나섰다가 지금은 다시 원전을 하나 둘 재가동하고 있다. 합격판정을 받은 12기중 4기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2030년까지 에너지의 22%를 원자력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원전을 포기한 대가는 너무나 혹독했다.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는 공급이 힘에 부쳤고 가격 부담도 컸다. 원전이 멈추면서 에너지자급률이 19%에서 6%로 추락하고 전기요금은 치솟았다. 관련산업이 줄줄이 문을 닫고 무역수지는 3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제로’를 선언했다 지난해 다시 원전증설로 회귀한 이유였다.
문 대통령의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 선언으로 해당 지역 민심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천지원전 건설 예정지인 영덕읍 3개 마을 주민들은 6년째 재산권 행사를 전혀 못하고 원전건설만 학수고대 하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한수원은 지난해 전체 천지원전 부지 324만6657㎡ 중 18%인 58만7295㎡를 사들였다. 이로 인해 보상을 받은 주민과 그렇지 못한 주민간에 갈등이 발생할 우려마저 있다. 주민들은 그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데 따른 적절한 보상도 요구할 태세다.
현재 공정률 28%를 넘긴 신고리 5~6호기도 자칫하면 백지화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건설 중단 여부를 사회적 합의에 맡기겠다고 말해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당장 이날 울산시의회는 본회의를 열고 신고리원전 건설중단 반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조선업 침체위기로 지역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원전산업마저 붕괴된다면 나라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막대하며 안전에 의문이 있다면 충분한 안전조사를 실시해 보강조치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인 정책결정의 순서라는 게 결의안 내용이다.
어찌 울산 뿐이겠는가.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결정에 대한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반발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것은 뻔하다.
미세먼지나 기후,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아직까지 원전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는 안 보인다. 그런 상태에서 원전을 포기했다가 자칫 미래 에너지 수급정책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블랙 아웃’이 일어날 우려도 있다. 그 때 가서 ’양치기 소년’처럼 다시 공장을 짓는다고 부지를 물색하고 삽질을 할 것인가. 부지를 내놓을 지역이나 국민이 어디 있겠으며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그 땐 이미 우리는 에너지 낙후지역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일본 등 원전 선진국이나 우리가 원전을 수출했던 국가로부터 되레 역수입을 해야할 지도 모른다. 국민 의견을 들으면서 현재와 미래 에너지 계획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정책을 추진해도 될 일을 `긁어 부스럼 만든 격’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요즘 항간에 문 대통령의 소통이 안 보인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청와대 안에서 참모들과 회의하고 차 마실 때만 하는 것이 소통은 아닐 것이다. 조금 느리고 답답해도 국민들과 더 대화해야 하며 야당과도 정보를 공유하고 충분히 설명을 해 협치(協致)를 구하는 것이 새 정부 성공의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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