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외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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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외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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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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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번역학 전공

[경북도민일보]  요즘은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이다. 주지하다시피 4차 산업혁명은 정보화에 인공지능, 로봇, 생명과학 기술이 융합된 차세대 산업혁명을 의미한다. 이러한 4차 산업시대에, 필자 주위의 사람들은 필자의 전공이 통번역학인지라, 이제 인공지능, 자동번역기가 다 번역을 해주니 이제 그 전공은 수명을 다하였다고 한다. 사실 정보화시대 이후로 자동번역에 대해서는 꾸준히 연구가 되어왔다. 번번이 통번역은 컴퓨터가 넘지 못하는 인간의 영역이라고 일컬어왔다.
 그러나 구글을 비롯한 기계번역의 품질이 완벽한 인간의 번역능력과 같아지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한다. 구글 번역기에 의한 영한, 한영의 번역 수준은 지난 몇 년 동안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수년전 필자의 영어작문 수업에 일부 학생들이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영작해서 발표하거나 제출한 과제를 검토하면,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번역한 어휘적, 통사적, 문체적인 특징이 명백히 드러나고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 영작시간에 학생들의 영어작문이 평소 수업 때 보여준 실력보다 훨씬 우수해서 학생들에게 “너희들이 스스로 영작한 것이냐?”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구글 번역기를 돌렸다고 한다. 몇 년 전 필자는 심한 딜레마에 빠졌었다. 학생들이 영작하는데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하여 오랫동안 판단을 내리지 못하였다. 결국 필자는 학생들이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서 영작을 하고, 초벌에서 문장을 검토하면서 영문을 읽어보는 것이 영어 학습효과가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래도 못한다고 안하는 것보다는 영어 한 문장이라도 더 읽어보니 말이다.
 요즘 나오는 앱은 기계번역에다 음성인식을 추가하여, 사람이 스마트 폰에다 말을 하면 바로 즉시 말한 내용에 해당하는 목표언어로 번역하여 발음을 한다. 이러니 통번역을 하는 사람이 이제 필요 없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아직은 맥락이나 억양, 그리고 뉘앙스에 대한 완벽한 처리는 기대하기 어렵고, 부차언어적인 자질 등 여러 문제가 남아 있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시간문제 일성 싶다. 그렇다면 영어를 비롯한 제2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정말 필요 없을까?

 인터넷, 홈페이지, 이메일 등이 등장하기 전에 무역업자들은 무역업을 위하여 전시회나 박람회에 참가하였다. 그리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설 때에는 사전에 예정된 방문업체를 방문하거나 그 도시의 전화번호부를 뒤져서 관련제품의 거래처를 찾아 전화를 하였다. 이렇게 연락해서 거래처를 방문하고 나서, 제품을 보이고, 설명하고, 샘플을 제공하고, 열심히 홍보한 후 귀국해서는 주문을 기다렸다. 요즘에도 전시회나 박람회에 참가하는 것은 무역거래의 기본이다. 제품과 관련된 키워드를 구글 검색 창에 입력하면 해당 제품과 관련된 전 세계의 수입, 수출업체의 정보가 뜬다. 하지만 검색의 방법이 바뀌었고 통신의 방법이 팩스에서 이메일로 바뀌었다 할지라도 역시 수출업자와 수입업자는 만나서 악수하고, 밥먹고, 술마시고, 대화를 나누어야 신뢰가 생기고, 신뢰가 지속되고, 주문이 이어진다. 더 자주 만나면 더 좋다. 대체로 수출업자보다는 수입업자가 갑이다. 전 세계 수많은 수출업자들이 자기의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려 하는데, 자기의 제품을 통번역 앱을 돌려서 설명하는 사람과 수입업자의 언어이든, 적어도 영어로 자신의 제품을 직접 설명하는 사람 중에 수입업자는 누구의 제품을 사줄까? 세계화시대에 국제결혼과 국제커플은 이제 일상화되었다. 연인들도 번역기나 통번역 앱을 돌려서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아니면 직접 몇 마디라도 원어로 직접 사랑을 전하는 아날로그 방식이 통할 것인가? 10년도 더 전에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의 원제목은 ‘Lost in Translation’, 즉 ‘번역에서 상실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번역을 통해서 사랑은 제대로 전달이 되기 어려운데, 앱을 통해서는 더 잘 안 된다. 1962년 동서냉전이 한창인 그 시대에 독일의 베를린을 방문한 존 F. 케네디 미국대통령은 독일어로 베를린 시민들에게 “Ich bin ein Berliner.” 즉,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라고 말하였다. 케네디대통령이 독일어로 직접 나는 베를린 시민이라고 한 말이 전하는 감동은 그 어떤 수백마디의 미사여구보다도 더 자유의 열망을 독일인들의 가슴에 심어주었다. 이 시대에 통번역 앱은 없었지만 이 말을 앱으로 들려주었다고 생각하면, 감동은 사라진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방한 시에 자주 했던 한국말인 “같이 갑시다!”도 같은 맥락이다. 인간의 감성은 기계가 대신하지 못하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외국어를 공부하여야 한다. 독일의 유명한 문호, 괴테(Goethe)는 “Wer fremde Sprachen nicht kennt, weiß nichts von seiner eigenen.’, 즉 외국어를 모르는 자는 모국어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우리말은 어떠한 것이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그리고 어떠한 표현이 적당하는지 등의 고민을 하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통번역 앱을 통하여 영어의 기본 의사소통이 해결되는 세상이라면, 이제 필자는 역설적으로 하나의 외국어 정도는 각자의 필요, 기호, 취미, 관심에 따라 하나쯤 공부해 보는 게 어떨까 한다. 그래서 본 칼럼의 제목도 ‘4차 산업혁명과 영어’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과 외국어’ 인 것이다.
 학습의 목적이 의사소통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의 폭을 넓히고 또 다른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배우고자 하는 것이라면, 영어가 아니라 중국어이면 어떻고, 독일어이면 어떻고, 베트남어이면 어떤가! 뉴욕 맨해턴의 골목길을 영어로, 호치민 1군의 골목길을 베트남어를 쓰면서 누비는 즐거움을 꿈꾸자.
 유튜브에는 다양한 언어의 초보 학습 자료가 즐비하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이 여름을 보내기를 제안한다. 필자는 올 여름방학에 연구실의 책장 한 켠에 꽂혀있는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Faust)‘ 독일어 원서를 읽어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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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 읽어주는 남자 2017-07-21 13:54:25
북캠으로 영어책을 읽으셔야 해요. 북캠을 이용하지 않고 영어공부를 한다는 것은 서울 부산을 KTX나 비행기로 갈 수 있는데 자전거 타고 갈려고 하는 것하고 똑같아요. 혼자 스스로 영어책을 읽게 되는데요. 완전 상상 그 이상의 효과와 책읽는 재미를 갖게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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