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창작극 통해 ‘강치’ 학살 아픔 전해
  • 이경관기자
국악창작극 통해 ‘강치’ 학살 아픔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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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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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대잠홀서 ‘안녕 강치야’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어디로 간 거니 강치야. 어서 돌아오렴 강치야.”(창작곡 ‘선물같은 아이’ 중)
우리토종 바다사자인 ‘강치’와 강치의 멸종사를 통해 사라져버린 인간성을 노래하는 국악창작극 ‘안녕 강치야’가 지난 22일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공연됐다.
이날 공연장에는 강치의 멸종사를 우리의 소리와 움직임으로 표현한 ‘안녕 강치야’를 보기 위해 찾은 200여명의 관객들로 붐볐다.
국악창작그룹 ‘사이’가 제작한 이번 공연은 연극인 설해순의 원작을 이원만 포항국악협회 지부장이 각색했으며 연극인 윤주미가 연출을 맡았다.
이날 오후 7시 대잠홀을 찾아 ‘안녕 강치야’를 직접 관람했다.
19세기 초반 약 4만~5만 마리에 이르던 독도 바다사자 ‘강치’는 일제 식민치하 속 일본 어부들에 의해 학살돼 현재는 그 자취를 감췄다. 무대는 푸르른 바다로 변해있었고, 그 주변으로 바다의 주인인 바다생명체들이 우리의 소리를 연주하고 있었다.
극은 소리꾼 우소혜가 무대에 올라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 땅’을 국악버전으로 편곡한 ‘단가-독도는 우리 땅’을 부르며 시작됐다. 극은 멸종된 강치를 통해 자연을 소유하고자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판했다.
절절한 소리꾼의 울부짖음에 관객들은 어느새 극에 몰입했다. ‘풍요의 바다, 행복의 바다’에서는 독도의 바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았던 독도 강치들과 바다생물들의 행복한 삶이 무대 위 펼쳐졌다.

풍요로웠던 바다도 잠시, 독도 앞 바다에 피비릿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검은 그림자의 등장, 학살의 바다’에서는 강치 한 마리가 황소 10마리 값이라는 것을 안 일본 어부들이 어린 강치를 잡아 부모를 유인해 결국 포획해 도살한 살육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바다 속을 유유히 헤엄쳐 등장한 검은그림자와 그 그림자로 죽어간 강치들의 모습이 영상효과와 함께 극적으로 담겼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강치들의 피로 갈색 바다가 된 동해와 부모와 친구들이 죽어간 바다에서 절망한 강치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강치와 귀신고래는 살육이 없는 바다를 찾아나섰지만, 이들 앞에 놓인 바다는 무자비한 포획이 난무했다.
귀신고래가 포획될 위기에 처하자 강치는 절박하게 ‘그만하라’를 외쳤고, 강치는 스스로가 생명을 살리는 전설의 피리였음을 깨닫는다.
마지막 무대는 다시 평화를 되찾은 바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다시 동해로 돌아온 강치와 귀신고래는 우리가 잠시 빌려 쓰고 있는 바다를 깨끗하고 평화롭게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동해 아리랑’을 불렀다.
이번 공연을 제작한 국악창작그룸 ‘사이’ 김도연 대표는 “장구와, 가야금, 대금, 해금, 피리 등은 자연의 소리를 담고 있는 만큼 우리의 소리로 강치 학살이라는 아픈 역사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이번 공연으로 일본인 강치 학살에 대해 알게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주미 연출은 “‘안녕 강치야’는 독도가 우리땅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고, 독도땅이라 말한다”며 “우리는 땅도 바다도 잠시 빌려쓰고 있을 뿐이다. 이번 공연은 우리가 자연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훼손하는 대신 평화롭게 쓰고 지켜야함을 노래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김민영(31) 씨는 “미처 몰랐던 강치 학살에 대해 공연을 통해 알 수 있었다”며 “국악이 만들어낸 소리 또한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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