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무게-이국종과 김종대, 그리고 언론
  • 모용복기자
말의 무게-이국종과 김종대, 그리고 언론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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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언제부턴가 우리사회에는 남의 공적(功績)이나 업적(業績)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보다 깎아내리려고 하는 풍조가 팽배해 있는 것 같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일이 발생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펼치는데 누구나 읽어도 괜찮은 내용들이 있는가 하면 입에 담지도 못할 상스러운 표현을 써가며 어떻게 하면 당사자를 곤란하게 만들까 혈안인 사람들도 많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의견을 마음대로 개진할 수 있는 SNS의 익명(匿名)적 특성으로 인해 도를 넘은 주장이나 마음을 상하게 하는 표현들이 난무하는 바람에 당사자들이 크게 상처를 받거나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SNS 뿐만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여(與)와 야(野)를 막론하고 우선 상대를 ‘헐뜯고 보자’는 식으로 다른 당(黨) 정책을 마구 난도질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일탈’에 대해서도 사사건건 물고늘어지는 ‘소인배 정치’를 일삼고 있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 불러올 파급력은 일반인에 비할 바가 못된다. 따라서 매사에 사리분별을 잘 따져 언행을 행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종종 일어나곤 한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이국종 아주대 교수를 향해 가한 ‘메스’도 그러한 경우다. 김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이 교수가 자신이 치료 중인 북한군 귀순병사의 치료내용을 상세히 공개해 귀순병사가 ‘인격테러’를 당했다고 비판을 하는 한편 해당병사에 대한 과도한 정보공개로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일반국민은 물론 의료계까지 나서 성토가 빗발치자 김 의원이 마침내 고개를 숙였다. 지난 23일 정의당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환자 치료에 전념해야 할 의사가 저로 인한 공방에서 마음의 부담을 졌다면 이에 대해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한 이 교수를 직접 찾아가 오해를 풀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의원이 이 교수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신이 밝힌 바대로 일정 부분 오해로 인해 논란이 확산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는 정의당 내에서 소위 군사 전문가로 통한다. 현재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원내 대변인을 겸하고 있다. 그래서 군사적인 문제나 정치현안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그것도 북한과 관련한 민감한 사안에 대해 국회의원인 그의 언행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 것인지 조금만 사려 깊게 생각했으면 지금의 논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언론이 이 교수와 김 의원의 대립으로 몰아간 측면이 있다며 논란의 화살을 언론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지만 정치와 언론이 ‘필요 惡’의 관계인 점을 감안하면 온전히 언론에 책임을 전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정치인이 언론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정견(政見)이나 주장을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알릴 방법은 없다. 언론은 이렇게 중요한 홍보수단임과 동시에 때때로 비수(匕首)가 돼 돌아오기도 한다.
 언론은 부정부패를 먹고 자라는 나무와도 같다. ‘사건이 있는 곳에 기사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 부조리를 들춰내 국민들에게 알리고 사회적인 공분(公憤)을 불러일으킨다면 대성공인 셈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인이나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한 때 동지였던 유명인들이 희생양이 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것이 언론의 생존방식다. 그러니 언론을 탓하기 전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말이나 글을 함부로 내뱉거나 쓰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말은 ‘아’가 다르고 ‘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국종 교수가 예전에 한 방송에 나와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구출된 석해균 선장 치료에 성공한 후 ‘아덴만의 영웅’으로 세간에서 칭송받는 데 대해 “본인은 환자 한 사람을 치료했을 뿐 영웅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지만 그는 이번 북한군 귀순병사 치료를 통해 본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확실히 국민적 영웅으로 거듭났다.
 이 교수가 브리핑에서 중증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토로한 이후 권역외상센터 지원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오른 지 일주일 여 만에 21만 명을 넘어섰으며 언론에서도 이 교수의 과거 발언과 행적을 재조명하는가 하면 연구실 내 좁은 침실, 오래된 가전·가구 등 열악한 생활상 공개를 통해 참다운 의사로서 ‘영웅 이국종’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외신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터는 지난 22일 북한 귀순병사 치료를 맡은 이 교수를 한국의 ‘맥드리미(Mcdreamy)’라고 소개했다. ‘맥드리미’는 ‘꿈에서나 만날 수 있는 왕자님’이란 뜻으로 미국 의학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닥터 셰퍼드의 애칭이다.
 이 교수가 언론 브리핑에서 “그래서 저희는 말이 말을 낳고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지를 못하면서 말의 잔치가 돼버리는 그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그걸 헤쳐 나갈 힘이 없습니다”며 연일 쏟아지는 언론보도에 피로감을 호소했지만 모든 언론들이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물고 늘어지고 남을 일이었겠지만.
 의사로서 이 교수의 행적은 요즘 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참의료인의 모습으로서 우리에게 신선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도 지나치리만큼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이 교수 관련 언론보도에 크게 거부감을 갖지 않고 있다. 언론이 앞장서고 국민이 뒤따르는 ‘이국종 영웅 만들기’에 어쩌면 김종대 의원은 희생양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의료계를 위시해 많은 국민들이 그가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속 정당마저 설화(舌禍)의 회오리에 휘청대는 형국이다.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해도 이 판국에 그의 페이스북 내용을 찬찬히 되새김질할 국민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가 조금만 신중하고 사려 깊었더라도 지금과 같은 난국은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 번 내게서 떠난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말의 무게를 다시 한 번 생각케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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