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3만명 시대… 따뜻한 관심·애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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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3만명 시대… 따뜻한 관심·애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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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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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영(포항남부경찰서 경사)

[경북도민일보]  며칠전 일이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탈북민은 아니지만 동료를 따라 함께 갔다.
 신변보호관의 업무특성상 다른 경찰관이 담당하고 있는 탈북민이어도 같이 가는 경우가 있다.
 신변보호관은 보통 2명이 함께 움직인다.
 특히 만나야 할 사람이 여성인 경우 여자 경찰관을 데리고 가거나 여자 경찰관이 없으면 꼭 남자 경찰관 2명이 간다.
 그는 벌써 알고 있는 듯했다.
 우리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말을 꺼냈다.
 재입북 때문에 온 거 아닌가요? 나는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마시오.
 그리고 이야기가 이어진다.
 자신이 두만강 건널 때 이야기, 중국이야기, 국제정세 이야기.
 왠지 달변가인 그의 이야기가 공허해 보였다.
 여러 이야기가 오가다 담당자가 가족들은 보고 싶지 않으시냐고 묻자 시간이 정지된 듯했다.
 그는 말을 멈췄다.
 그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바닥을 응시했다.
 내가 자식들에게 해준 게 없는데 어쩌겠어요.
 내 나이 또래와 비슷한 그.
 내 또래들보다 결혼이 늦어 내 아들은 아직 초등학생이다.

 그렇다면 그에게도 우리로 치면 중·고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동병상련이랄까.
 그의 짧은 침묵에 내 마음도 정지했다.
 어제도 휴대폰 게임 오래한다고 야단쳤는데 마음이 아렸다.
 그도 그랬을 것이다.
 빛바랜 추억이 돼버린 이야기지만 그도 과거로 돌아가 아이들과 같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더운 날씨에 포항엔 비가 왜 안 오는가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경찰서로 돌아오는 길.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잠깐 동안의 침묵 속에서 나는 그에게서 나를 보았다.
 그도 나를 보았을까. 그와 나는 아버지다.
 자식들 앞에서는 강하지만 연약한 아버지.
 탈북민 3만명 시대.
 그들을 이방인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가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이듯 그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이다.
 탈북민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할 때다.
  김대영(포항남부경찰서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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