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선박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낳은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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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선박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낳은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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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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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지난달 말 포항 앞바다에서 잇단 선박사고로 7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하루 간격으로 일어난 이 사고는 결국 인재(人災)인 것으로 드러나 수백명이 목숨을 잃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민들 가슴에 큰 상처로 남아 있는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아직 안전불감증이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먼저 구룡포 해상에서 선박 전복으로 4명이 숨진 사고는 과적(過積)이 원인이었다.
이 선박은 홍게잡이를 위해 독도 근해로 이동 중이었고 출항 당시 어선 무게보다 무거운 통발어구를 적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고해역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높은 파도가 일어 어선이 통발장비 무게를 이기지 못해 전복됐다는 것이 선박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경에 따르면 홍게잡이 어선들은 한 번 바다에 나가면 조업기간이 통상 한 달 이상 걸리므로 출항할 때 최대한 많은 양의 어구 등 장비를 싣고 나가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이러한 잘못된 관행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결국 사고를 부르고 말았다는 것이다.
어선위치발신장치인 V-Pass가 작동하지 않은 것도 화(禍)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 장치는 선박 출입항 신고와 긴급신호를 위해 사용되는데 사고 선박이 출항 당시 포항어업통제국에 수기로 신고한 것으로 봐서 어선위치발신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선장이 긴박한 상황에서 비상벨만 누르고 미처 V-Pass는 미처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해경은 짐작하고 있다. 결국 과적과 비상구조장치 미비 등 안전불감증이 겹쳐 발생한 인재(人災)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하루 뒤 포항 구항에서 3명의 희생자를 낸 선박 충돌사고도 부주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는 정치망 어선인 태성호가 줄을 이용해 종선인 태성13호를 끌고 가던중 예인선 금광9호가 예인하던 바지선 금광10호와 충돌해 일어났다. 충돌 여파로 상대적으로 파손이 클 수 밖에 없는 목선인 태성13호는 곧바로 침몰해 배에 타고 있던 선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돼 해경이 수색 중이다.

태성호에는 어선위치발신장치가 부착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사고 직후 태성호 선장은 V-Pas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로 해경에 신고했다. 이 장치는 사고발생 시 어선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줘 골든타임을 확보하는데 필수적이다.
만약 설비를 갖추지 않고 항해나 조업을 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또 장치가 작동하지 않거나 고장, 분실신고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고장, 분실 시 신고만 하면 과태료 대상에서 제외되는 까닭에 어선들이 신고만 하고 고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심지어 일부 선박은 어자원이 풍부한 장소를 선점한 후 다른 어선에 어장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아예 장치를 꺼놓고 조업을 한다.
올해 5월 제주 해상에서는 50대 선장이 어선위치발신장치를 끈 채 음주운항을 하다 적발된 적도 있다. 이번 사고선박들이 어선위치발신장치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 고장 때문인 지 아니면 꺼진 탓인 지 명확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장치가 제대로 작동만 됐다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은 분명하다.
최근 포항 앞바다에서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선박사고는 평소 안전운항에 대한 주의에 조금만 신경썼더라도 막을 수 있었던 참화다. 풍랑주의보 때는 소형선박들은 출항하지 않거나 폭이 좁은 항구 입구 입출항 시 안전수칙, 또 위치발신장치 상시점검 등이 그것이다.
바다에 그물을 던지고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어민들은 이것저것 다 지키다간 입에 풀칠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시간과의 싸움, 경쟁선박과의 싸움, 어자원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으려면 위험감수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냐고 반문할 지 모른다. 하지만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조금 더 얻으려다 다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평소 안전조업에 대한 인식을 철저히 가져야 한다.
관리당국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어선위치발신장치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즉 장치가 고장나거나 미부착된 어선은 출항을 금지하거나 또 대학, 연구기관 등과 힘을 합쳐 긴박상황시 수작업이 아닌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선박에서 해경으로 곧바로 신고될 수 있는 첨단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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