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과 전쟁… 항구적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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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과 전쟁… 항구적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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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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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오늘은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고 하는 처서(處暑)다. 처서가 되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극성스런 파리·모기들도 자취를 감춘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우스갯말도 그래서 생겼을 터이다.
 이 무렵은 음력 7월 15일 백중(百中)의 호미씻이(洗鋤宴)도 끝나는 시기여서 농사철 중에 비교적 한가한 때이기도 하다. ‘어정 칠월 건들 팔월(어정거리면서 칠월을 보내고 건들거리면서 팔월을 보냄)’이란 말이 있듯이 일년 중 다른 때보다 가장 한가한 농사철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한다.
 경북도가 지난 21일 선제적 가뭄대응을 위해 지난 5월말부터 운영에 들어갔던 가뭄대책상황실이 72일 만에 종료했다. 8월 들어 내린 단비로 저수율이 평년 대비 86% 수준에 도달해 가뭄주의 단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마침내 가뭄과의 긴 전쟁이 끝나고 풍년농사를 기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 경북은 동해안지역에서 유난히 가뭄이 심했다. 서울 경기·충청 및 경북북부지역은 물난리로 피해를 입은 반면 포항을 비롯한 경주·영덕·영천·울진·청송 등 경북동남부 지역은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연일 마른 장마가 이어지면서 올해 농사를 망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다. 다행스럽게도 이달 들어 내리기 시작한 단비가 가뭄해갈에 큰 도움이 됐지만 매년 되풀이된 가뭄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경북도의 전방위적 조치가 없었다면 영농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했을 것은 분명하다.
 도는 지난해 10월부터 봄철 농업용수 부족에 대비 가뭄대책비 22억원을 선지원해 관정개발, 양수기 설치 등 용수개발과 지속적인 용수관리로 올해 3월말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을 평년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 영농기 용수공급에 대비하는 한편 도의회·한국농어촌공사 등 유관기관들과 긴밀한 가뭄대응체계를 구축해 단계별 예산 적기지원, 농업용수 급수대책을 시행했다.
 일선 시·군에서도 양수장을 만들고 암반관정을 개발하는 등 가뭄과의 사투에 팔을 걷고 나섰다.

 한 지자체에서는 하수처리장의 방류수를 농업용수로 활용해 가뭄극복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문경시 하수도사업소는 점촌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재처리해 하루 1만여t의 농업용수를 인근 농지 200여ha에 공급했다.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도 가뭄대책상황실을 운영해 기상상황과 급수상황을 상시 모니터리링하고 영농에 지장이 없도록 용수공급대책을 수립해 추진했다.
 포항·영덕·경주 등 지역 소재 농어촌공사 지사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저수율이 뚝뚝 떨어지자 수중모터를 설치해 농업용수를 공급하는가 하면 비상근무조를 편성해 휴일도 없이 가뭄대책에 총력을 기울였다. 오죽하면 여름철엔 평일은 말할 것 없고 주말에도 ‘농어촌공사 직원을 만나려면 저수지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가뭄 극복을 위한 그들의 지난(至難)한 수고를 짐작할 만하다.
 도를 비롯한 유관기관의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유례없는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 경북은 올해 가뭄 심각단계 발생이 무일(無日)을 기록할 수 있었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가 갈수록 아열대기후화 될 전망이어서 가뭄은 연례행사처럼 더 심각한 형태의 자연재해로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행히 올해는 도와 유관기관 노력, 8월 들어 내린 단비로 최소한의 피해를 남기고 가뭄이 물러갔지만 언젠가는 인간 노력의 임계치를 초월하는 때가 닥칠 것이다.
 그 때를 대비해 이제부터라도 항구적인 가뭄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가뭄은 자연재해이지만 대비하지 않으면 인재(人災)가 되고 만다.
 ‘하늘만 바라볼 것만 아니라 땅에서도 단비를 찾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도 관계자의 말이 주는 울림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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