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드라마 ‘염쟁이 유씨’ 가슴 뭉클한 감동 선사
  • 이경관기자
모노드라마 ‘염쟁이 유씨’ 가슴 뭉클한 감동 선사
  • 이경관기자
  • 승인 201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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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항문화재단 주최 공연 시민 500여명 관람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죽는다는 것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인연이 끝나는 것이 아니네”
 국내 대표 모노드라마 ‘염쟁이 유씨’가 지난 19일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공연됐다.
 포항문화재단이 주최한 이번 공연은 2회 공연동안 500여명의 포항시민들이 찾아 염쟁이 유씨가 들려주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통해 웃음과 감동을 만끽했다.
 지난 19일 오후 5시 포항시청 대잠홀을 찾아 포항을 찾은 ‘염쟁이 유씨’를 관람했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흰 가운을 입은 염쟁이 유씨가 무대에 등장했다.
 그는 내 부모이거나 자식이거나 연인이거나 혹은 잊혀져가는 존재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모노극 ‘염쟁이 유씨’는 배우 유순웅을 주인공 유씨로 염두해 두고 제작에 들어간 작품으로 유순웅은 이날 포항 공연에서도 1인 15역의 신들린 듯한 연기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60여 년간 죽은 자의 저승길을 배웅하는 일로 밥을 먹고 산 염쟁이 유씨.
 그런 그가 마지막 염을 앞두고 자신을 찾아온 ‘기자’와 ‘전통문화체험단’에게 지난 세월을 회고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기자와 전통문화체험단은 모두 관객들이 맡았다.
 그는 관객들에게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통해 삶에 대한 생각, 그리고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유순옹은 때로는 염쟁이 유씨로, 때로는 무대 위 배우 유순옹을 오가며 따뜻한 시선과 재치있는 말솜씨로 관객과 소통했다.
 염쟁이 유씨는 대대로 염을 해온 집에서 자랐다.
 유씨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아 발버둥쳤지만,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염을 시작으로 염쟁이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우리가 잊을 수 없는 성수대교 붕괴, 현대 골리앗 타워 농성, 세월호 사고 등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슬픈 사연들을 목도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많은 성찰을 들려줬다.
 한편 또 다른 장의사는 유씨와 다르게 철저한 자본주의 방식으로 장례를 치렀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상주도 대신해주고, 심지어 하객도 대신해주는 것.
 유순웅은 또 다른 장의사로 분해 관객들에게 자신의 명함을 나눠주며 한 바탕 떠들썩하게 객석을 흔들고 떠나갔다.
 유씨는 장례를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장의사를 통해 시대의 흐름 속 가벼워진 장례문화를 비판하고 아버지의 유언장을 보기 위해 염을 풀어달라 말하는 못된 자식들을 보며 “죽은 자의 썩는 냄새보다 산 사람의 썩은 냄새가 더욱 지독하다”고 힐난한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어. 근디 땅에만 묻혀버리고 살아남은 사람 가슴에 묻히지 못하면, 그게 진짜 죽는 게여.......”
 유씨는 자신의 마지막 염에 한 올, 한 올 정성을 다한다.
 염이 끝나갈 즈음, 그는 자기와 아들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아들에게만은 염쟁이의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가겠다는 아들에게 다른 직업을 찾으라고 몰아세운 뒤 외지로 보냈던 것.
 마지막 염을 마친 유씨는, 자신이 수습한 시신이 자신의 아들이었음을 토해낸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게 바꾸고 싶다던 아들이, 결국 죽음으로 돌아온 것.
 그는 바보같은 생을 살다간 아들의 원통함과 아버지와 아들의 마지막을 준비해야하는 자신의 기구한 팔자에 목놓아 운다.
 “죽는 거 무서워들 말아. 잘 사는게 더 어렵고 힘들어…”라는 유씨의 마지막 대사로 극은 막을 내렸다.
 연극 ‘염쟁이 유씨’는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편안하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또 우리나라 전통 장례 절차를 보여주는 동시에 삭막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과 위로를 전했다.
 “산다는 건 누군가에게 정성을 쏟는 일이고, 그런 삶이 차곡차곡 쌓여 죽음이 된다”고.
 이날 부모님과 함께 연극을 관람했다는 김미현(34)씨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며 “유씨의 말처럼 하루하루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가야겠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아들과 연극을 관람했다는 박희숙(59)씨는 “유씨의 삶을 보며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며 “아들이 취업을 못해 힘들어하는데 잘 위로해줘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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