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일상을 살아왔던 당신을 위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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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일상을 살아왔던 당신을 위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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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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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관 기자의 책 이야기
▲ 이경관 기자

   김민철의 ‘모든 요일의 여행’을 읽고

  “여행이 내게 일상의 리듬을 가르친다.”(187쪽)
 얼마 전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을 다녀왔다.
 유럽도, 가까운 이웃 일본도 아니었지만 내겐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다웠고 찬란한 여정이었다.
 지난달 말, 부모님과 함께 제주도로 3박 4일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곧 서른이 될 막내딸이 올해 환갑을 맞은 부모님을 위해 마련한 여행이었다.
 여행을 기획하게 된 대는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모든 요일의 여행’의 영향이 컸다.
 비단 우리 엄마, 아빠뿐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부모님들이 평생을 자식 뒷바라지만을 위해 모든 요일의 일상을 묵묵히 견뎌내셨으리라.
 부모님은 골머리 써가며 어렵사리 번 돈으로 여행을 준비한다니 쉬이 내켜 하지 않아 했지만 “철든 딸이 효도 한 번 하겠다는데 막지 말라”며 강력하게 추진했다.
 “지금을 남김없이 살아버리는 것. 다시 없을 지금, 여기. 다시 없을 내가 있다.”(125쪽)
 3박 4일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새벽 비행도 마다하지 않았던 부모님은 등산에 등 자도 생각이 없는 딸을 두고 한라산에 올랐다.
 윗세 오름에서 한 컷, 전망대에서 한 컷.
 셀카봉까지 챙겨간 두 분은 비바람 치는 한라산에서 찍은 수많은 사진들을 산 아래에 있는 딸에게 보냈다.
 비바람에 생쥐 꼴이 된 채로 천진하게 활짝 웃는 두 분을 바라보며 저절로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

 장장 5시간에 걸친 등산을 마친 부모님은 생선구이집에서 늦은 점심을 맛있게 드시고선 탄산온천에 몸을 담그며 피로를 풀었다.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 탕에 들어가 몸을 지지면서 그동안 못했던 인생 이야기, 연애상담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이튿날에는 우도를, 셋째 날에는 산굼부리 오름, 한담 해안산책로 등을 찾으며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겼다.
 또 끼니마다 흑돼지,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등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이 주는 행복감에 젖었다.
 엄마는 부엌에서의 해방됐다는 짜릿함에 취한 모습이었다.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호텔 침대에 누워 엄마는 “평생 아등바등 살아온다고 이런 여유 즐기 새가 없었는데 딸 덕분에 처음으로 진짜 쉬어본다. 엄마는 너무너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모든 요일의 여행’의 저자 김민철은 “때로는 여행을 떠나와 누군가의 일상이 묵묵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묵직한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어이 살아야 한다.”(203쪽)고 말했다.
 아마도 엄마가 느낀 진짜 ‘쉼’이란 여행 속에서 만난 타인들의 일상이 자신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건네받은 위로이지 않았을까.
 푸르르게 아름다운 제주도에서의 목적도 없고 방향도 없는 시간은 우리에게 부지런히 살아왔던 삶에 대한 위안이자 앞으로 부지런히 살아갈 미래에 대한 격려와 같았다.
 평소 책을 좋아하는 부모님과 나는 제주 시골길에 자리한 조용한 카페를 찾아 각자 챙겨온 책을 읽으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일상이 여행을 탐하게 하듯, 여행은 우리에게 일상의 리듬을 가르친 것이 아닐까.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부모님은 웃으며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갈까?” 물으셨다.
 ‘다음 여행엔 슬쩍 내가 빠져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부모님의 또 다른 여정에 응원을 보낸다.
 “그 모든 젊음엔 박수가 필요하니까. 그 모든 용기엔 팬이 필요하니까.”(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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