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오거리와 육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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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오거리와 육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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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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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석 공인중개사

[경북도민일보]  사람에 오장 육부가 있듯이 포항에는 오거리와 육거리가 있다. 길이 다섯 군데와 여섯 군데로 갈라져 있는 곳을 오거리, 육거리라 말한다. 전국에 오거리는 더러 있지만, 육거리는 그렇게 많지 않다.
 포항 육거리는 도회지 중심에 있어 오거리와 더불어 ‘포항의 살아 있는 전설’처럼 오늘도 내일도 우리 삶의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육거리는 가까운 울산, 멀리 청주·진주 등에도 여러 모양으로 있다. 그 지역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르게 제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육거리가 그 도시의 중심 이었던 곳은 포항이 유일하다. 그래서 포항의 ‘육거리’라는 ‘말’이 우리나라 여느 도시보다 흔하게 쓰고 친숙한 말이 된지 오래 전의 일인 것 같다.
 포항과의 낮설은 인연은 대학시절인 70년대 말쯤으로 거슬려 올라간다. 청림 해병대부대에 입대한 친구 면회 차 홀로 첫 선을 본 것 같다. 30여년 전 빛바랜 기억으로 오거리는 시멘트로 만들어진 하얀색의 높은 탑이 로터리 중앙에 위엄있게 자리 잡고 있었다. 육거리는 로터리 중앙 분수대의 물줄기가 주변의 빌딩을 제압하고 있었다.
 자동차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여유로이 빙글빙글 돌면서 차례로 가고 싶은 거리(방향)로 정겹게 들어오고 나가곤 하였다. 지금까지 로터리가 그대로 있다면 아마도 초보운전자는 오거리와 육거리는 구경조차 못할 것이다. 하루 종일 마음속으로 애를 쓰고 속을 태우며 로터리를 빙글 빙글 돌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90년대 초에 오니 포스코의 성장과 더불어 포항시의 발전으로 자동차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있었다. 어느 때인지 모르지만 여느 도시와 같이 지금의 모습처럼 신호대로 모두 바뀌어, 지난 기억을 소환하기가 조금은 무색하게 된 같다.
 수년전만 해도 육거리는 포항시청(현 포은중앙도서관 자리), 북구청(옛 영일군청), 세무서, 등기소, 사법, 행정, 세무 등 각종 사무소 등이 주변에 즐비해 있었다. 포항의 행정 중심으로 그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기도 하였다. 중앙아트홀 뒤편을 불종거리라 부르는데 18세기 시장이 형성됐으며, 일제시대에 한국인에 의한 노점 상설시장인 여천장이 있었다. 불이 났을 때 작은 철탑위에 매달아 놓은 종을 쳤다 해 불린 이름이다. 육거리와 더불어 옛 포항의 아득한 어린 시절 역사를 알려주는 것 같다.
 육거리가 포항시의 중심이고 영일만 출발지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표가 또 있다. 육거리의 오거리방향과 중앙상가(실개천)방향 중간에 작은 교통섬에 도시마다 도시 중심부에 도로 출발점과 종점을 알리는 ‘도로원표’가 놓여있다. 서울, 부산, 대구, 속초, 인천, 경주 등 거리가 기록된 하얀 큰 돌로 육거리의 오랜 역사와 중심지였음을 온 몸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 같다. 지난 것은 1996년 끝 날에 만들어졌는데 수년전에 새것으로 교체했다. 왜 우리들이 예사롭게 보아 홀로 조금은 소원했을 지도 모를 ‘도로원표’다.

 오거리 새벽시장은 포항의 새벽을 여는 곳이다. 수평선 어둠이 열리면 삼삼오오 장을 펼친다. 사과, 감, 대추, 배추, 오징어, 문어, 소라 등 산과 들, 바다의 아들들, 천태만상의 만물이 보도에 첫 선을 보인다. 오가는 사람 혼돈되고 능글 맞는 흥정에 실랑이 넘치고, 어느새 웃음꽃 터진다. “고맙데이”, “많이 파이소” 노모의 입은 벌써 귀에 걸렸다. 철따라 계절을 옮긴 듯 사시사철 농수산물이 춤을 춘다. 육거리는 ‘포항의 원표’로 우리 포항의 ‘삶’인지도 모른다.
 첫 번째 거리는 오거리와 오광장, 경주, 부산 가는, 봄이 오는 남쪽으로 가는 희망길이다. 두 번째 거리는 실개천이 있는 중앙상가와 옛 포항역, 한양가는 유학길이었다. 세 번째 거리는 서산터널을 통해 대구~포항고속도로를 이어지는 소통의 길이다. 네 번째 거리는 우현사거리, 영덕, 금강산 등 동해안으로 가는 통일의 길이다. 다섯 번째 거리는 영일만신항과 신항 배후 산업단지로 이어지는 산업과 수출길이다. 여섯 번째 거리는 동빈 내항, 동빈 큰 다리를 지나 송도해수욕장을 가는 휴양과 낭만의 길이다.
 이렇듯 우리 선조들이 오거리와 육거리를 허투루 만든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먼 미래를 내다보는 숨은 뜻이 갈래갈래 물감처럼 물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우리 포항이 오대양 육대주를 향해 거침없이 힘차게 뻗어 나가라는 ‘파란 희망의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지금 포항은 영일만항을 개항하는 등 환동해 중심도시로 발돋움하는 그 성장의 선상에 놓여 있다. 이미 포스코가 신 제철공법인 파이넥스 기술을 개발하는 등 산업의 쌀인 철로 세계 철강사를 다시 쓴지 오래다. 포스텍은 대한민국을 넘어 차세대 과학계 주역들이 노벨과학상의 꿈을 꾸고 있어, 과학과 기술로 오대양 육대주를 지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철도부지 도시숲,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등을 조성해 철강산업의 무거운 이미지를 그린웨이(Green Way) 조성사업으로 녹색문화 도시건설의 꿈을 실천하고 있다.
 보라! 영일만항을, 울긋불긋, 마치 커다란 꽃들이 수놓은 것처럼 컨테이너들이 줄을 서듯 기다리는 것을.
 들리는가? 5대양 6대주의 무역선 뱃고동소리가…
 오거리와 육거리의 염원을 담아 포항이 경북 제1의 도시로 오대양 육대주의 주인공이 되는 날이 오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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