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이 무슨 죄… 결국은 人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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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이 무슨 죄… 결국은 人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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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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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살충제 계란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북지역 산란계 농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지역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경북도가 총 259농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253개 농가는 적합판정을 받았으며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6개 농가에 대해서는 계란을 전량회수해 폐기처분하고 6개월간 잔류물질 위반농가로 지정해 규제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적합판정을 받은 253개 농가의 계란은 유통을 허용했다.
 도내 최대 산란계 사육지인 영주와 포항, 안동지역은 긴급검사를 실시한 결과 살충제 성분이 검출 안돼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빵·과자류를 비롯한 계란 가공식품은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으로 유통되는 까닭에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소비자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살충제 성분이 든 계란이 시중에 얼마나 풀렸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살충제 계란의 대략적인 생산량을 파악하려면 농장주가 언제 처음으로 살충제를 살포했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것을 알고 있는 농장주도 드물 뿐더러 설령 알고 있다 손치더라도 지금 시점에서 대놓고 말할 농장주가 몇이나 될까.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은 닭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어 키우는 소위 ‘공장형 밀집사육’방식이 원인이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철제 닭장 모습이 흡사 건전지와도 같아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밀집사육방식에서 감금된 상태로 사육되는 닭에 붙은 진드기를 박멸하기 위해 살충제를 뿌리다 보니 오늘날 이와 같은 살충제 계란 파동이 발생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이 함유된 살충제를 닭에게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살충제는 독성이 강해 인체에 다량 흡수될 경우 간이나 콩팥을 손상시키고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어떤 농가에서는 미국환경보호청(EPA)이 발암물질로 지정한 비펜트린이라는 살충제를 사용하기도 했다.

 농가들이 많은 양의 계란 생산을 위해 살충제를 사용하고 점차 내성(耐性)이 생긴 해충에 대한 박멸이 어렵게 되자 사용하면 안될 살충제까지 살포하는 악순환이 거듭돼 온 것이다.
 수익성만 쫓아 생산량을 늘리다보니 빚어진 결과다. 동물을 비윤리적으로 사육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 인간들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이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현실적으로 공장형 밀집사육을 당장 폐지하기 힘들다면 방사(放飼)형 농장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과 지원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정부의 허술한 관리도 이번 파동을 부채질했다. 계란 생산과정에서 살충제가 살포되고 있다는 주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당시 식약처 등 정부 당국은 계란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대답했지만 허위로 드러났다. 그 때 제대로 손만 썼더라도 지금과 같은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정부에 더욱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문제가 된 산란계 농장 대부분이 친환경 농장이라는 사실이다. 친환경 인증은 농식품부 산하 농산물품질관리원이 담당하고 있지만 실제 인증 업무는 민간기관이 대행하고 있다. 정부가 이들 민간 인증기관에 대한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들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김치·된장 등과 같이 밥상에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는 국민음식이기에 조금이라도 건강에 도움이 될까봐 비싼값을 주고 구매한 서민들은 분노를 넘어 깊은 허탈감에 빠졌다. 계란까지 믿고 먹을 수 없다면 서민들은 도대체 뭘 먹어야 할 지 막막할 따름이다. 정부는 뒤늦게 친환경인증제도를 손보겠다고 밝혔지만 그것이 과연 제대로 지켜질 지는 두고봐야 알 일이다. 우선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미봉책(彌縫策)으로 대처했다간 더 큰 재앙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그동안의 여러 사례들이 잘 말해주고 있다.
 먹거리가 무너지면 다 무너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먹거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정권은 희망이 없다. 그 원인이 전 정부에 있든 현 정부에 있든 지금 그것을 따지는 것이 중요한 일은 아니다. 피해를 입는 소비자는 국민이다.
 정부는 국민을 먹거리 공포에서 벗어나게할 신속하고도 항구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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