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씩씩하게
살아가는‘나’를 위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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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나’를 위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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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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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관 기자의 책 이야기
▲ 이경관 기자

우지현의 ‘나를 위로하는 그림’을 읽고

 “그림을 본다는 것은 내면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그림은 내면의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도달하기 힘든 지점까지 마음을 이끌고 심연의 낯선 곳까지 우리를 안내한다. 그림 감상이란 두렵고도 즐거운 명상의 시간이자, 내면을 들여다보는 깊은 호흡이며 심연의 나와 만나는 의미 있는 과정이다.”(프롤로그 중)
 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처음을 경험하고 그 기억을 잊지 못한다.
 처음 학교를 입학하던 설렘, 첫사랑의 아릿한 추억, 첫 직장에 출근하던 떨림까지.
 잊지 못할 내 첫 경험 중 하나는 첫 미술 전시회를 갔을 때다.
 우지현의 ‘나를 위로하는 그림’은 그 첫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
 그녀가 전하는 샤갈, 메리카샛, 호머 등 다양한 작가들의 이야기는 그녀의 삶과 버무러져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해냈다.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땐, 꼭 첫 미술 전시회를 찾은 그 느낌이 떠올랐다.
 “그들이 미술관에서 옛 거장들의 작품을 연구하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완성해나갔듯이, 산책하는 기분으로 미술관을 느리게 걷다보면 분명하지는 않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는 모호한 감정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색의 여정에서 마주하는 그림은 우리에게 진심어린 소통과 공감을 전한다.”(73쪽)
 내가 처음 봤던 전시는 2005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들展’이었다.
 당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언니가 데려간 그 전시는 17세 소녀에겐 꽤나 큰 감동과 울림을 가져다줬다.
 소녀가 보지 못했던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었던 것.
 ‘그림’을 어떻게 봐야하는 것인지도 몰랐던 나는 그림 그 자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매료돼 4시간 가량 전시실 이곳저곳을 누볐다.
 그렇게 나의 미술관 첫 경험은 원색의 대담한 병렬을 강조해 강렬한 개성적 표현을 자랑하던 앙리 마티스와 함께 내 기억 속에 저장됐다.
 그 첫 경험 이후로 나는 서울, 부산, 대구 등지로 미술 여정에 나서기를 좋아했다.

 지금부터 몇 백 전 세상을 살다간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는 한 권의 소설보다 풍성했다.
 그 세계를 탐닉하다보면, 꼭 그 시대로 돌아가 작가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마저 들었다.
 문화부 기자를 하면서 다양한 전시를 관람하고 많은 작가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과정 속에서 처음의 설렘은 사라지고 익숙함만 남았다.
 그럼에도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하루하루 씩씩하게 살아가야하는 삶에 대한 위로를 받곤했다.
 “생이라는 고독한 여정에서 외로움을 상쇄시켜주는 것은 결국 서로의 온기다. 버겁고 두렵고 힘든 세상살이를 견디게 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다.”(88쪽)
 작가들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을 위로하고자했다.
 우지현 그녀가 작품을 통해 본 작가들도 그러했고 내가 취재를 하며 만난 많은 작가들도 그러했다.
 그 위로는 작가가 자기 스스로에게 보낸 위로인 동시에 작품 속 인물 또는 그 작품을 보는 관람객들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그들의 그 위로는 작품을 통한 하나의 연대로 발전돼 긍정의 메시지로 피워올랐다.
 ‘나를 위로하는 그림’의 저자는 “그림에서 삶을 보고 그림으로 슬픔을 건넜다”고 밝혔다.
 나 역시 프리다칼로의 ‘자화상’을 보며 그럼에도 살아갈 용기를,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고 살아있음에 감사를 느낀다.
 하루하루 씩씩하게 살아가는 ‘나’를 위한 그림이 당신에게도 있으면 어떨까.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끝에 ‘나’를 그리고 ‘너’를, ‘우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그림들은 나 역시 너와 다르지 않음을, 그렇기에 견디고 버티다보면 이겨낼 수 있음을 이야기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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