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운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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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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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경북도민일보]  최근에 역사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두 편이 있다. ‘군함도’와 ‘택시 운전사’라는 영화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강제로 징용된 조선인들의 아픔을 그린 영화라면 ‘택시 운전사’는 80년 5월 민주화의 성지 광주를 배경으로 소시민에게 비친 아픈 역사를 다루었다.
 이 두편의 영화는 극의 배경인 시대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과 장르는 다르지만 아직 치유되지 않은 ‘아픈 역사’를 담아내면서 관객에 다가서는 점은 비슷하다.
 1980년 광주는 여느 도시처럼 한가하고 평화로웠다. 그러나 중무장한 계엄 군인들이 광주를 점령하고 난 다음부터 광주는 전쟁터를 연상케 하는 살벌한 긴장감이 또 하나의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었다.
 영화는 1980년 5월 독일인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 택시기사의 눈에 비친 ‘5월 광주’를 다룬다. 택시기사는 평범한 시민이다. 서울에서 돈을 많이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를 태우는 순간부터 이미 시대의 비극과 아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옴 몸으로 맞닥뜨린다. 어쩌면 택시 기사는 하루 일당을 벌어서 삼겹살을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하는 것이 순수한 꿈인지 모른다. 그러나 평범한 택시 기사의 눈에 비친 광주의 참혹한 비극은 가늠 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온다. 광주의 비극은 결코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용감한 택시기사의 정의감 그리고 젊음을 아끼지 않고 민주화 운동에 헌신적으로 불태웠던 광주의 젊은이들과 시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독일 기자의 투철한 사명감이 없었다면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는 2003년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로 제2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했다.
 계엄 하의 삼엄한 언론 통제를 뚫고 유일하게 80년 광주를 취재해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대한민국’으로 전 세계에 5·18 실상을 알려 참된 언론인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택시기사와 독일 기자 카메라는 이들이 광주까지 가는 길, 광주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택시기사의 소탈한 마음속 행로를 따라가며 그 때의 관점으로, ‘그날’을 담아낸다.
 영화는 역사의 아프고 무거운 5·18의 옷을 벗고 가끔 해학과 웃음이 주는 여유를 가미하지만 그렇다고 눈살을 찌푸리거나 반감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웃음과 해학은 역사의 아픔이나 무거운 시대상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동기가 된다.
 영화는 ‘1980년 5월 그날의 광주’의 모습이 아니라 어쩌면 그날 이후 아직도 희미하게 잊혀져가는 우리들의 현재 모습에 초점을 두고 있다. 즉 지나간 ‘5월의 광주’라는 역사적 상처 앞에서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한다.

 택시 운전사는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을 이야기한다. 결국 광주라는 역사의 현장이 아니라 그 현장을 옴 몸으로 겪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1살 딸을 키우는 서울의 평범한 홀아비 택시기사 김만섭(송강호)은 외국 손님을 태우고 광주를 갔다가 통금 전에 돌아오면 밀린 월세만큼의 큰 돈인 10만원을 준다는 말을 듣고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길을 나선다. 그의 택시를 타게 된 독일 기자는 ‘사건이 있는 곳은 어디든 가는 것이 기자’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인간의 기본적인 ‘됨됨이’ 즉 사람의 ‘도리’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광주는 다른 지역처럼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터져 나오는 조용필의 노래 ‘단발머리’는 단번에 객석을 그 시절로 옮겨놓는 힘을 발휘한다. 사람은 사람 노릇해야 한다. 또한 사람은 양심과 상식이 통해야 한다. 인간의 신념이나 역사적인 사명감은 두 번째 문제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리고 ‘내가 그 때 저 상황에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 택시 운전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과거 속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현재 우리들의 이야기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이 노래는 군사독재에 맞선 시대의 함성이고 민주주의의 깃발이다. 양심의 표현이며 자유의 몸짓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몸부림이다.
 영화 ‘택시 운전사’는 가슴 아픈 눈물의 현대사를 따뜻한 웃음과 감동 그리고 희망으로 그려냈기에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역사의 기억을 관객들로 하여금 정화시켜 준다.
 80년 5월의 광주는 너무 무겁고 가슴 아픈 역사다. 그러나 택시 운전사, 독일 기자, 광주의 시민들과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빛바랜 흑백 사진의 편린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돌아보게 하고 그 따뜻한 마음은 세속에 찌든 우리를 거듭나게 한다.
 그렇다. 택시 운전사는 과거가 아닌 소시민적인 삶을 살아가는 바로 오늘 우리들의 이야기다.
 우리 주변에 많은 아픔을 간직하면서 자기 직업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김만복 같은 택시 운전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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