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 모용복기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07.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남자와 여자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왜냐하면 남자는 화성(火星)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金星)이라는 서로 다른 별에서 왔으므로…
 어느날 그들이 지구로 왔을 때 지구의 환경으로 인한 기억상실증으로 예전에 살던 행성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男과 女는 자신들이 본래부터 다른 행성에서 왔고 서로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오랫동안 부부들을 위한 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부부간 갈등 원인과 치유법 연구에 몰두해온 존 그레이 박사가 저술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원제 Truly Mars & Venus)는 출간 당시 숱한 화제를 뿌렸으며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과 인생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남녀간 성격과 행동, 문제해결 방법 등에서 서로 다르므로 이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해야만 비로소 사랑을 꽃 피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남녀간에 있어서 다른 점이 또 하나 있다. 남성과 여성이 느끼는 삶에 대한 만족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남성은 50대에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고 여성은 30대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대 남성은 모든 집단 중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뜻을 알고 그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 큰 근심거리가 없다는 나이 오십(五十). 하지만 우리나라 남성들은 가장 힘든 삶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애환(哀歡)을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지표다.
 6·25전쟁 이후에 태어나 가난한 나라에서 먹고살기 위해 기를 쓰며 공부를 하고 돈을 벌어야 했던 그들. 산업화의 역군이며 오늘날 대한민국을 이만큼 먹고살게 만든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이제 집안은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고 사회적으로도 일정한 역할을 분담하며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삶을 누려야 하는 그들이 왜 삶의 만족도에서 가장 낮은 위치를 차지하는 것일까?
 그들이 대답한 내용을 보면 이러한 의문이 풀린다.
 50대들은 현재 가장 큰 걱정거리로 ‘건강’과 ‘자녀교육’을 꼽았다. 지금껏 먹고살기 위해 잠시도 쉬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자신이나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으며 여행 같은 호사(豪奢)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심지어는 아내나 자식들 손을 잡고 영화관 문턱을 넘어본 기억도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이제 나이가 들어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좀 생기고 보니 지금 자신의 모습은 어떠한가. 뱃살엔 기름기가 넘쳐 행동은 느려지고 사고(思考)도 예전처럼 민완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몸 이곳저곳 성한 곳이 거의 없다. 몸을 돌보지 않고 혹사시킨 결과다.
 그렇다고 당장 짐 보따리 챙겨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텔레비전 방송처럼 자연 속으로 ‘고고씽’할 형편도 못된다. 아직 교육시켜야 할 고등학생, 대학생, 심지어는 졸업을 하고도 취직이 안돼 자신의 월급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웬수같은 자식이 발목을 잡고 놓지 않고 있는 탓이다.
 연로하신 부모님은 또 어떤가. 보릿고개와 전쟁 등 자신보다 더 혹독한 시대를 견뎌온 분들이라 병원비에 약값에 생활비까지 이것저것 들어가는 게 한두푼이 아니다. 부모님의 찌들고 힘든 일생을 똑똑히 지켜봐온 그들이라 부양(扶養)의 책임을 회피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멍에는 60대 이후가 돼서야 비로소 풀리기 시작한다. 50대 삶의 만족도 66.9%는 65세 이상에선 78.1%로 급등한다. 은퇴나 은퇴를 앞두고 비로소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취업이 안돼 20~30대 젊은층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이지만 실제론 청년층과 노년층 사이에 낀 중장년층이 가장 우울한 삶을 보내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30대가 남성보다 스트레스와 외로움을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와 경력단절로 인한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친 결과다. 여성은 40대까지 급전직하했던 삶의 만족도가 50대 들어서부터는 높아지기 시작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남성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여성은 50대가 되면 자식들이 어느 정도 장성(壯盛)해 육아노동에서 해방된다. 이 때 여성에게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는 시간이다. 자식은 대부분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거나 저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을 찾아 하고 남편은 남편대로 예전 같지 않게 관계가 데면데면해져 서로 열불나게 찾을 일이 없으니 자연스레 시간이 남아돈다.
 그래서 수십년 동안 안 만났던 학교 동창을 다시 만나고 예전 직장 동료나 미용실·화장품 가게 언니·동생, 사돈의 팔촌까지 엮을대로 엮어 수시로 만나 수다를 떤다. 그래서 오늘은 커피를 마시고 내일은 밥을 먹고 모레는 산에 가고 그 다음날엔 또 뭘 할까 즐거운 고민을 한다.
 어쩌면 50대 여성들이 쟁취한 이 시간은 젊은 시절 남편들이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밤이 새도록 ‘부어라 마셔라’하며 희희낙락할 때 그들이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을 달래가며 냉·난방기도 없는 컴컴한 집안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느라 청춘을 다 바친 데 대한 당연한 보상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50대 남녀의 이러한 부조화는 결국엔 가정을 위험에 빠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근래 들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황혼이혼의 시발점도 어쩌면 이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이러한 남녀간 차이를 인식하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다가갈 때 삶의 만족도는 동반상승하고 가정의 평화는 지켜지지라 믿는다.
 지구나이 50세, 화성남자와 금성여자는 이제 상대방 별(星)로의 여정(旅程)을 시작해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