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 이진수기자
청탁금지법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 이진수기자
  • 승인 2017.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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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이진수기자]  법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탄생했다.
 단순한 몇 개의 법에서부터 시작된 법이 이제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졌다. 사회의 발전과 함께 법도 진화해온 것이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우리나라도 수많은 법들이 생성, 존속되고 있으며 일부는 소멸돼 왔다. 그 많은 법 가운데 국민들의 관심과 논란이 가장 뜨거운 법은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하 청탁금지법)일 것이다.
 청탁금지법이 최근 또 한번 논란이 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1일 청탁금지법이 허용하는 선물비의 상한액을 농축수산물에 한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고 경조사비는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추는 개정안을 가결했다. 음식물·선물·경조사비의 상한액을 정한 이른바 ‘3·5·10 규정’을 ‘3·5·5+농축수산물 선물비 10만원’으로 조정한 것이다.
 불과 1년 2개월 만의 법 개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것도 국민 90% 정도가 지지하는 상태에서 말이다.
 한국은 아직도 ‘청렴사회’와는 거리가 먼 ‘부패사회’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악법이거나 비현실적인 법은 고쳐야 한다. 하지만 이를 핑계로 법 자체를 후퇴시켜서는 안된다. 
 이번 개정은 농수축산업계의 입장을 고려한 면도 있지만 이면에는 이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입김이 상당했다.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자는 공직자 및 사립교육기관, 언론인과 그 배우자들로 약 400만명에 해당된다.
 이 법은 2012년 8월 원안이 발표됐으나 정치권 등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부딪치는 등 수년간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히 핵심인 ‘이해충돌 방지’조항이 약싹빠른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통째로 삭제되면서 청탁금지법은 반쪽 법안으로 전락했다.
 이번에는 농축수산물 선물비를 두배로 상향 조정됐다. 결국 청탁금지법이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는 등 갈수록 ‘누더기 법’이 되고 있다.
 농수축산업계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다. 다만 선물비 상향으로 이들 업계의 경기가 좋아지길 기대하는 것은 동족방뇨(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
 이는 농업개혁 및 유통개혁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또 관련 업계의 소득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더욱이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미풍양속’ 또는 ‘선물’이라는 미명하에 공직자 및 정치인들이 주변인들로부터 뇌물성 접대를 받아도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지 궁금하다. 자신이 먹고, 구입하는 것은 자신의 주머니로 해결하면 된다.
 2015년 세계 168개국을 대상으로 한 부패인식지수에서 덴마크가 100점 만점에 91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로 꼽혔다. 핀란드, 스웨덴이 다음을 차지했으며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8위(85점), 일본과 홍콩은 75점으로 공동 18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56점을 받아 37위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에서는 27위로 거의 꼴찌 수준이다. 또 OECD 평균인 69.9점에도 한참 모자란다.
 한국은 공무원과 정치인, 기업인들로 연결된 공공부문과 사회 지도층의 부패가 심각하다. 오죽했으면 이탈리아의 범죄조직인 마피아에 빗대어 우리나라에서는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관피아’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을까.
 여기에 법피아(법조+마피아), 핵피아(원전+마피아),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 교피아(교육+마피아), 군피아(군대+마피아) 등 다양한 관피아가 있다.
 ‘공직자 선물 수수 금지’규정에 있어 미국은 1회 20달러(약 2만원)을 초과한 선물 수수를 금지한다. 일본, 독일, 영국 등도 평균 3~5만원이다. 하나같이 선진국들이다.
 이번 청탁금지법 개정에 식사비만 현행 3만원으로 유지되자 외식업계가 형평성을 놓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되면 어떤 법이 시행되어도 약간의 논란만 있으면 후퇴하는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우리 사회의 또다른 논란과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법 같지 않는 법이 됐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사수 및 강화를 위한 시민연대는 18일 “적폐청산을 외치는 문재인 정부가 김영란법 (시행령) 개악을 시도하는 점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특정 집단의 로비에 휘둘려 부패방지법을 만신창이로 만들려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치고 망하지 않는 예가 없었다.
 한국도 부패가 상당하다. 이같은 부패의 근원을 없애기 위한 것이 청탁금지법이다.
 그러나 이 법을 둘려싼 논란과 당초 취지보다 많이 퇴색된 것을 보면 한국에 부패없는 청렴사회는 이리도 요원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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