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수, 코끼리와 뜨거운 우정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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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 코끼리와 뜨거운 우정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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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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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코끼리와 나’ 주연 오달수
 
 
“우리 모두 어쩔 수 없이 책임지게 된 코끼리같은 존재를 곁에 두고 있는 것 아닐까요. 제 경우엔 고개만 돌리면 그런 존재들로 넘쳐나니 문제지만요.(웃음)”
 개성 넘치는 외모와 연기로 영화와 연극을 넘나들며 사랑받고 있는 배우 오달수(39).
 그가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극단 `신기루 만화경’의 신작 `코끼리와 나’(이해제 작ㆍ연출)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선다.
 내달 21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개막하는 이 연극은 조선 태종실록에 기록된 조선 시대 최초의 코끼리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간과 코끼리간 우정을 그린 코믹 사극.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오씨를 3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1년에 적어도 한번은 무대에 오르려 한다”면서 “예감이 빗나간 적이 별로없는데 이번 연극을 앞두고는 유난히 예감이 좋다”면서 연극에 벌써 흠뻑 빠져 있음을 드러냈다.
 오달수가 맡은 역할은 나라를 위해 코끼리 `흑산’을 지켜야 하는 소도둑 `쌍달’.
 태종 11년(1411년) 왜왕이 친선 예물로 보낸 코끼리 한 마리가 조선 땅에 육중한 발을 내딛는다.
 고려 대장경을 탐내는 왜는 겉으로는 친선을 표방하지만 속으로는 코끼리가 조선에서 죽길 바란다. 조선이 왜의 선의를 무시했다는 구실로 침략 전쟁을 일으켜 대장경을 빼앗겠다는 속셈.
 난생 처음 보는 육중하고, 흉하고, 난폭한 동물을 보고 조정은 우왕좌왕한다. 코끼리를 길들일 적임자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자 난감해한다.
 그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인물이 바로 `쌍달’. 훔친 소떼를 몰고 우시장에 가던 쌍달이 미쳐 날뛰는 소를 능숙한 솜씨로 제압하는 장면이 눈에 띄며 그는 코끼리를 돌보라는 어명을 받는다.
 쌍달은 코끼리 `흑산’을 혐오하면서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만 차츰 흑산과 가까워지며 진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부담스럽기만 하던 코끼리 흑산에 애착을 느끼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못생긴 마누라를 데리고 살아도 예뻐보일 때가 있잖아요. 함께 부대끼다보니 서서히 정이 들었겠죠. 못된 사람들이 음식에 탄 약을 먹고 비실거리는 흑산을 보며측은하기도 했겠구요.”
 `코끼리와 나’라는 연극 제목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멋진 해석을 내놓았다.
 “우리 모두 어쩔 수 없이 책임지게 된 코끼리같은 존재를 곁에 두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부담스럽고 짐처럼 느껴져도 결국 보살피고, 화해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존재들요. 제 경우엔 고개만 돌리면 그런 존재들로 넘쳐나니 고민이죠. 하하” 이번 작품은 극단 신기루 만화경의 21번째 작품. 연희단거리패에서 10년간 몸담은 오달수는 2000년 극단 신기루 만화경을 만들어 그동안 `다리퐁 모단걸’, `로빈슨크루소의 성생활’, `흉가에 볕들어라’ 등 화제작을 비롯해 모두 스무 편의 작품을 올렸다.
 평균 1년에 세 편 정도 올렸으니 극단으로선 엄청난 다작(多作)인 셈이다.
 “평소엔 각자 뿔뿔이 흩어져 개별적인 활동을 하다가 연극에 들어갈 때마다 모이는 프로젝트 방식으로 극단을 운영하고 있어요. 덕분에 크게 비용 들 일은 없습니다. 수익도 똑같이 나누지요.”
 곧이어 “사실 수익은 거의 안난다”면서 “극단이 아직 만으로 일곱 살 밖에 안됐는데 돈을 좇을 때는 아닌 것 같아요. 한 스무 살 쯤 되면 수익이 나려나요”라며 씩웃는다.
 이번 연극에서 극본과 연출을 맡은 이해제와는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 이해제가 쓴 모든 작품에 출연했을 만큼 둘은 연극계의 명콤비로 통한다.
 `코끼리와 나’도 이해제가 주인공 `쌍달’로 오달수만을 염두에 두고 써내려간 작품이다.
 “한편으로는 고마우면서도 부담이 많이 됩니다. 기대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고요. 요즘 술을 먹지 않으면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해요.”
 하지만 극본이 워낙 탄탄하고, 재미있어서 연극은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단다.
 그의 말대로 연극엔 재치 있는 대사들이 곳곳에 포진해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손바닥에 바늘을 감추고서 미쳐 날뛰는 소를 찔러 제압한 소도둑 쌍달이 능청스레 내뱉는 “바늘부터 훔쳤죠”라는 대사도 그 중 하나. `바늘 도둑이 소도둑된다’는속담을 이용한 유머이다.
 쌍달과 함께 극의 또다른 축을 이루는 코끼리 흑산이 연극에서 어떻게 구현될 지도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몸길이 6m, 몸무게 6t 이상의 거대한 몸집으로 묘사되는 흑산은 무대 장치를 이용해 코, 다리, 엉덩이 등 일부분만 형상화되거나 배우들이 겹겹으로 층을 쌓는 방식으로 표현해낸다.
 배우들은 이런 `아크로바틱’한 동작을 소화하기 위해 움직임 연출가 이두성씨에게 집중 지도를 받고 있다.
 “이번 작품이 저희 극단에는 큰 도전입니다. 이번이 첫 대극장 공연이라 자칫 분위기가 너무 붕 뜰 수도 있거든요. 게다가 몸을 쓰는 데 익숙치 않은 젊은 배우들을 강도 높게 훈련시키는 것도 처음있는 일이지요. 더운 여름 휴가까지 반납하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많이 오셔서 봐주셨으면 합니다.”
 한편 국내 서커스단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동춘서커스단의 박제 코끼리 `제니’가 공연 기간 극장 로비에 전시돼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제니는 동춘서커스단의 마스코트로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다 1980년 사고로 죽었지만 죽은 직후 박제돼 지금도 서커스단 곁을 지키고 있다.
 10월21일까지. 평일 8시(월 쉼). 토 4시ㆍ7시. 일 4시. 2-3만원. ☎1544-5955.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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