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와 한명숙
  • 모용복기자
택시운전사와 한명숙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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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연일 흥행돌풍을 이어가며 누적 관객수 1000만 명을 훌쩍 넘긴 영화 ‘택시운전사’는 우리 현대사의 비극인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다. 주인공 송강호는 당시 서울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11살 딸을 둔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는 밀린 월세를 갚을 요량으로 10만원이라는 큰 돈을 주겠다는 독일인 기자를 가로채다시피해서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로 향한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는 1980년 5월 계엄 하의 삼엄한 언론통제망을 뚫고 광주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려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용감한 한국인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와 헌신적으로 도와준 광주의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다큐멘터리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고 밝혀 비로소 택시운전사의 존재가 알려지게 됐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 영화는 기자의 시선이 아닌 택시운전사의 시선으로 1980년 5월을 그리고 있다. 송강호는 육군병장으로 만기제대한 충실한 대한민국 국민이며 택시영업을 하며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서울시민이다. 무엇보다 엄마 없이 홀로 키우는 딸을 끔찍히 아끼는 평범한 아빠다. 이런 그가 군부세력에 맞서 시가행진을 벌이는 데모대를 이해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시위현장에서 이리저리 흩어지는 대학생들을 보며 “비싼 등록금 주고 대학교 들어갔으면 공부나 열심히 할 것이지…” 하며 혀를 차는 모습은 동시대를 산 대부분의 아버지들, 가장들, 국민들의 모습일 것이다.
 주인공 송강호의 이러한 보수적 색채가 극중 배경이 된 5·18민주화운동의 비극과 사실성을 배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스크린 점유율이 압도적인 서울·경기를 제외하고 영남지역에서 가장 많은 관객 동원력을 보이고 있는 점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로 구속됐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년간의 수감생활을 끝내고 지난 23일 만기출소했다. 이날 교도소 앞은 축제장을 방불케했다. 여당 지도부를 포함한 한 전 총리 지지자 200여명이 몰려들어 노란색 풍선과 꽃다발, 플래카드를 들고 ‘한명숙’을 연호했다. 특히 대열에는 여당 원내대표 모습까지 보여 한 전 총리가 민주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케 했다.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한 전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 때 추모사를 낭독했다는 이유로 이명박 정권이 정치보복을 한 것”이라며 “정치탄압에 따른 잘못된 재판이었다”고 사법부를 적폐세력으로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야당은 “만장일치로 확정된 대법원 판결을 문제 삼는 건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한 전 총리는 참여정부시절인 2007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 경선비용 명목으로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015년 8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돼 구속됐다.

 대법원이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등 13명 전원일치 유죄판단을 한 것은 한만호씨 진술과 더불어 그가 한 전 총리에게 건넨 수표가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다. 이와 같이 명백한 물증에 의해 내려진 사법부의 최종판단을 잘못된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다면 그것을 믿을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민주당이 뭐라 하면 할수록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만 돌아올 뿐이다. 사법부의 판단이 그릇됐다는 명백한 근거가 있다면 재심청구를 하면 될 일이다. 야당이면 몰라도 여당과 한 전 총리는 최소한 이날 만은 함구(緘口)하고 근신했어야 옳다.
 대법원 유죄확정 판결 당시 대법관으로서 전원합의체에 참여했던 현 김소영 법원행정처장도 “근거없는 비난은 사법부 신뢰에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의 ‘억울한 옥살이’주장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집권 여당은 정부와 함께 나라경영을 책임지는 쌍두마차다. 정권 초기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동력으로 삼아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다양한 정책을 역동적으로 추진하려는 정부에 힘을 보태기는 커녕 눈 앞의 당리(黨利)에만 급급하다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뿐더러 종래에는 국민들로부터도 외면 당하게 될 것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더욱 이해 못할 일은 사법체계를 흔드는 발언들이 우후죽순으로 난무하는데도 여당 내에서 누구 하나 나서서 말리는 금배지가 안보인다는 사실이다. 단결이 잘 돼도 너무 잘된다. 하기야 국정운영과 안정에 심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당 대표가 먼저 나서서 논란을 확산시켰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아빠 없이 홀로 밤을 지새웠을 딸 걱정에 마음이 조급해진 택시기사는 독일인 기자를 광주에 남겨두고 급히 상경한다. 하지만 어떤 연유에서인지 도중에 차를 돌리고 만다. 그는 딸에게 전화로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다”고 말하고선 생사를 넘나드는 ‘지옥의 땅’ 광주로 다시 향한다.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인간의 도리’ ‘인간에 대한 도리’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영화가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인들, 특히 대통령 후광(後光)에 힘 입어 현재 과분한 국민지지를 받고 있는 여당 의원들도 국민에 대한 도리가 무엇인지 깊이 새겨봐야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객관성이 결여되고 도리를 벗어난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로만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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