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이야기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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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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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관 기자의 책 이야기
▲ 이경관 기자

김중혁의 ‘모든게 노래’ 를 읽고

“집에 가긴 싫고 가서 혼자는 더 싫어 차라리 맥주 한 잔에 안주를 더 시켰네.(…)힘내라 나의 날들아. 이 모든 게 다 내 탓은 아니라네. 힘내라 남은 날들아. 혼자 같지만 혼자는 또 아니라네”(헤르쯔 아날로그의 ‘위로마이셀프’ 중)
8월 더위가 절정이다.
더위 때문인지 아니면 밥벌이가 고단해서인지 몸도 마음도 축났다.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잔이 주는 위로가 유일한 삶의 낙인 요즘, 세상만사 모든 것이 다 노래고 소설이라는 책 한 권과 위로는 셀프라는 노래 한 곡이 지친 나를 다독인다.
쓰는 것이 좋아 평생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다했던 소녀는 세월이 흘러 쓰는 일을 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서 ‘그냥 좋기만 했던 것’에서 ‘잘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그로인한 부담감에 잠못 이루기도 했다.
그럼에도 살아가야하는 하는 나날을 살아가면서 삶이 무의미할 때 만난 책이 김중혁의 ‘모든게 노래’다.
이 책은 다양한 노래와 아티스트, 그리고 작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인생, 그 자체가 노래라 말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나뉜 책을 읽으며 작가가 선곡한 노래를 따라 듣다보면 벚꽃이 만발한 봄이 스치고, 푸른 바다가 펼쳐진 여름이 지나고, 사랑이 떠났던 가을을 스쳐 홀로 걷는 그 길이 서러웠던 겨울을 지난다.
“누구에게나 그런 노래가 있을 거다. 듣는 순간 무방비 상태가 되는, 갑자기 한숨을 쉬게 되고 어느 순간 가슴이 아릿해지는 노래가 있을 것이다. 한번 눈물을 쏙 빼고 나면, 들을 때마다 슬픔은 반복된다. 오랜 시간 동안 노래에 익숙해지면 슬픔은 사라지지만, 몇 년이 지난 후 그 노래를 들으면 슬픔의 감정이 되살아난다.”(147쪽)
책 속에서 만나는 아티스트는 시대의 노래꾼 장사익, 김추자, 한영애, 김연자부터 한희정, 써니힐, 가을방학 등 인디 가수들까지 다채롭다.

장르도, 시대도 다르지만 이들의 노래는 ‘보편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노래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김중혁이 이끄는 노래와 아티스트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그 누구와도 다르지 않은 평범한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를 만난다.
“결국 음악을 듣는 것은 사람을 듣는 거로구나. 결국 책을 읽는 것은 사람을 읽는 것이고, 그림을 보는 것은 사람을 보는 것이구나.”(102쪽)
만년과장의 삶의 사는 우리네 아빠들에게 술 한잔 걸치고 부르는 오기택의 ‘아빠의 청춘’은 최고의 위로가 되고 높은 취업의 장벽과 비싼 등록금에 좌절하는 청춘들에게 옥상달빛의 ‘없는게 메리트’는 공감의 위로인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다.
이들은 김중혁과 함께 롤러코스터의 ‘Last Scene’에 삶의 쓸쓸함을 풀어내고, 손성제의 깊은 보이스를 들으며 깊은 우울을 만난다.
김중혁에게 영감을 줬던 많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내게는 김광석과 성시경이 있다.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나, 일을 하다 좌절을 맛 볼 때면 김광석의 ‘일어나’를 듣는다.
또 사랑에 눈물 지을 땐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나 성시경의 ‘그날이후로’를 듣는다.
그 노래들 속엔 스무살 짝사랑의 상처도 아릿한 첫이별도, 첫 직장에서 퇴사하던 날도, 첫 기사가 신문에 실렸던 날 등 내 모든 삶의 흔적들이 담겨있다.
노래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나와 또 나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마법같은 힘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그 노래를 계속 듣고 또 따라 부른다.
무엇이든 노래가 될 수 있고, 그렇기에 우리가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
언젠가 내 삶의 주인공이 돼 있을 이 세상 모든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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