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죄를 부추기는 사회
  • 모용복기자
소년범죄를 부추기는 사회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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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아주 오래 전 일이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는 여러 운동부가 있었는데 어느날 한 운동부에서 사고가 터졌다. 1년 후배인 2학년 운동부원이 급우를 때려 숨지게 한 것이다. 나도 몇 번 본 적이 있는 그 후배는 또래에 비해 덩치가 큰 편이었다. 당시로서는 사람 목숨을 해치는 등의 흉악범죄가 드문 시절이라 그 사건은 꽤 센세이셔널 했다.
 한동안 지역사회와 교정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차 잊혀져갈 즈음인 어느날 그 후배가 학교에 나타났다. 해가 바뀌었으므로 몇 달이 흘렀는지 1년이 지났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사람을 죽여 놓고 어떻게 1년 만에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을까?’ 당시 나는 이러한 의문을 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세월이 한참 흘러 어른이 되기 전까지는…
 소년법 폐지논란이 뜨겁다.
 소년법 적용대상인 소년(만 19세 미만)의 범죄가 어른 뺨칠 만큼 흉포(凶暴)화 돼가고 있어 더 이상 이들의 범죄행위를 소년법으로 다루기엔 한계에 이르렀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년법은 1958년 제정됐다. 이후 네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소년법은 반사회적 성향을 지닌 소년이 비록 범법(犯法)행위를 저질렀더라도 아직 심신의 발육이 미숙한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므로 환경의 조정과 성행(性行)의 교정 등 특별조치를 통해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위의 경험담에 등장한 가해학생은 비록 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를 저질렀지만 아직 나이가 어려 교정의 여지가 충분히 있으므로 형사적 책임을 면하는 대신 소년원에서 1년간 교화과정을 거쳐 다시 학교로 복귀했다.
 가해자는 그렇게 해서 새사람이 됐다고 치자. 그러면 그에게 목숨을 잃은 어린 영혼과 그의 가족들은 어찌되는가? 가해자만 정상인으로 복귀하면 그들의 고통과 아픔도 다 끝나는 것일까? 어린 자식과 형제를 잃은 가족들의 슬픔은 누가 돌볼 것인가? 그러면 법은 과연 강자(强者)의 편인가? 약자(弱者)들을 위한 법은 진정 존재하지 않는 걸까? 폭력으로 살인(殺人)을 한 소년이 과연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가?

 미성년자 범죄는 이제 성인범죄와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도 강릉 여중생 폭행,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등 잔혹한 범죄가 연이어 발생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이들 중 일부 가해학생들은 피범벅이 된 피해학생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SNS에 올려 자신들의 폭력행위를 자랑하고 피해학생을 조롱하기까지 했다.
 최근엔 경북 영주의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이 수학여행을 간 숙소에서 장난감 화살을 갖고 친구의 눈을 실명(失明)케한 끔찍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7월에 일어난 일이다. 언론이 이 사건을 앞다퉈 보도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것은 실명이라는 부상의 심각성보다도 가해학생의 행위에 있었다. 이 가해학생은 장난감 화살에서 고무를 떼어내고 칼로 깎아 날카롭게 만든 뒤 피해학생에게 화살을 겨눴다. 피해학생은 베개로 얼굴을 가리는 등 화살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가해학생이 발사한 화살에 왼쪽 눈을 맞고 실명에 이르게 됐다. 가해학생은 상황을 확인하러 온 교사를 속이려고 화살을 부러뜨려 칼과 함께 화장실에 버리고선 “혼자 활을 갖고 놀다 다쳤다”고 태연하게 거짓말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학교는 사건 발생 뒤 가해학생을 전학조치 했으나 피해학생에 대해서는 마땅한 구제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해학생은 14살 촉법소년에 해당돼 형사처벌대상에 제외된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끔찍한 범죄행위를 저지르고도 마땅한 처벌을 받지 않고 피해학생은 평생을 실명의 굴레 속에서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법의 제1의 목적은 사회정의의 실현이다. 법이 피해자를 외면하고 가해자의 편에 선다면 그것은 더 이상 정의를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소년법이 제정된 취지는 범법행위를 한 소년의 행위가 우발적이고 피해자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소년의 교정 목적이 달성된 후에는 사회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가해자인 소년의 교정이 성공하더라도 피해자가 그것을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평생을 원한 속에서 떨며 살아간다면 그것은 사회의 안정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없다. 정의가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형법은 현재 14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으로 10~13세(촉법소년)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소년부로 송치해 봉사활동·보호관찰 등 보호처분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18세 미만인 경우는 최대 형량이 징역 15년에 불과하고 살인 같은 강력범죄도 최대형량이 징역 20년이다.
 미성년자 처벌 면제, 연령제한이 소년범죄의 흉포화를 부추기고 있지나 않은지 심각히 고민을 해봐야 할 때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면제는 국가가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충분히 했을 때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것도 피해자가 수긍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서다. 국가가 피해자 구제의무는 소홀히하면서 가해자에 대해 일방적으로 처벌을 면제할 권리가 과연 있는지 묻고 싶다. 나이를 불문(不問)하고 범죄에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따라야 함은 당연한 이치요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야말로 정의가 실현되는 공정사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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