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구제역 막을 수의직 공무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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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구제역 막을 수의직 공무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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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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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경북 도내 지자체들에 수의직(獸醫職) 공무원이 부족해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동물 전염병 방역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의직 공무원 부족이 다름아닌 지원자가 없어 빚어진 현상이라니 놀랄 일이다.
 장기불황으로 인한 취업난과 대량 실직(失職)사태로 너도나도 공무원이 되려고 줄을 서는 판국에 가축의 병을 고치는 수의직 공무원을 하려는 수의사들이 없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왜 이러한 현상이 빚어진 것인지 이해가 간다.
 경북 23개 시·군은 올해 상·하반기에 수의직 공무원 64명을 채용할 계획을 세웠지만 46명 밖에 뽑지 못했다.
 이유는 지원자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안동·군위·의성·청송·영양·성주·예천·울진 등 8개 시·군에는 지원한 수의사가 한 명도 없었다.
 현재 도내 23개 시·군을 통틀어 수의직 공무원 수가 48명 뿐이다. 특히 청송·영양·울릉은 전무(全無)이고 의성·봉화·영덕·성주는 달랑 1명 뿐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규정에 의하면 시·군에 상시 방역을 담당하는 수의직 공무원을 최소 2명 이상 둬야 하지만 지원하는 수의사가 없다 보니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지자체가 태반이 넘는다.
 수의사들이 수의직 공무원을 기피하는 이유는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승진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수의직 공무원들은 적은 인원으로 많은 업무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더군다나 AI나 구제역 등 가축질병이 발생하게 되면 업무가 폭증한다.
 교대 인력조차 부족해 주말·휴일도 없이 근무하는 것은 물론이고 밤샘근무와 쪽잠을 자면서까지 사태가 끝날 때까지 비상근무을 해야 한다.
 지난 6월 AI가 발생한 포천에서 한 수의직 공무원이 격무로 사망한 사건은 수의직 공무원들의 열악한 근무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지난해 12월 성주에서 AI 방역활동에 동원된 일반직 공무원이 격무로 순직한 것에서도 가축 전염병 차단 방역작업이 얼마나 힘든 일인 지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격무에 시달리는 수의직 공무원들의 근무상황을 개선하지 않고선 지원 기피 악순환을 막을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오죽했으면 오늘날과 같은 취업대란 시대에 소위 ‘철밥통’이라고까지 일컫는 공무원을 하려들지 않겠는가.
 수의직 공무원 기피는 단순히 가축질병을 관리하는 공무원 부족을 넘어 연례행사처럼 매년 되풀이 되는 가축 전염병 발생을 차단하는 보루(堡壘)가 무너진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
 수년 전 경북은 구제역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와 혼란을 겪었다. 올해도 전국적으로 AI가 발생해 사상초유의 계란 수입사태를 빚기도 했다.
 가축 전염병은 한 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없이 확산되고 피해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다. 그래서 초기에 선제대응을 통해 확산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방역업무를 담당할 가축방역관 등 인력확보가 필수다.
 그런데 이렇게 매년 발생하는 가축전염병을 막을 공무원이 없다는 것은 전쟁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도 방비할 병사(兵士)가 없는 것이요, 도둑이 들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문을 활짝 열어놓는 것과 마찬가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방역관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수의직 공무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승진기회를 틔워줄 특단의 대책마련이 선행돼야함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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