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상처 받은 이들을 다독여주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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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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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클래식 이야기

[경북도민일보]  ▲ 낭만주의 음악의 거장 슈베르트
 18~19세기는 많은 변화와 변혁이 있는 시대였다. 유럽에서는 민중에 의한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고, 신대륙에서는 영국으로부터 분리되려는 미국 독립전쟁이 일어났고, 봉건적인 낡은 체제로부터 신세계를 연 계몽주의와 자본주의 사상이 널리 펴진 시기이기도 하다. 귀족의 권위는 떨어지고 은행가, 상인, 공장 경영인등 새로운 시민계급이 종교, 경제, 정치의 중심이 되고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생긴 시기였다.
 이시기에 음악도 큰 변화가 있었는데 산업혁명이후 산업계에서는 대중을 대상으로 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시대의 트렌드가 됐듯이, 음악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공연장 형태도 귀족을 대상으로 하던 이전과 달리 보다 많은 대중을 대상으로 한 공연장으로 바꿨고, 오케스트라 규모도 25명 수준이었던 것이 80~100명이 되는 오늘날의 오케스트라 규모를 갖추게 됐다.
 작곡에 있어서도 고전주의의 엄격한 형식이나 규율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낭만주의적 작곡 표현들이 한시대의 대 유행처럼 유럽전역으로 번져 나갔다.
 음악사적으로 본다면 고전음악은 베토벤의 사망을 기점으로 막이 내려지고, 곧장 새로운 음악시대의 흐름을 거스릴 수 없었는데 이것이 바로  클래식 음악의 대 부흥 ‘낭만음악시대’라 말할 수 있다.
 낭만주의의 바탕은 개인주의 사조인데, 고전파까지의 음악은 종교, 도덕, 인간의 보편적인 것을 작곡했다면 낭만주의는 작곡가의 주관적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오늘은 낭만음악의 거장 슈베르트에 대해 소개해본다.
 
 ▲ 배고픔으로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 작곡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슈베르트에 말한다면 ‘가곡의 왕 슈베르트’, ‘자장가’, 가곡 ‘보리수’, ‘아베마리아’ 정도이다.
 슈베르트는 모차르트와 버금가는 천재였고 (모차르트처럼 머릿속에서 먼저 작곡을 하고 나중에 악보로 옮겨 적는 속필가) 베토벤과 같은 시대에 살아서 당대 베토벤의 유명세 때문에 살아생전 빛을 보지 못했던 비운의 작곡가였다. 
 그가 천재같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의 음악들이 대중에게 친근했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은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을 만큼 따뜻하고 편안하다. 그의 대중적인 특징이 슈베르트의 위대한 천재임을 잠시 잊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31세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는 것은  그의 인생이 얼마나 고달팠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슈베르트가 20년만 더 살았다면 모차르트와 같은 경지에 올랐을 것이라고 많은 학자들이 평가하고 있다.
 슈베르트는 평생을 가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집도 없이 친구들 집을 전전하며 ‘동가식서가숙’하며 죽을 때까지 살았다. 그는 피아노도 없었고 친구들 다락방에서 기타로 평생 작곡을 했다. 그는 탐욕도 없고 출세욕도 없고 겸손하고 착해서 누구에게나 호감 형이었다.

 이런 그에게 음악을 사랑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는데 만약 그 친구들이 없었다면 슈베르트는 31살이 아니라 더욱 일찍 길거리에서 굶어 죽었을지도 모른다. 절친한 친구들 중에는 배우, 가수, 시인, 화가 등이 있었고 이친구들은 그냥 친구들이 아니라 용돈과 잠자리, 먹을 것을 제공하고 그를 보살펴 주었다. 보살펴 준 것만 아니라 화가는 슈베르트에게 그림을, 시인은 시를 주었다. 이런 주변의 친구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슈베르트가 있었고 그의 명곡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후대에 음악가들은 그의 친구들에게 지금의 슈베르트를 있게 함에 감사를 표현했는데 ‘슈베르트의 친구들’이라는 뜻으로 “슈베르티아데”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역사에 남게 했다.
 
 ▲ 첫사랑, 슈베르트 음악의 심장
 156cm의 왜소한 체격 때문에 비호감이었던 슈베르트는 ‘슈밤멀’(버섯의 일종)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자신의 작은 외모 탓에 소심해서 특히 여성 앞에는 수줍음이 많아 젊은 아가씨를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도  첫사랑이 있었고 열일곱 살의 젊은 슈베르트는 자신이 세례 받은 리히텐탈 교회의 100주년 미사에서 솔로 소프라노를 노래했던 ‘테레제 그롭’을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된다. 미모의 소유자는 아니었지만 친절했던 행동과 그녀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에 반해 슈베르트는 첫사랑을 영원한 사랑이라 여기고 그녀를 만난 지 사흘 만에 ‘물레 짓는 그레첸’을 작곡하고 그 다음해는 유명한 ‘마왕’을 비롯해 140곡 이상을 ‘사랑의 힘’으로 창작의 열정을 불태웠다.
 하지만 슈베르트가 안정적인 벌이가 없다는 이유로 테레제의 집안에서는 완고히 반대하여 사랑했던 여인을 다른 남자의 품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첫사랑의 슬픔 때문이었는지 슈베르트의 대부분의 작품 주제는 사랑의 슬픔, 고독, 연민, 차가움, 죽음 등 이다.
 그래서 그런지 슈베르트의 음악은 사랑의 상처 받은 이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힘이 있다.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냉가슴에 따뜻한 화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나홀로 고독한 삶을 사는 혼밥족의 식탁에 맛있는 양념이 되는 음악이 슈베르트이다.
 짝사랑으로 괴로워하는 청춘에게 용기를 주는 멜로디가 슈베르트이다. 사랑의 불길이 꺼진 것같아 보이는 노년에게 첫사랑의 추억과 함께 삶의 힐링을 주는 음악이 슈베르트이다. 연인들이 함께 들으면 행복해지는 노래가 바로 슈베르트이다. 
 

 ▲ 이루지 못한 첫사랑을 담은 미완성 교향곡
 슈베르트의 음악과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교향곡8번 미완성을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그의 교향곡 10개 중 8번 ‘미완성 교향곡’은 최초의 낭만적 교향곡이다. 원래 1822년 ‘슈터이어마르크 음악협회’의 명예회원으로 선정 되었을 때 슈베르트는 새로운 교향곡을 작곡해 선물로 화답했다. 교향곡의 전형적 특징은 4악장인데, 슈베르트가 음악협회로 선물한 교향곡은 2악장 형식으로 만들어져 협회에서는 슈베르트가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고 그 곡을 곧바로 없애버렸다.
 그가 죽은 지 30년이 지나서야 ‘미완성 교향곡’은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지는데 독일의 유명한 낭만 작곡자 ‘슈만’이 슈베르트의 동생 ‘페르디난트’의 집을 방문했을 때 ‘미완성’ 교향곡 원고를 발견했다. ‘슈만’은 악보를 발견한 당시의 감동을 이렇게 표현했다. “교향곡의 길이는 그야말로 적당하다. 마치 4편의 장편소설 같은 느낌이다. 독자들 스스로 끝맺음을 할 수 있게……. 결코 끝을 맺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 상쾌함, 이 벅찬 느낌, 이교향곡을 어떻게 끝낸다는 말인가? 언제나 실망할까봐 두렵고 가끔씩 실망 때문에 슬퍼지는 작품들과는 정말 다른 작품이다.” 이 곡이 바로 오늘날의 ‘미완성 교향곡’이 된 것이다. 이 교향곡은 슈만의 추천으로 멘델스존이 처음 연주했고 그 이후로 이곡은 명곡 반열에 오르게 됐다.
 돌이켜보면, 미완성 교향곡은 슈베르트의 인생과 그의 사랑을 잘 표현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사랑의 희열과 슬픔이 음악이 되는 미완성의 과정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한 사랑의 몸짓이자 표현이다.
 사람마다 첫사랑의 경험은 다양하다. 누구나 한번쯤은 이루어지지 않는 짝사랑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오늘저녁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미완성’을 감상하며 향수에 젖어 보자. 이미 흘러간 시간, 추억으로만 간직한  나만의 사랑이야기를…. 당신은 이미 멋진 소설가가 되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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