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슬픔 속 맑고 아름다운 힐링의 눈물 보다
  • 경북도민일보
고통·슬픔 속 맑고 아름다운 힐링의 눈물 보다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7.0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클래식 이야기

[경북도민일보]  △고통의 힐링, 슈베르트
 낭만주의 음악가 슈베르트의 철학은 무엇일까? 그의 음악은 표면적으로는 슬픔, 춥고 우울함, 그리고 죽음의 주제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인류에게 가장 맑고 아름다운 힐링의 눈물을 공유하게 한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우리 인생사의 ‘희로애락’, ‘생로병사’의 이야기를 긴 장편소설 같은 음악으로 풀어놨다.
 인간이 태어나 자라고 어른이 돼 경제활동을 하며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행복한 순간도 많지만 여러 가지 인생의 고난을 지나 늙고 병들어 죽음을 맞이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슈베르트는 웃음보다는 슬픈 눈물의 음악이다. 그래서 슈베르트 음악은 눈물로 슬픔을 이겨 내야하는 이들에게 치유의 힘을 준다.
 31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였지만 죽기 전까지 600편의 가곡과 400곡이 넘는 관현악곡을 포함하면 슈베르트의 작품은 1000편이 넘는다.
 이런 슈베르트는 역사상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작품을 만들어낸 천재 작곡가로 역사에 남겨졌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그의 음악이 연주되고 감상되고 있다.
 그는 평생을 가난으로 힘겨웠지만 음악이 있어 그의 삶은 늘 풍족한 예술가였다. 오늘은 슈베르트의 대표작품이자 최고의 연가곡(하나의 이야기를 여러 개의 노래로 만들어 연속해서 노래로 설명하는 형식)을 소개한다.
 
 △사랑의 절망에 힐링을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는 총 20곡으로 작곡됐으며 독일의 시인 빌헬름 뮐러(1794~1827)의 시에 곡을 붙여 만들어진 작품이다.
 방랑길에 오른 한 청년이 시냇물을 따라가다가 물레방앗간에서 일하는 아름다운 처녀를 만나게 된다. 첫눈에 반해버린 청년은 그곳에서 일하며 처녀를 사랑하는 전형적인 사랑이야기이다.
 주인공 청년이 아름다운 처녀가 좋아하는 초록 리본을 만들며 사랑을 키운다. 어느 날 그녀에게 자신들의 미래를 이야기하려던 그 순간 물레방앗간에 늠름하고 멋진 사냥꾼이 나타난다. 이내 처녀는 잘생긴 사냥꾼에게 마음이 빼앗기고 만다. 이를 본 청년은 사랑의 배신에 절망에 빠져 스스로 시냇물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는다. 
 각 곡의 제목을 보면 ‘방황’, ‘어리로?’ ‘발길 멈추다’, ‘시냇물에 감사’, ‘휴식하는 저녁’, ‘그녀에게 내가 물을 수 없네’, ‘초초’, ‘물레방앗간의 꽃 그녀’, ‘눈물비’, ‘그녀는 내사랑’,  ‘중간노래’, ‘초록리본’, ‘사냥꾼’,  ‘질투와 자존심’, ‘내가 좋아하는 초록’, ‘보기 싫은 초록’, ‘물레방아간과 시냇물’, ‘시냇물의 자장가’ 등인데 200년 전 시대의 사랑 이야기이지만 지금의 사랑이야기와 별다른 것 없는, 사랑하고 배신당하는 사람의 상실감은 21세기에서도 공감을 주기 충분하다.
 
 △고독한 인생여정에서 단비 같은 힐링의 노래 ‘겨울 나그네’
 ‘겨울 나그네’ 또한 방랑길을 떠난 한 청년의 이야기이다. 이작품은 앞의 ‘아름다운 물레방앗간의 아가씨’ 보다 더욱 우울하고 비극적이다.
 앞의 내용처럼 새로운 만남을 위한 설레는 시냇물도 없고 친구도 없고 그냥 죽음을 향해 질주하는 고독한 겨울 나그네길인 것이다. 인생은 태어나고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시간이 흘러 비로소 죽음으로 사라지는 긴 여행과 같다. 

 아름다운 물레방앗간의 아가씨의 20번째 마지막 노래의 제목은 ‘시냇물의 자장가’이다. 제목만 보더라도 죽음을 예비하는 복선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겨울 나그네’ 또한 마지막 24번째 노래 ‘거리의 악사’의 내용도 죽음을 예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첫 곡부터 연인을 잃은 청년이 죽음을 염두에 두고 겨울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을 하면 들뜨거나 기분이 좋아야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 그녀의 집 대문에 ‘작별 인사’의 편지를 남겨두고 힘없는 걸음으로 추운겨울 여행을 떠난다.
 셋째 곡은 ‘얼어붙은 눈물-얼어붙은 내 눈물 망울이 내 볼에 흐른다. 녹여다오 얼음 녹이듯 나의 모든 괴로움을’이라는 슬픈 내용의 멜로디가 아주 인상적일 것이다.
 다섯째 곡은 전 세계의 가곡이 돼버린 ‘보리수’이다. 우리가 중·고등학교 음악시간에 배우고 노래했던 그 노래인 것이다. 피아노 반주는 추운 겨울 차가운 바람에 낙엽이 날아가는 것을 효과 있게 묘사했고 곡 중간에 단조로 바뀌어 회색빛으로 우울해진다. 3절에는 그 우울함이 고통으로 바뀐다. 그리고 어둡지만 따뜻한 휴식.
 보리수 성문 앞 우물곁에 서 있는 보리수나는 그 그늘 아래 단 꿈을 보았네. 가지에 희망의 말 새기어 놓고서 기쁘나 슬플 때나 찾아온 나무 밑 오늘 밤도 지났네. 그 보리수 곁으로 깜깜한 어둠 속에 눈 감아 보았네. 가지는 산들 흔들려 내게 말해주는 것 같네 ‘이리 내 곁으로 오라 여기서 안식을 찾으라.’고 찬바람 세차게 불어와 얼굴을 매섭게 스치고 모자가 바람에 날려도 나는 꿈쩍도 않았네. 그곳을 떠나 오랫동안 이곳저곳 헤매도 아직도 속삭이는 소리는 여기 와서 안식을 찾으라.
 여섯째 곡은 제목이 ‘홍수’이다. 이 노래에서의 홍수는 “넘쳐흐르는 눈물”이라는 뜻이다. 넘쳐나는 눈물이 시냇물이 되고 시냇물은 흘러 사랑했던 여인의 집에 닿을 때면 이미 눈물은 큰 강이 될 것이다. 바로 실연의 슬픔이 눈물의 큰 강으로 표현되고 있다.
 일곱 번째는 ‘냇물 위에서’ 다음 곡은 저주스러운 거리에 대한 ‘회고’ 그다음은 방랑자를 유혹하는 ‘도깨비불’, 지치고 피곤한 ‘휴식’, 추운겨울에 봄을 갈망하는 ‘봄 꿈’, 홀로 비참 해진 ‘고독’, 연인에게서 올 것만 같은 올 리 없는 연인의 편지 ‘우편 마차’, 죽음을 암시 하며 내 뒤를 쫓아오는 ‘까마귀’, 남은 잎사귀에 희망을 걸어보는 ‘마지막 희망’, 개 고양이는 잠을 들지 못하고 사람들만 잠든 ‘마을에서’, 갈길 지났으나 쉴 곳 없는 방랑자에게 서있는 ‘이정표’, 장례식 화환이 있는 방랑자들의 ‘여인숙’. 차가운 얼음 같은 슬픔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용기’. 사랑과 희망은 없어지고 생명의 빛마저 사라지기를 원하는 ‘또 다른 태양’.
 그리고 마지막 노래 ‘거리의 악사’는 언 손으로 풍금을 돌린다. 그의 옆에는 동냥그릇이 놓여있고 그 그릇에는 동전 한 닢도 없다. 얼음 위를 맨발로 이곳저곳 비틀거리며 찾아다니며 연주하고 있으나 누구 하나 들으려 하지 않고 어느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본 청년은 노인과 같은 동질감을 느껴 다가가 우리 함께 긴 여행을 하자고 권한다. “노인이여, 저와 함께 가시지 않겠습니까? 제 노래에 맞추어 손풍금을 연주해 주지 않겠습니까?” 라고 죽음을 암시하며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끝을 맺는다.
 
 △음악적 카타르시스의 최고 걸작, 슈베르트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권하고 싶지 않는 곡이지만 불혹의 나이가 지난 진정으로 클래식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슈베르트 음악의 진국을 맛보시라 추천해주고 싶은 곡이다.
 왜냐하면 슈베르트는 음악적 카타르시스의 극치이기 때문이다.
 카타르시스(Catharsis)란 비극을 봄으로써 우울함, 불안감, 긴장감 등이 해소돼 마음이 정화되는 ‘감정의 배설’로 정의할 수 있다.
 극단적인 음악적 비극으로서 슈베르트의 곡들을 통해 경험하는 죽음과 자살의 비극은 관객들에게 슬픔과 고통, 연민으로 오히려 감정이 순화되는 정신적 승화작용인 카타르시스를 유발시킨다.
 또한 슈베르트의 음악적 주제 ‘방랑’이란 우리 인생을 죽음을 위한 잠시 쉬며 거처 가는 여행일 뿐이라고 풀어놓고 있다. 그 여정은 생생하고 간절하고 애절하며 눈물이 나온다.
 ‘겨울 나그네’ 24곡 모두 제목만 보아도 어둡고 우울한 노래로 가득하고 그 끝은 죽음이며 사랑의 배신을 겪는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는 주인공의 자살을 절정으로 하고 있다.
 누구나 인생 여정의 힘들고 고된 시간을 겪으며 극단적인 슬픔과 우울함에 빠질 수 있다.
 ‘겨울 나그네’의 마지막은 비극적 죽음으로 끝이 나지만 감상하는 이에게는 카타르시스 작용으로 힐링의 시간을 준다. 슬픔에 위로가 필요할 때 절망적인 상황에 용기가 필요할 때 슈베르트의 연가곡을 번역된 가사와 함께 감상하기를 적극 추천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