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예우 않으면 누가 나라 지키겠나
  • 모용복기자
참전용사 예우 않으면 누가 나라 지키겠나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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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6·25 동족상잔의 포연(砲煙)이 지나간 산하에 또 67번째 꽃이 피고 원한으로 메아리치던 골짜기엔 이제 맑은 내(川)와 산새소리가 평화롭다.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자유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전쟁 발발  67년이 지나도록 남과 북은 휴전선을 마주하며 총부리를 겨누고 있고 핵(核)과 미사일을 앞세운 북의 도발수위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안보와 국방을 한 치도 소홀히 할 수 없음이다.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최근 ‘장병 급여 연차적 인상’방안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사병 급여를 최저임금의 5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병장 월급은 올해 21만6000원에서 2022년 67만1000원으로 현재보다 3배 넘게 큰 폭으로 인상된다.
 국정기획위는 이와 함께 병사들이 전역시 목돈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병사들의 ‘박봉(薄俸)’문제는 여러차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곤 했지만 인상폭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되었다. 국토수호의 신성한 국방의무를 하고 있는 병사들이 집에서 용돈을 타서 군생활에 사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소위 ‘있는 집’ 부모들이야 군에 간 자식이 걱정이 돼 돈이라도 안겨줘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을 군대에 보내놓고 돈까지 부쳐줘야 하는 심정이 편할 리가 없다. 군대가 위화감을 조장한다는 오명(汚名)까지 듣는 이유다.
 지난달 26일 국방부가 공개한 ‘군인복지실태’ 조사에 따르면 병사들의 평균 월 지출금액은 약 20만원으로 나타났다. 월급을 초과하는 액수다. 지출항목 중 간식·군것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월 평균 5만1801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창 많이 먹을 나이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로서는 당연한 결과다.
 먹는 것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출항목이 눈길을 끈다. 병사들은 20만원 가량의 월급을 쪼개 4만원 정도를 부모에게 송금하거나 저축을 하고 있었다. 젊은 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군생활을 하면서도 가족을 생각하고 또 전역 이후 사회에 나가거나 학업에 복귀할 때를 대비해 세월을 저축하는 마음 씀씀이가 여간 대견하지 않다.

 병사 월급 인상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려니와 갈수록 인구가 내리막길을 걷는 현실에서 병력의 질 향상을 통한 국방 선진화 달성을 위해선 필수불가결한 요소로서 환영할 일이다.
 국토방위를 하고 있는 병사들의 처우개선과 함께 이번 기회에 정부는 국토수호를 위해 희생한 참전용사들의 형편도 되돌아봐야 한다. 현재 6·25 참전용사들에게 지급되는 참전명예수당은 월 22만원. 그러니까 내년부터 현역 이등병이 받게되는 월급 30만6130원보다도 훨씬 낮은 금액이다.
 나라를 지킨 ‘목숨값’이 이래서야 전쟁이 나면 누가 총칼을 들고 전장터로 뛰어들지 의문이 든다. 참전용사들에 대해 국가가 보훈의 책임을 다할 때 젊은이들이 국가에 대해 헌신할 마음을 낼 것은 뻔한 이치다.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 후보 당시 “국가에 대한 헌신이 자긍심이 되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공약한 것은 비단 현역 병사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보훈교육연구원에 의하면 참전용사의 87%가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어 생계지원이 절실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치권에서 수당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당은 75세 이상 참전유공자들에 대한 의료비를 국가가 전액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개정안을 발의했고, 자유한국당은 명예수당 2배 인상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6·25를 이틀 앞둔 지난달 23일 마련한 참전용사 위로연에서 “참전명예수당과 의료·복지 등은 국가가 책임져야할 기본도리이며 최고의 성의를 가지고 보답하겠다”며 명예수당 인상을 강력히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본인이 밝힌대로 임기 동안에 참전용사들의 처우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참전용사 대부분이 고령(高齡)이다. 평균 연령이 86세라고 한다. 앞으로 10년 후면 대부분의 노병(老兵)들이 이 땅에서 사라져갈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호국영웅들의 위국헌신(爲國獻身) 은혜에 대해 보답할 마지막 기회인 지도 모른다.
 시간이 별로 남지 않은 참전용사들을 오래 기다리게 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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