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진 안전지대였던 적 없었다
  • 모용복기자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였던 적 없었다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3월 봄에 경도(경주)에 지진이 나서 백성들의 집이 무너지고 죽은 사람이 100명이 넘었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서기 779년 통일신라시대 혜공왕 15년에 일어난 지진에 대한 기록이다.
 문헌에 기록된 역사 속 다른 지진과는 달리 사망자 수가 밝혀져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사망자가 100명이 넘을 만큼 지진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짐작된다.
 혜공왕 때 발생한 이 지진은 전문가들마다 조금씩 견해가 다르지만 대개 리히터 규모 7.0에서부터 9.0까지 보는 학자들도 있다. 대체로 7.0 이상 규모로 보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만약 이 정도 크기의 지진이 지금 일어난다면 어느 정도 피해가 발생할까?
 지난 15일 포항지역에 규모 5.4 지진이 일어났다. 9·12 경주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 지진이다.
 이로 인한 부상자 수는 80여명에 달하며 이재민은 1300여명이 넘는다. 피해액도 500억원이 웃돌 전망이다.
 19일 기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지진 피해를 본 민간 시설은 2165곳으로, 이 중 주택이 1988채에 달했다.
 지붕이 파손된 경우가 1789채로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전파(全破) 판정이 난 주택이 52채, 반파(半破) 주택은 157채인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지진피해 민간 시설은 상가 90곳, 공장 77곳으로 파악됐다. 시간이 갈수록  피해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이에 앞서 1년 여 전인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는 5.8 규모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는 1978년 기상청이 계기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지진은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600여회 이상 여진(餘震)이 계속되고 있다.
 경주지진은 규모에 비해 피해는 비교적 적은 편이었는데 그 이유는 진원(震源)이 지하 13km지점 땅속 깊은 곳에서 시작되다 보니 지표면으로 전달되는 지진의 에너지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신라 혜공왕 때 발생한 지진으로 돌아가 보자.

 지진이 일어날 당시 경주의 민가(民家)들은 대부분 단층 구조로 된 집이었을 것이다. 단층집은 전파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전파된다 할지라도 피해가 그리 크지 않다. 이번 포항지진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많이 입은 곳이 전파판정을 받은 대성아파트, 원룸 등의 공동주택인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사망자는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포항지진과 비교해 볼 때 1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혜공왕 때 지진은 규모가 상당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최하한선인 리히터 규모 7.0 지진만 발생한다해도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 될 것이다.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인명과 재산 피해가 우려된다.
 지난해 서울시립대 김형준 교수가 국민안전처에 제출한 ‘지진재해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예측 모델 개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에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한다면 서울에서만 사망자가 275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손실은 무려 2848조에 달했다.
 규모 6.5 지진일 때도 사망자가 1만명이 훌쩍 넘었다.
 지진에 취약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잘 말해주는 연구결과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지진에 무방비 국가다. 대부분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이 6.0~6.5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규모 7.0 지진에는 견디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그것도 이러한 기준에 의해 내진설계로 건축된 건물도 20%에 불과하며 나머지 80%는 아예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포항지진에 인근 원전(原電)들은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가동중인 24기 중 지난해 상업발전에 들어간 신고리 3호기만 규모 7.0에 견딜 수 있을 뿐 나머지 23기는 6.5 수준까지만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 돼 있다. 원전이 그 특성상 일반 건축물에 비해 내진설계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므로 지진에 견디는 힘이 강하게 건설하지만 유사시 발생할 피해 규모를 생각하면 하루 속히 안전보강을 서둘러야 한다. 아무리 튼튼하게 지어진 건물도 충격이 누적되면 구조물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으므로 잇단 지진과 여진으로 충격을 흡수한 구조물이 6.5 수준의 지진에 견딘다는 보장을 결코 할 수 없다.
 한반도는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우리는 지진 안전지대라 믿으며 착각 속에서 살아왔다.
 삼국시대 뿐만 아니라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도 크고 작은 지진이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지진 발생 횟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은 2015년보다 6배나 증가했다. 올해도 포항지진과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반도가 지진의 활성기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동안 잠복 중이었던 지진의 응력(應力)이 여러 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힘을 발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 발 아래서 꿈틀거리는 괴물이 우리를 삼키려 들기 전에 미리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