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화국… 지방이 죽어간다
  • 모용복기자
수도권 공화국… 지방이 죽어간다
  • 모용복기자
  • 승인 201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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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馬)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듯이 예나 지금이나 잘 살고 출세하기 위해선 서울로 가야하는가 보다. 하지만 요즘은 말도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야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수도권 공화국’이라 부를 만하다.
 지금까지 위정자(爲政者)들이 정권을 손에 거머쥐면 맨 먼저 ‘지역균형 발전’을 외쳐댔지만 오히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니 그것이 다 허울 뿐이었음을 지표가 증명해 주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경제총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체와 일자리 수도권 집중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5년 기준 전국의 사업체 수는 총 387만4000개이며 이 중 경기도가 82만8000개, 서울이 82만1000개로 두 지역이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수의 절반에 육박하는 42.6%를 차지했다. 3위인 부산은 27만9000개로 7.2%에 불과했다. 종사자 수 역시 전체 2088만9000명 중 서울이 510만9000명, 경기가 465만명으로 46.8%를 차지했다. 5년 전인 2010년과 비교해 사업체와 종사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은 경기이며 다음으로 서울이었다.
 MB정부와 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수도권 집중화가 더욱 심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참여정부 이래로 현 정부까지 국토균형발전은 정권의 최대 화두 중 하나로 끊임없이 정책이 마련되고 실행됐지만 오히려 수도권만 비대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통계청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대구의 자영업자 수가 전국 최고로 높다는 것이다. 대구의 자영업자 비중은 19.3%로서 전국 평균 15.0%를 훨씬 웃돈다. 대구 다음으로 강원, 제주, 전북 등 도 단위 지역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대도시인 대구가 자영업자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대구지역에 그만큼 규모가 큰 기업체가 적다는 것을 말해주는 반증(反證)이다.
 서울이 전국 평균을 훨씬 밑도는 12.5%로서 자영업자 비중이 가장 낮은 것만 봐도 대구와 서울이 처한 경제환경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자영업 비중은 경제건전성의 바로미터다. 자영업자가 많다는 것은 취업으로 임금을 받고 일할 기업체가 없거나 실직(失職)으로 일자리를 잃고 생업을 위해 창업전선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창업환경이 그리 만만찮다는 데 있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올해 8월 기준으로 자영업자 10명중 7명이 ‘나 홀로 사장’이다. 세계 주요국 가운데 네번째로 많다. ‘나 홀로 사장’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로서 2년 전보다 10여만명이 늘어났는데 반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3만여명이 줄어들었다.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고용원이 없는 ‘나홀로 사장’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것은 고용환경의 질이 그만큼 악화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자영업 시장의 질도 문제다.

 최근 2년 내 자영업을 시작한 10명 중 3명은 창업 종잣돈이 500만원 채 되지 않은 영세 사업자로 조사됐다.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실업자들이 생계를 위해 무리하게 자영업에 뛰어들다 보니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했을 뿐더러 사업자금도 부족해 수익은 고사하고 임차료와 대출이자도 감당하지 못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세청에 자료를 보면 2015년 한 해 동안 대구지역에서는 3만4877명의 자영업자가 문을 닫았으며 이 중 36.7%는 채 2년을 버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창업과 폐업의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구 250만명의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큰 대도시인 대구경제의 슬픈 현주소다. 이는 지방의 다른 대도시나 중소 도시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규모 사업체와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면 지방의 경제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도권 과밀화 현상으로 인한 폐해는 벌써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이미 1960년대부터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와 분산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근래 들어서는 서울과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공기업 등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속속 이전시켰으나 자녀교육을 비롯한 직원들의 생활권은 여전히 수도권에 머물고 있어 지역발전을 위한 순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다.
 지방을 살리는 길은 지방분권(Regionalization) 뿐이다. 지방분권을 통해 지역특성과 실정에 맞는 발전전략을 추진해 경제적 자립을 실현할 때 가속화되는 지방 도시들의 소멸을 멈추게 할 수가 있다. 오늘날 독일·미국 등 대부분 선진국들이 지방분권을 통해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도 이제 지방분권을 할 때가 됐다. 지난 5월 대통령선거에서 주요 대선후보 5명이 모두 지방분권을 공약으로 내걸고 헌법 개정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제 선거가 끝나고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해서 정치적 유불리(有不利)를 따져 주판(珠板)을 두드리며 곁눈질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방화는 개인이나 일부 정치집단의 이해를 넘어선, 수도권과 지방을 모두 살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하나의 자재가 모여 건물이 만들어지듯이 자재가 아깝다고 쓰지 않으면 큰집을 지을 수 없다. 한줌도 안 되는 욕심을 내려놓아야 국가 백년지대계(國家百年之計)의 큰일도 이룰 수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모든 정치권이 계산기를 내던지고 반드시 지방분권 개헌 국민투표를 성사시켜 지방화가 첫발을 뗄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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