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쁨을 선물하는 치유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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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쁨을 선물하는 치유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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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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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김일영의 클래식 이야기

[경북도민일보]  △ 성취의 기쁨을 주는 치유 음악, 베를리오즈
 베를리오즈는 사랑의 성취를 통한 힐링의 음악을 우리에게 선물하고 있다. 베를리오즈 이전의 음악은 스트레스, 눈물, 고통, 상처, 슬픔의 카타르시스를 의미했다. 가슴에 쌓인 한을 어떻게 하든 혼자 알아서 삭혀야하는 마음 치유로 여겨졌다. 그러나 베를리오즈 음악이 주는 힐링은 성취의 환희이다.
 슈베르트가 이별의 상처, 사랑의 절망으로부터 위안을 주는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힐링이었다면, 베를리오즈는 도전과 성공을 위한 능동적인 힐링을 준다. 베를리오즈의 음악을 듣노라면 마치 에베레스트 등정 도전하며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의 외침 같고, 또한 고지 정복에 성공한 승리자가 외치는 희열 같기도 하다. 
 헥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년~1869년)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이다. 보통 음악이라 하면 하이든, 베토벤, 모차르트가 활동했던 오스트리아 빈을 생각하거나, 바흐, 헨델, 슈베르트, 슈만 등이 활동했던 독일, 그리고 오페라로 유명한 베르디, 푸치니가 활동했던 이탈리아가 떠오르지만 영국이나 프랑스는 음악적으로는 내세울만한 작곡자는 이렇다 할 작곡자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프랑스는 민주주의를 위한 대혁명으로 나라 전체가 사회적 변혁을 겪으며 음악에 대한 발전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었기 때문이다.
 
 △ 음악에 제목을 붙이기 시작한 베를리오즈
 베를리오즈는 프랑스의 전기낭만에서 후기 낭만주의까지 영향력이 있었던 작곡가로서 알려져 있지만, 음악 자체로 비교해보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 1830년에 발표한 ‘환상 교향곡’으로 유명해지면서 베를리오즈는 제목 없는 고전음악의 ‘절대음악’과는 달리 “표제 음악”의 형식을 유행시킨 장본인이었다. 표제 음악이란 곡마다 제목을 붙이는 낭만음악의 스타일이다.
 사람도 태어나면서 이름을 붙여주는데, 제목 없는 음악을 듣노라면 얼마나 밋밋할까? 지금은 이런 생각이 당연하지만 당시 베를리오즈의 시도는 파격적이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마치 암흑에서 테마 파크로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 악기마다 소리의 색깔을 찾아낸 베를리오즈
 베를리오즈는 음악과는 무관한 집안에서 태어나 특별히 음악교육을 받지도 않았다. 아버지가 의사여서 가업을 잊기를 바랬지만, 의대에 입학한 베를리오즈는 적성에 맞지 않다며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23세에 음악을 시작하기 위해 파리음악원에 입학하게 된다. 그는 다룰 수 있는 악기도 없었고, 연주 재능도 없었다. 어릴 적 조금 배웠던 플루트와 기타가 전부였다. 작곡자라면 의무적으로 피아노를 잘 연주해야 하지만 피아노조차도 전혀 연주할 수 없었다. 지금의 음악학도 이거나 음악예술인이라면 상상도 할 수없는 작곡가였다. 이를 보더라도 남들보다 20년을 늦게 출발한 베를리오즈가 성공하기 위해 바친 노력은 가히 상상하기도 힘들정도이다.
 파리음악원에서 작곡법 공부하기 시작했지만 교수들과의 마찰이 잦았다. 악기를 못다루면서 어떻게 작곡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그는 이런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다. 예를 들어 이 시절 베를리오즈는 음악원에서 배운 것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던 베토벤의 작품후기 현악 사중주작곡 기법을 스스로 개발하고 발전시켰으며 특히 악기들의 특성과 음향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오케스트라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은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마다 표현력이 다르다는 것에 착안하여 연구에 몰두하여 결국 음색의 효과를 마치 미술의 색깔을 썩어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가 만든 악기 사용법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영향을 받아 더욱 발전시켰고 후기 낭만파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오늘날 관현악법의 바이블이 되었다.
 
 △ 표현해야 사랑도 성취한다

 1827년 베를리오즈는 파리를 방문하게 된다. 평소에 문학을 좋아했고 문학을 음악에 접목해서 작품을 만들었던 터라 마침 그가 좋아했던 영국의 셰익스피어 극단의 공연을 보러갔다가 여배우 해리엇 스미슨을 짝사랑하게 된다. 해리엇 스미슨은 섹스피어 희곡 ‘햄릿’의 오필리아 역을 맡았는데, 이때의 첫눈에 반한 베를리오즈는 첫사랑의 감동과 열정을 ‘환상 교향곡’을 작곡하면서 쏟아 넣었다.
 베를리오즈의 첫사랑이 얼마나 뜨겁고 절실했는지 환상 교향곡을 감상을 해보면 금방 느낄 수가 있다. 당시 혈기 왕성한 24살의 베를리오즈는 불도저처럼 그녀에게 구애를 했다. 하지만 당시 무명의 가난한 베를리오즈에게 당대 최고의 스타 여배우는 오르지 못할 나무였다.
 이런 사랑의 패배에 낙심하지 않고 베를리오즈는 그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음악으로 승화시키게 되는데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환상 교향곡’(1830년 작곡)이었다. 2년 뒤에 파리에서 환상 교향곡을 공연하였는데 이날의 공연에는 프랑스에 거주하던 세기의 예술가들이 모두 한자리에서 공연을 감상하였다. 빅토르 위고, 하이네, 파가니니, 쇼팽이 객석에 앉았고 ‘환상 교향곡’의 주인공 ‘해리엇 스미슨’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영문도 모른 채 음악회에 초대되었던 스미슨은 교향곡의 내용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직관적으로 이작품은 자신의 이야기인 것을 알게 되었다. 베를리오즈의 사랑이 ‘환상 교향곡’으로 표현되자 스미슨은 크게 감동했다고 한다.
 그저 못 다한 짝사랑의 이야기로 끝을 맺을 것 같았던 둘의 관계는 결국 결혼이라는 사랑의 성취로 결말을 맺었다. 아마도 한 여인에 대한 끝없는 사랑의 구애로 사랑의 세레나데로 사용되었던 교향곡은 음악역사상 ‘환상 교향곡’이 전무후무할 것이다.
 환상 교향곡은 일반적으로 4악장 구조를 가진 교향곡과는 달리 5악장 구조를 기반으로 각 악장마다 스토리텔링이 숨어있다. 짝사랑한 연인을 하나의 주제선율(고정악상, 고정상념idea fixe)로 표현하고 처음 악장부터 마지막 악장까지 이 선율은 리듬, 악기 등을 변화시켜 사용된다. 전체 5악장을 통해 이 ‘고정 상념’은 여러 형태로 변하며 나타나고 사랑하는 님의 아름다움과 불안한 심리를 음악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1~5악장까지 모두가 매력적인 음악이지만 특히 2악장 ‘무도회’를 먼저 감상해보면, 분명히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의 매력에 흠뻑 취해서 1악장부터 5악장 끝까지 다시 감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상상의 여인 고정악상, 고정 상념의 주제를 찾아보면, 하나하나 실타래를 푸는 듯 그의 매력이 큰 감흥을 줄 것이다.
 1악장: 꿈과 열정(Revieries Passions):
 2악장: 무도회(Un bal):
 3악장: 전원 풍경(Scene aux Champs):
 4악장: 단두대의 행진(La marche au supplice):
 5악장: 악마의 축제날 밤의 꿈-마녀의 론도 사바(Songe d’unnuit du Sabbat-Ronde du Sabbat)
 베를리오즈가 환상 교향곡을 초연할 당시에 노트에 적은 직접 적은 내용이다. “병적인 감수성과 넘치는 상상력을 가진 젊은 예술가가 있다.그는 사랑의 고통에 절망한 나머지 아편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날 밤 기괴한 꿈을 꾸는데 그 꿈에서 사랑하는 여인은 음악으로 표현되어 하나의 선율이 된다. 젊은이가 곳곳에 돌아다니고 자꾸만 듣게 되는 하나의 상상(하나의 선율) 그것이 바로 연인에 대한 환상이다.”
 ‘사랑해요!’ 말하지 못하는 남자, 무뚝뚝한 남자는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도 사랑하지 않는 것과 같고. 사랑하지 않아도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나쁜 남자는 말 없는 남자보다 좋다. 그래서 베를리오즈는 사랑은 마음이 아니라 ‘표현’이라고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연애할 때는 과묵해서 멋있어 보여 결혼했는데, 아이 낳고 살아보니 이렇게 재미없는 남편이었으면 같이 살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회하는 여성들에게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을 남편과 함께 감상해보시라 권해드린다. 베를리오즈의 음악은 사랑하는 이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주는 힐링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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