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그린’ 의 지배자들
  • 모용복기자
‘세계 그린’ 의 지배자들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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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남달라’ 박성현이 지난주 마침내 세계 여자골프 랭킹 1위에 등극했다. 신인선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데뷔 첫해에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것은 한국의 박성현이 처음이다. 그의 별명처럼 남(他人)과 다름을 입증한 동시에 한국 여자골퍼의 위대함을 세계에 각인시킨 쾌거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여자골프는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다. 이는 최근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국회에서 박성현과 한국 여자골퍼들을 칭찬한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 연설에서 “올해 US여자오픈은 뉴저지의 트럼프 내셔널골프클럽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서 훌륭한 한국의 여성골퍼인 박성현이 우승했다”며 “한국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 대회에서 박성현이 우승한데 이어 아마추어 신분이었던 최혜진이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유소연과 허미정이 공동 3위를 하는 등 톱10 안에 한국선수가 무려 8명이나 이름을 올렸으니 그야말로 한국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골프마니아라 할지라도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아시아 순방(巡訪)에서 그것도 한국 국민과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국회 연설에서 한국 여자골프에 대해 언급한 것은 그만큼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 대통령마저 칭찬해 마지않는 태극낭자들의 골프실력은 왜 이리 강한 걸까? 요즘 외국 기자들이 박인비 등 유명 한국골퍼들만 보면 던지는 단골 질문이다.
 외신들은 경외심과 부러움, 일부는 비판적 시각으로 갖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영국 BBC는 한국 여자골프선수들이 세계골프를 지배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K-POP에 비유해 “한국은 K-POP의 나라일 뿐만 아니라 K-golf의 나라다”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유명 여성골프선수인 크리스티 커는 자국의 한 골프전문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골프 아니면 공부를 하고, 하루에 10시간씩 훈련하는 기계들”이라고 비하성 발언을 했다. 이 매체는 “미국은 운동에 재능이 있는 소녀들이 프로농구나 상금이 많은 테니스 쪽으로 진출하는 등 선택지가 넓은 반면 한국은 골프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러한 분석들은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이긴 하지만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유능한 골프선수 육성에 우리보다 돈과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고 있는 나라들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또 1990년대 말부터 박세리가 미국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국내에도 골프가 대중화되기 시작하고 선수들도 많이 배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이웃나라인 일본이나 선진국들에 비해선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크리스티 커가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이 공부 아니면 골프를 한다는 것은 더군다나 사실이 아니다.

 이와 달리 영국의 Daily Mail이 보도한 분석기사가 눈길을 끈다. 이 매체는 한국 여자골프가 강한 이유를 양궁에서 찾고 있다. 즉 양궁에서처럼 한국인들은 손의 감각이 민감해서 골프를 잘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리우올림픽 골프종목 금메달리스트인 ‘골프여제’ 박인비도 이와 유사한 견해를 피력했다. 박인비는 지난달 한 국내대회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계무대에서 한국여자선수들이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에 대해 “한국인에게 특별한 피(코리안 블러드)가 흐른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인비의 말대로 정말 한국인들에게 골프나 양궁과 같은 종목에 적합한 DNA가 존재하는 걸까?
 골프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다. 그래서 소위 ‘좀 산다’하는 사람들이 주로 즐긴다. 장비 마련과 연습장, 레슨비용이 만만찮은 까닭에 웬만해선 골프선수가 되려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굳이 말하자면 미국이나 유럽, 일본과 같은 선진국 선수들이 우리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골프를 배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부모들의 헌신이나 연습만으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인기 스포츠들에서는 왜 그렇게 안되는지 설명이 궁색해진다.
 일부 국내 전문가들도 한국 여자골프가 강한 이유에 대해 조기교육과, 부모의 헌신, 많은 연습량 등을 꼽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부모들의 헌신적 뒷바라지는 좀 유별나다. 자녀를 일류 선수로 키우기 위해 생업까지 포기하고 뛰어드는 부모들도 흔히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국가대표 시스템을 들기도 한다.
 즉 많은 혜택을 누리는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세계 최강의 기량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가대표는 골프에만 존재하는 제도가 아니다. 골프보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 국가대표 제도가 훨씬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질적인 투자나 제도에서 그 이유를 찾기 어려운 이유다.
 최근 열린 한 KLPGA대회 첫 날 경기에서 소위 ‘퍼트달인’이라 불리는 이승현은 전반 홀 내내 퍼트가 불과 몇 센티미터를 비켜가는가 하면 홀컵에 맞고 튕겨나오는 불운을 잇달아 겪으며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선두 선수는 벌써 8언더파를 쳐 이승현은 선두경쟁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비록 1라운드라고는 하나 프로선수들은 10타 이상 차이가 나면 사실상 ‘볼 장 다 본’ 것이나 다름없다.
 이승현은 직전 대회에서 챔피언 등극에 성공했기 때문에 연승에 대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터였다. 방송 해설자마저도 이러한 상황이 안타까웠던지 “저러다 언젠간 퍼트가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말하자 진행자의 말이 가관이다. “언젠간 들어가겠지만 그 땐 너무 늦지 않겠느냐”고.
 잇단 불운에도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샷을 구사하던 이승현이 마침내 후반전 들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전반전 내내 그녀를 괴롭히던 퍼팅이 후반전 들어 잇달아 성공하면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선두권 추격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만약 그가 선두와의 격차를 의식한 나머지 평정심을 잃었다면 결과가 어떠했을지는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이승현 뿐만 아니다. 올해 전관왕을 가시권에 둔 2년차 이정은, 대회 2연패 달성을 노리는 조윤지 등 대부분 한국 여자골퍼들은 추운 날씨, 난코스, 불운 등 각종 난관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홀컵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을 보면 경외심마저 든다. 어쩌면 이러한 것들이 다른 어떤 물질적인 요인보다도 태극낭자들을 세계 최고로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경을 이겨내는 힘, 위기에 처할 수록 강해지는 한국 여인들, 이것이 골프여제가 말한 ‘코리안 블러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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