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그 그리움의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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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그 그리움의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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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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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경북도민일보]  정지용의 노래 ‘향수’는 고향의 추억으로 가득 차 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짚베개를 돋워 고이시는 곳/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긴 별/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추석명절이 다가온다. 해마다 추석 명절이 되면 정지용의 노래는 더욱 간절하게 들린다.
 추석 같은 명절은 고향이 더 그립다. 고향에 갈수 있다면 고향에 대한 애틋함이 줄어들지만 고향이 있어도 가지 못하면 고향은 더 큰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이 고향을 생각하고 고향에 대한 향수를 그리워하며 또 고향을 찾아 떠나는 것은 고향이 단순히 땅에 붙여진 지명이나 이름 때문이 아니다. 고향은 추억이기에 살아 있는 역사이고, 꿈과 애환이 담긴 곳이기에 현존하는 그리움이다.

 연어가 수 천 마일의 대해를 헤엄쳐 강의 상류로 회귀하듯 인간은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회귀본능이 있다.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 고향에 부모님이 살아 계시면 기쁨으로 다가오지만 이미 부모가 돌아가신 분이라면 고향은 왠지 슬프게 다가온다. 그래서 고향도 부모가 계실 때 고향이지 부모가 돌아가시면 고향이 점점 멀리 느껴진다. 
 그러나 고향의 굴뚝에서 올라오는 연기, 고향의 하늘, 들판, 냇가, 뒷동산, 소꼽친구들과 소 먹이던 산과 들 그리고 덩그렇게 고향을 지키는 큰 느티나무…
 이렇게 명절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고향의 소중함을 생각나게 한다. 그래서 고향은 늘 그리움이다. 고향은 따뜻한 어머니의 젖가슴이고 치마폭이다. 
 인간에게는 세 가지 고향이 있다. 첫째는 과거의 고향이다. 이것은 태어나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곳이다. 또한 가족이 있고 일가친척의 정겨움이 있는 곳이다. 과거의 고향은 육신의 고향이기에 늘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사람이 늙으면 추억을 먹고 사는데 바로 과거의 고향에 대한 향수다.
 두 번째는 현재의 고향이다. 사람은 살다가 정들면 고향이다. 혹은 이웃사촌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비록 태어난 육신의 고향이 아니더라도 이웃끼리 정을 나누고 더불어 함께 살아간다면 이것 또한 현존하는 또 하나의 고향이다. 그런 것 같다.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세 번째 미래의 고향이 있다. 이것은 죽어서 가는 고향이다. 미래의 고향은 영원히 안식 할 수 있는 고향이다. 미래의 고향은 세상에서의 수고와 고달픔을 내려놓고 맘 편히 쉴 수 있는 궁극적인 고향이다. 우리들이 언젠가 찾아갈 본향이다.
 고향이라는 말만큼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 단어도 드물 것이다.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고향의 연속선상에서 고향을 살아가고 있다. 결국 인생은 도상의 나그네다. 나그네에게는 언제나 돌아갈 고향이 있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말년에 폐질환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울부짖은 이유는 그에게 돌아갈 고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현대인들의 문제점은 고향을 잃은데 문제가 있다고 했다. 우리 모두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돌아갈 고향이 없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방황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고향은 마음의 보금자리요 안식의 터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향은 고단한 세상을 견디는 버팀목이다.“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히브리서11장1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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