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大義) 실종된 대의(代議)정치
  • 모용복기자
대의(大義) 실종된 대의(代議)정치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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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2년여 전, 당시 새천년민주연합 의원이었던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모식에서 장남인 노건호 씨가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작심발언을 한 것을 두고 “전쟁 중이라도 적장(敵將)이 조문을 오면 예의를 표하는 것이 상식이고 예의”라며 비판했다.
 노건호 씨는 추도사에서 “이 자리에는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오셨다. 전직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며 선거판에서 피 토하듯 읽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하셨다”며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것도 모자라 선거에 이기려고 국가가 기밀문서를 뜯어서 읊어대고 국정원을 동원해 종북몰이 해대다가 아무 말 없이 언론에 흘리고 불쑥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를 뵈는 것 같다”고 김 대표에 대해 비난성 발언을 했다.
 노 씨가 정치권 일각에서 고인이 된 부친의 과거사를 들춰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상황에 대해 심기가 불편했을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추모식에까지 참석한 김 대표를 면박(面駁)한 것은 분명 도리에 어긋난 행위다.
 그런 까닭에 당시 야당의원으로서 거침없는 소신발언을 해왔던 조경태 의원의 비판은 옳은 지적이라 할 수 있다.
 조 의원은 이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정서상 조문하러 온 분들에게 욕설을 한다든지 물세례를 한다든지 면박을 준다면 과연 국민들께서는 누구 편을 들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문 대표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사태의 심각성을 조금 더 깨달았으면 좋겠다”며 자당(自黨) 대표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노건호 씨가 한 때의 분(憤)을 참지 못하고 비판발언을 쏟아낸 것은 아마 그가 정치인이 아닌 일반인의 신분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의 장남으로서 그의 발언이 미치는 충격파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볼 때 사려 깊지 못한 처사라 하겠다.
 그런데 최근 정치인 중에서 그것도 3선의 중진 국회의원이 이보다 더한 막말성 발언을 하고 있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대구 출신 국회의원인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다.
 조 의원은 지난 11일과 12일 연이어 열린 TV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수 차례나 ‘문재인 씨’라고 호칭을 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조 의원은 사회자가 “대통령의 호칭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지만 “대통령으로서 잘해야지 대통령으로 부르죠”라고 맞서며 발언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또 “흥진호가 나포 당했다는 사실을 대통령이 모르고 야구 시구를 하러 갔다. 알고 갔다면 탄핵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조 의원 입장에서 본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감옥으로 보낸 촛불시위나 그로 말미암아 권좌(權座)에 오른 문 대통령이 고깝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정당한 헌법절차에 의해 그것도 4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된 현 대통령에 대해 마치 대통령으로서 인정 못한다는 식의 발언을 공식석상에서 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바람직한 일이 될 수 없다. 그것도 그가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또한 그의 발언은 논리적으로 너무나 허술하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국정 운영을 잘 못해 대통령으로 부를 수 없다면 그가 그토록 추종해 마지않는 박 전 대통령은 국정 운영을 잘해서 탄핵이 돼 영어(囹圄)의 몸이 된 지금까지도 꼬박꼬박 ‘대통령님’이라고 부른단 말인가. 그의 눈에는 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지지를 보내는 70%가 넘는 국민이 안 보이는지 묻고 싶다. 아니 안 보이는 게 아니라 애써 외면하고 싶을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세심히 살펴 그것이 국정에 반영되도록 전력투구를 할 때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것이 대의민주주의의 요체(要諦)요 국회와 국회의원들이 존재하는 이유다.
 만약 정치인이 사심(私心)을 갖고 선동정치를 일삼는다면 그는 한낱 정치꾼에 불과하다. 이는 그의 품위를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그를 정치인으로 일하게 만들어준 유권자 또한 욕보이는 행위이다. 이러한 정치인에게 미래란 없다.
 지난주 자유한국당 새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김성태 의원은 당선 일성에서 “문 정부와 여당에 맞서는 전사(戰士)가 되겠다”며 강력한 대여(對與) 투쟁의지를 불태웠다. 아마 자당(自黨) 의원들에게는 든든하고 믿음직한 리더의 발언으로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제1야당의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자마자 싸움부터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 할 뿐이다. 정당이 아무리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한다지만 야당 대표들이 새로 선출될 때마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투쟁부터 들고 나와 마구 휘두른다면 우리 정치판엔 그야말로 정쟁(政爭)만 난무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같은 야당인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의 말이 걸작이다. 하 의원은 당선축하 덕담에 이어 김 원내대표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제 야당도 묻지마 ‘발목야당’에서 대승적 ‘손목야당’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정치는 바람직한 정치가 아니다. 정치인들이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더 나은 정책과 법안을 만들어 민생(民生)을 윤택하게 하고 나라의 안녕을 위해 경쟁하는 모습을 국민은 보고 싶은 것이다.
 도를 넘은 막말, 선동정치가 사라지고 정치인들이 품위와 격조 있는 자세로 국민 앞에 임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호가 선진 민주국가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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