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우리는 미국을 부러워해야 하는가
  • 모용복기자
언제까지 우리는 미국을 부러워해야 하는가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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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지난 25일 혈전 제거 수술을 받고 뇌종양 치료로 입원 중인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의회에 출석해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 폐지 논의를 위한 표결에 참석했다.
표결은 찬성·반대 50 대 50을 기록했고 결과적으로 매케인의 한 표 덕분에 오바마케어 폐지 토론을 개시하는 데에 가까스로 성공할 수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오바마케어 폐지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
이날 메케인이 의사당에 들어서자 양당 의원들은 박수와 환호로 그를 맞았고 메케인은 양 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화답했다. 왼쪽 눈 위로 붉은 수술 자국이 선명했다.
전 세계는 메케인 상원의원이 보여준 행보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이날 표결에 참가하기 위해 아리조나에서 워싱턴DC까지 장장 3000㎞를 날아왔다.
“내가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작은 역할이나마 할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로 시작된 격정적인 연설은 80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15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그의 이러한 열정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우리를 뽑은 유권자들에게 더 훌륭하게 봉사해야 한다. 우리의 무능이 곧 그들의 생계”라고 한 그의 말처럼 국민에 대한 봉사와 정치 지도자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 우리 국회에서도 투표가 있었다.
미국보다 사흘 앞선 22일의 일이다.
문재인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제출 45일만에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통과된 11조원대 추경안은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핵심공약이자 정권의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종잣돈으로 쓰일 자금이다.
한 때 이 종잣돈은 자칫하면 종이조각이 될 뻔했다.
추경안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표결이 정족수에 미달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다름아닌 정부와 쌍두마차로 앞장서 정책을 이끌어 나가야할 여당 의원들이 26명이나 불참한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 개개인이 정치적인 소신을 갖고 정부의 부당한 정책이나 일방통행식 추진에 제동을 걸기 위한 차원이라면 정부 입장에서야 좀 섭섭한 일이지만 국민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불참한 사연은 그것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해외 출장·지역구 일정·딸 졸업식·군대 간 아들 면회…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당사자들 입장에서 보면 하나같이 중요한 일이라 생각될 것이며 따라서 언론과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것이 어쩌면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을 터이지만 그들이 국민을 대표해 나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선량(選良)들이라는 점에서는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사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대한민국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다. 따라서 일자리 추경안 처리는 문재인정부 성공의 시금석(試金石)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막중대사를 앞에 두고 여당 의원들이 26명이나 무더기로 불참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되기 어렵다.
이는 그들이 공인임을 망각하고 공(公)보다 사(私)를 앞세웠다는 명백한 증거다.
이날 추경안 통과 후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가)너무나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며 “여야 모두 패자”라고 한 말은 현재 우리 국회의 자화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여당의원들은 정족수 미달로 표결이 지연되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상경하던 도중 추경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공화당 매케인 상원의원이 3000㎞를 날아와 표결에 참여하며 정치인의 책임감을 강조한 것과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이다.
취임 이후 사안마다 매케인과 충돌해 온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미국의 용감한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韓·美 양국 국회에서 며칠 간격을 두고 벌어진 광경이 현재 양국 정치 수준을 나타내는 풍경화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왜 이렇게 세계까지는 몰라도 국민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안겨주는 정치인이 없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정적(政敵)인 공화당 매케인 상원의원과 민주당 샌더스 상원의원이 오바마케어 폐지 논의 투표 후 서로 얼싸안고 왈츠를 춘 것처럼 우리 국회의사당에서도 협치의 춤사위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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