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도시花’ 정책 성공하려면
  • 모용복기자
포항시 ‘도시花’ 정책 성공하려면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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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포항시가 천만송이 장미도시 조성사업 일환으로 지난 5월 영일대해수욕장 일원에 문을 연 영일대 장미원이 꽃이 지고 난 후엔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장미원은 4200㎡ 면적에 5400본, 39종의 장미가 식재돼 있다. 시는 2021년까지 천만송이 장미도시 조성을 위해 영일대 뿐만 아니라 포항IC 진입로, 시청사 주변, 형산강 도로변, 철강공단 내 여러 곳에 꽃을 심을 계획이다.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몇 년 후에는 포항 도심 어디를 가든 장미를 만나게 될 전망이다.
명실공히 포항의 시화(市花)인 장미가 그 이름값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포항시의 바람대로 사업이 잘 추진될 지는 의문이다. 조성된 지 불과 2개월 밖에 안된 영일대 장미원이 당초 예상했던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장미원에는 절반 가량만 꽃이 피어 있고 나머지는 전정(剪定)작업으로 줄기가 잘린 상태다. 장미는 1년 내내 피는 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5월 중순 이후 몇달간 꽃을 볼 수 있는데 문제는 꽃이 지고 난 후 꽃이 없는 공백기간에 대한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시는 장미원이 이달 말 열리는 국제불빛축제 등 다양한 행사와 연계해 포항과 영일대해수욕장을 찾는 외지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영일대해수욕장은 바다와 해상누각을 빼고나면 마땅한 관광상품거리가 없었다. 해수욕장이면 으레 있음직한 방풍림이 있는 것도 아니며 백사장 또한 해수욕장 치고 넒은 편도 아니다. 즐비하게 늘어선 음식점, 유흥업소, 숙박업소가 인접해 있어 관광객을 유인하는 인프라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활쓰레기, 오·폐수 등이 쏟아져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교통불편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빛축제 같은 큰 행사가 열리거나 피서철만 되면 그야말로 교통지옥을 방불케한다. 어지간한 인내심을 갖지 않고선 주차는 엄두도 못낸다.
포항시가 이렇게 자연경관이 부족하고 협소한 장소에 장미원을 만든 것은 어쩌면 미래를 위한 통큰 결단으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포항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에 그것도 주차공간이나 편의시설 대신 장미밭을 조성했으면 꽃이 없는 시기를 대비해 이를 활용할 방법도 아울러 강구했어야 했다.

넉넉잡아 9월까지 장미가 피어있다 해도 사실상 반 년 가까이는 꽃을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시는 꽃이 없는 겨울에는 LED 장미원으로 조성해 바다와 빛이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지만 그것도 해가 지고 난 뒤의 얘기다. 사실 겨울철에 불나방처럼 불을 찾아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은 도심이나 번화가의 경우지 해수욕장은 아니다.
야간조명만 해도 그렇다. 요즘 겨울철만 되면 전국 지자체 어디를 가도 루미나리에 같은 조명건축 축제가 넘쳐난다. 고작 1000평 남짓한 영일대 장미원에 설치된 LED 조명이 화려한 경관조명에 익숙해진 관광객들에게, 겨울의 컴컴한 영일만 밤바다 앞에서 얼마나 존재감을 나타낼 지 의문이 든다.
포항시가 시화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삭막한 영일대해수욕장에 모처럼 자연을 입힐 기회를 놓치지나 않았는지 생각되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장미꽃 1000만 송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꽃과 같은 자연환경이 포항시민, 관광객들에게 얼마나 즐거움을 가져다 주고 휴식을 제공하느냐다.
사실 포항의 시화가 장미라고 아는 시민은 드물다. 울산·영천·마산·고양·원주 등 이미 많은 지자체들이 장미를 시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장미는 우리 국민 대부분이 좋아하는 꽃인 반면에 어느 한 도시를 특색있게 만들지는 못한다는 반증(反證)이다.
가을에도 겨울에도 이른 봄에도 꽃을 피우는 다양한 꽃들을 심어 사계절 꽃으로 넘쳐나는 포항을 만드는게 더 낫지 않을까?
영일대 장미원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포항시의 도시화(花) 정책이 조금 더 유연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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