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혁명 100주년에 읽는 ‘부활’ 과 ‘닥터 지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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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혁명 100주년에 읽는 ‘부활’ 과 ‘닥터 지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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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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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수 포항대학교 교수

 혁명의 정신이 소거되고 혁명의 이미지만 소비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맞이했다. 서구적 근대화 노선과 비서구적 근대화(대안적 근대화) 노선이 대립하고 세계화와 반(反)세계화가 충돌하는 현실에서 ‘러시아 혁명 100주년’ 의미 찾기 작업이 다양한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다.
 유럽적인 것과 비유럽적인 것을 함께 내포하고 있는 러시아혁명은, 그 후에 서쪽으로도 동쪽으로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러시아혁명은 완료된 과거가 아니다. 그 이유는 그것이 사회적 불평등과 분배의 형평성 문제 등 ‘지속적인 문제제기의 장’을 제공하면서 ‘자본주의의 방부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05년 제1차 러시아혁명은 ‘총연습’으로, 1차 세계대전은 ‘일시적 연기’로, 1917년 2월 혁명은 ‘1917년 10월 혁명을 향한 필연적 첫 걸음’으로 기술하는 연대기적 차원을 넘어, 러시아 혁명 정신이 맥락화(脈絡化)되고 변용되는 차원에서 ‘러시아혁명 연구’로 나아갈 필요성이 제기된다.
 러시아 관련 4개 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러시아혁명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지구촌의 또 다른 100년’을 맞이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나가는 단초를 마련하길 고대한다.  
 필자는 ‘러시아혁명 100주년 기념 공동 학술대회’에서 ‘레프 톨스토이와 러시아혁명’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서는 톨스토이의 ‘부활’과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에 나타난 ‘주인공의 관념과 혁명가의 형상’을 매개로 해서 새로운 독법(讀法)으로 러시아 혁명의 전모를 파악하고자 했다.
 톨스토이는 이미 1881년에 러시아에서 혁명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았다. 그는 러시아에서 혁명의 불가피함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마치 도스토예프스키가 러시아에서 사회혁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하면서도 ‘불가피한 것의 불가능성’ 때문에 고민한 것처럼.
 톨스토이는 동시대의 삶과 한 세기의 새로운 삶에 개입하는 ‘부활’을 통해 당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영역의 모순과 그 모순의 발전에 대해 묘사한다. ‘러시아 혁명의 거울로서의 톨스토이’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또한 ‘부활’에서 표출한 1905년 제1차 러시아혁명에 대한 ‘예언자적’ 통찰로 인해 그의 작품과 사상은 20세기를 지나 21세기에도 그 현재적 의미를 획득한다.
 그런데 톨스토이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에 근거하지 않은 채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만을 추구하는 걸 혐오했다. 그것이야말로 단순한 권력의 재배치와 재배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혁명가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권력을 쟁취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러시아 민중을 방패와 저당물로 이용하기 시작했을 때 유혈(流血)혁명에 대한 톨스토이의 예언은 설득력을 얻게 되었고,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여기’에서도 그 예언이 여전히 유효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톨스토이의 ‘부활’과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에 나타난 ‘주인공의 관념과 혁명가의 형상’을 매개로 ‘러시아 혁명 다시 읽기’를 시도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근거한다.
 톨스토이가 ‘부활’에서 그려내는 혁명가들에 대한 객관적 시각과 앞으로 전개될 혁명의 양상에 대한 날카로운 전망은 섬뜩하리만큼 ‘예언자적’이다. 파스테르나크는 ‘닥터 지바고’에서 지바고의 관념을 매개로 ‘톨스토이의 예언자적 전망’이 러시아 혁명 전(全) 과정에서 재현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1917년 러시아 대혁명과 내전(內戰) 그리고 스탈린 시대를 온 몸으로 관통하면서 ‘러시아의 또 다른 목소리’를 대변했던 파스테르나크는 혁명기 혁명가의 실체를 드러내는 한편으로, 혁명가에게 깃든 ‘혁명의 메커니즘’까지도 표현하고자 했다. 라라가 묘사한 ‘스트렐리니코프의 형상’이 이를  대변한다.
 나아가서 이 작가는 ‘닥터 지바고’의 에필로그에서 ‘고르돈과 두도로프 소령의 대화’에 침윤된 관념을 매개로 해서 ‘혁명의 전개양상과 특질 그리고 그 시종(始終)’을 증언하기도 한다.
 우리는 ‘부활’과 ‘닥터 지바고’를 새로운 독법으로 읽으면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에 근거하지 않은 제도와 시스템은 그것이 어떠한 슬로건을 내건다 할지라도 결국 권력의 재배치와 재배열일 뿐이라는 걸 깨닫는다.
 21세기를 살아내는 우리가 동시대 사회현상과 ‘톨스토이 사상’을 역동적으로 맥락화시키면서 러시아 혁명을 재해석하는 길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일상적 삶의 세계에서 ‘악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고 ‘비폭력을 통한 평화적 봉기와 창조적 저항(의식)’을 표출하는 일이야말로 그 길로 나아가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가을, 새로운 독법으로 ‘부활’이든 ‘닥터 지바고’던 한 번 읽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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