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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본향 대구서 근대 문인들의 숨결 느껴보자문학관 순례-8. 대구문학관
이경관기자  |  ggl@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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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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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문학관 전경.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작가들은 그 자체로 한권의 특별한 책이다.
경북·대구에는 작가들의 삶과 문학적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문학관이 여럿 있다.
삶의 지혜를 찾아 지역 곳곳에 자리 잡은 문학관을 둘러보자.

 우리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이 있었다.
 빛을 잃어 암흑이었던 때가 있었다.
 일제강점기.
 나라를 빼앗겼던 우리는 먹어도 배가 고팠고,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었다.
 그 시기, 많은 문인들은 사상 탄압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문학을 포기하지 않았다.
 일제의 압제로부터 풀려나면서 우리가 가장 먼저 되찾은 것은 우리 말과 우리 글이었다.
 우리 말과 우리 글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우리는 먹을 것을 없어도 배가 불렀고,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었다.
 우리 문학은 일제강점과 한국전쟁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태동하고 있었다.
 특히 대구는 영남학맥이 뿌리내린 곳이자 샛별처럼 빛나는 예술인을 배출해 낸 예술의 도시다.
 민족시인 이상화, 사실주의 소설의 대가 현진건, 감각시의 지평을 연 이장희까지 위대한 문인들을 배출한 근대문학의 도시기도 하다.
 근대문학이 꽃피던 1920~1960년대까지의 대구문학의 발자취와 작가, 그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대구문학관’.
 문학관은 대구의 역사를 오롯이 품은 대구광역시 중구 향촌동 9-1 옛 한국상업은행 대구지점 3~4층에 자리해 있다.
 2014년 개관해 현재 대구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현진건, 이상화, 이장희 작가 등 47명의 대구지역 문학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문학관은 대구문학아카이브, 행복한 문학서재, 즐거운 문학공방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구성돼 있다.
 
 

   
▲ 대구 문학가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조형물.

 △ 대구, 문학을 꽃피우다 ‘대구문학아카이브’
 대구문학관은 한 명의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한 타 문학관과는 달리, 특정시기 대구에서 활동한 작가 47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문학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구문학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구문학아카이브는 대구문학이 걸어온 길과 그 길을 빛낸 거장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공간으로 문학관의 중심 코너라 할 수 있다.
 한국 근대문학의 토대를 세운 1920년대부터 향토문학이 태동된 광복기를 거쳐 6·25전쟁을 전후한 대구문인들의 전후문학의 양상과 새 희망이 피어나기 시작한 순수문학의 시대인 1960년대까지의 다양한 문학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문학관을 들어서면 대구문학관의 상징조형물인 ‘죽순’이 먼저 우리를 반긴다.
 ‘죽순’은 대구에서 발행돼 한국 근대문학의 토대가 된 시 동인지 ‘죽순’을 모티브로 해 대구가 한국 근대문학의 태동을 가져온 명작의 고향임을 상징한다.
 죽순을 배경으로 둘러싼 하얀 벽면에는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가들의 시의 일부분 또는 소설의 한 문장이 새겨져 있다.
 ‘작가와의 동행길’은 1950년대 향촌동을 중심으로 문학활동을 펼친 작가들의 에피소드를 표현한 곳으로 눈길을 끈다.
 전자동 시스템으로 멀리서 손을 흔들면 작가의 생애와 작품,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흘러 나온다.
 마치 그시대 골목길을 걷는듯한 환상에 빠져 그 시대 문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대구문학아카이브 전시공간을 마주한다.
 이곳은 지역문학의 장소성 및 투철한 작가의식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1920~1930년대는 ‘여명을 향한 발걸음’을 타이틀로 근대문학의 개화와 항일문학을 만나볼 수 있다.
 주요작품으로는 ‘금성’3호, ‘물새발자옥’, ‘조선시인선집’, ‘청마시초’ 등이 있다.
 40년대는 민족문학의 모색과 이념적 갈등기로 향토문학이 태동된 시기라 할 수 있다.
 향토 문학의 근간을 세운 대구의 시 문학 동인지 ‘죽순’과 조선아동회의 아동문학 활동을 만나볼 수 있다.
 50년대는 ‘절망에서 빚은 신념의 불꽃’을 타이틀로 6·25전쟁 전후 대구로 모여든 문인들의 문총구국대, 종군문인단 활동과 휴전 후, 자생력을 키우고자 했던 대구 문인들의 전후문학 양상을 볼 수 있다.
 60년대는 꽃잎처럼 피어나는 새 희망의 순수문학 시대로 순수와 참여문학의 논쟁이 벌어지던 1960년대 대구문단의 시대상과 시, 시조, 소설, 아동문학, 수필 등 분야별 활동을 만나볼 수 있다.
 많은 자료 중 특히 주목할만한 자료 또한 있다.

   
▲ 대구에서 발행된 한국 최초 시 전문지‘죽순’.

 문학관을 상징하는 조형물 ‘죽순’의 모티브가 된 해방 후 문단 최초의 시 전문지 ‘죽순’.
 ‘죽순’은 ‘죽순시인구락부’를 발행인으로 1946년 5월 1일 자로 대구에서 발간됐다.
 1949년 7월 11집으로 종간할 때까지 임시 증간호를 포함해 총 12집의 잡지를 발간했다.
 발행인은 ‘죽순시인구락부’로 돼 있어서 동인으로 활동임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것은 시인 이윤수에 의해 이뤄졌다.
 ‘죽순’ 창간호부터 12집까지 참여한 동인과 작품 수로는 박목월, 이영도, 이윤수, 유치환, 이호우, 김동사, 이응창, 김달진, 조지훈, 박두진, 박영호, 유치진, 천상병, 박영호 등 총 58명의 시인과 시 219편, 시조시인 5명과  시조 52편이 수록돼 있다.
 1939년 발간된 작곡집 ‘물새발자옥’은 박태준 작곡, 윤복진 작시로 만든 노래 13곡이 실려 있으며 표지는 화가 이인성이 만든 판화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중 일부)
 명예의 전당은 대구를 대표하고 한국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이상화, 현진건, 이장희 작가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항일작가인 이상화와 빙허 현진건, 고월 이장희 작품을 중심으로 항일민족정신을 계승하고 후대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구성됐다.
 이상화 시인이 부인 서온순 여사에게 보내는 친필서한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수록된 ‘개벽 70호’ 등이 전시돼 있다.
 현진건 작가의 40대 사진이 담긴 문장 10호와 ‘운수좋은 날’이 실린 현진건 단편선 등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다채로운 체험거리도 대구문학관의 자랑이다.
 1950년 전쟁발발 시 종군문인으로 전쟁에 참여해 나라를 지킨 당시 시대상을 느껴볼 수 있는 ‘종군문인방송체험 코너’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아이들은 직접 종군문인이 돼 남한으로의 항복을 권유하는 ‘북한 병사들에게’와 군인들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이기고 돌아오라’의 작품을 직접 낭독해볼 수 있다.
 ‘명작갤러리’는 대구 대표문인의 시와 소설을 읽으면서 작품의 배경을 그림으로 그려볼 수 있는 코너로 작품 완성 후 본인 이메일로 전송할 수 있다.
 명작과 춤추다 ‘희노애락’에서는 감정에 따라 시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중장년층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 해설사가 관람객들에게 대구문학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전시, 공연, 교육 등 ‘복합 문화공간’
 대구문학관은 문학뿐 아니라 전시와 공연, 교육 등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지역민들에게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문학관 4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는 기획전은 다른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보기 힘든 전시로 매회마다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전시는 ‘전선일보(戰線日報)-1950 전쟁을 노래하다展’으로 한국전쟁기 종군문인단으로 활약한 문인들의 작품과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9월 17일까지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총과 칼을 대신해 펜으로 조국을 지킨 ‘종군문인단’의 이야기를 작품과 작품집, 당시 발행된 신문, 문인들의 시에 곡을 붙인 악보 등을 통해 선보인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문인들은 국군의 활약을 작품화하고 국민들에게 전파했으며 군인들에게는 사기를 증진시키고자 ‘문총구국대’를 조직했다.
 전쟁의 급박함 속에 문총구국대는 당시 대구에 조직돼 있던 종군문인단과 함께 각 군의 종군문인단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전쟁을 기록하고 이를 작품으로 남겼다.
 문총구국대는 9·28 서울 수복을 기점으로 약 3개월 남짓한 활약을 종결짓지만 각 군의 종군문인들은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갔다.
 그 작품집들이 모여 ‘전선시첩’, ‘보병과 더불어’, ‘전선문학’ 등의 작품집을 발행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시에 곡을 붙여 전쟁 내내 사기 증진을 위한 애창곡으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청마 유치환의 ‘보병과 더불어’는 전쟁의 비극과 그 속의 인간에 대한 탐구가 주를 이뤄 종군시집 중 문학성이 강한 전쟁시집으로 평가받고 있다.

   
▲ 기획전시실 전시 전경.

 문학관은 어린이·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교과과정과 연계한 진로체험과 창의적 체험 활동 등 청소년들이 직접 문학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한국문학의 독자저변을 넓히고 문학계의 활력을 불어넣고자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문학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복합문학 프로그램으로 근대소설과 연극을 결합한 ‘낭독공연’을, 음악과 문학을 결합한 ‘문학오페라’ 등 문학과 다양한 장르를 결합해 다양한 방식으로 관람객들이 문학을 즐길 수 있도록 공연프로그램을 비상시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 관람객들이 다양한 문학작품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행복한 문학서재와 동화감상방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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