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학교 학생들 이대로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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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학교 학생들 이대로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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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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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교 경북혁신교육硏 공감 소장

[경북도민일보]  퇴직 직전에 전교생이 20여명 되는 작은 학교에 근무할 때는 전교생들이 다 눈에 들어온다. 모든 학생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다 관찰된다. 내 눈에 뜨이지 않으면 다른 선생님의 눈에 뜨이게 돼 쉽게 선생님들 사이에 알려지게 된다.
 물론 좋은 점보다는 안 좋은 점이 더 눈에 띄는 것은 교사들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특히 작은 학교에서는 학교 자체를 거부하는 학생이 한 두 명이라도 있으면 학교는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그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교 교직원들이 그 학생의 동정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학교 교육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학교를 거부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학교라는 제도적 틀을 무시할 수 없어서 학교에 겨우 적만 두고 학교 가고오기를 제 멋대로 하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 이들은 자퇴할 수도 없다. 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이 수업일수라도 채워서  졸업하기만을 기다린다. 이렇게 제도권 교육에 부적응해 자퇴나 퇴학이 가능한 고등학생들이 경북에서만 지난 2014년 1297명, 2015년 1164명, 2016년 1226명이 학교를 떠났다. 이것은 실제 고등학교에서 가능한 한 학생들을 학교에 두게 하려고 노력하다 정말 어쩔 수 없이 내보낸 학생들의 수다. 그러니까 1년에 도시의 큰 학교 두 개 정도의 학생 수가 학교를 완전히 떠나는 것이다. 
 이들에게 학교는 어떤 의미일까?  과연 학교라는 것이 이들의 삶을 풍부하게 하고 미래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역할을 할까?  이들에게 학교란 또래 집단이 존재하여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 외에는 별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 학교는 학습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가에 의해서 제도가 만들어져 있고 국가에 의해서 배워야 할 것이 정해져 있다. 그들에게 그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공허한 지식만이 있는 교과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해진 규율, 이에 따른 지시와 통제만을 주 임무로 하는 교사가 있는 학교가 이들에게는 참으로 거추장스러울 따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학생들에게 소위 말하는 ‘학교부적응 학생’이라는 낙인을 찍어 학교 밖으로 내보내는 것으로 공교육은 그 역할과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을 그대로 두는 것은 공교육을 수행하는 제도권 교육의 또 다른 직무유기이다. ‘학교부적응 학생’이라는 부정적 의미가 아닌 ‘탈학교 학생’으로 보통의 아이들과는 좀 다른 기질과 환경을 가진 것으로 보고 이들에 대해 제도권 교육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

 제도적으로는 학교교육에 국가 간섭을 최소화하고 학습자의 선택과 자율을 중시여기는 교육, 학교가 좀 더 개방적이 되어서 이들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교육을 실행해 학교 밖으로 나갈려는 이를 줄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수십년 누적된 학교 교육 내용과 방법의 변화는 정치적이면서 매우 느리다. 그러니 지금 당장이 문제다.
 경북교육청은 이 학생들을 위해 학교 내 ‘대안교실’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이들이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다. 올해 60개 학교에 개설하여 시행하고 있다는데 그냥 생색만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탈학교 학생들이 줄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른 시도에서는 이들을 위해서 공립형 대안학교를 아예 별도로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으며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대안교육을 하는 특성화 중고는 전국에 64개교가 있고 공립은 13개교가 있다.
 공립은 대부분 부적응 학생을 위한 대안학교이다. 경북은 5개의 사립 대안학교가 있는데 4개는 국제교육, 생태교육중심의 학교이며 1개만 부적응 학생을 위한 고등학교이다.
 경북교육청은 이들을 위한 실질적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다. 그 중에 하나로 공립형 대안학교 설립을 검토해야 한다. 별도의 공립형 대안학교를 설립해 탈학교 학생에 대한 교육적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사실 공교육 기관이 또 다른 대안 공교육 기관을 만든다는 것은 자기 부정이며 자기모순일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의식과 생각이 다양화되어지고 있고 사회 자체는 그런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체제로 이행되고 있다. 여기에 맞추어 전체 공교육의 변화는 굼뜨기 그지없다. 
 이런 상황에서 좀 특별하고 개성 있는 아이들, 또한 가정으로부터도 유리된 아이들을 학교 안으로 끌어 들여서 그들의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선 급한 이들을 위해서 공립형 대안학교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타시도는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 경북만 언제까지 ‘명품교육’타령만 하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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