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공무원과 시의원의 평범한 얘기
  • 이창재기자
대구의 한 공무원과 시의원의 평범한 얘기
  • 이창재기자
  • 승인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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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재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이창재기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시 한 공무원과 한 대구시의원의 묵묵한 뚜벅이 행보에 얽힌 얘기다.
 올 지방선거 출마 후보의 감동적인 스토리면 단번에 눈길을 끌겠지만 단순히 자신이 맡은 일만 열심히 해온 지극히 평범한 얘기라 큰 이목을 끌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면에는 짠한 뭔가가 여운이 남는다.
 한 공무원은 대구시에서 소통국장으로 통하는 김석동 대구시의회 의정담당관이고 시의원은 초선 비례, 배창규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이다.
 시 국장급인 김석동 의정담당관은 내년이면 공로연수로 퇴직을 앞두고 있다.
 그의 공직생활은 올해로 38년째다. 지난 38년은 한편의 드라마다.
 그의 어린시절은 하루 세끼 중 한끼는 죽으로 떼울 정도로 흰쌀밥을 먹어보는게 꿈이었다. 가난 속에 입학금이 없어 일주일 늦게 중학교에 들어간 그는 중 3때 학비때문에 스스로 자퇴한다. 이후 숙식제공의 월 6000원을 받고 연사공장에 취직했고 밤이면 어머니가 보고싶어 저녁마다 눈물을 훔쳐야 하는 사춘기 나날도 보냈다.
 4개월만에 퇴직했고 농사도 지어봤다. 17살에는 전기모터회사에 취직했고 이듬해인 18살에는 가내수공업 수준의 개인 철공소에 들어가 불을 지졌다. 최고 36시간 연장 노동으로 성실성을 알아본 당시 경북대 중퇴 사장을 만난 것은 그의 인생의 전환기였다. 주경야독의 검정고시를 종용했던 사장의 뜻에 희망을 찾은 것이다.
 그는 하루 4~5시간의 잠속에 일·공부를 병행했고 수면부족으로 선반작업과 용접 불꽃에 온몸의 상처는 일상사였다. 불과 1년만에 중졸 고졸의 검정고시를 패스했고 마침내 1980년 공무원에 입문했다.
 첫 공무원시절은 검정고시 출신의 악필로 번번히 상급자로부터 퇴짜를 맞기 일쑤였고 학연·지연·혈연이 없는 삼무공무원의 비애를 톡톡히 맛봤다. 조직의 필연적인 인맥부실로 힘없는 부서를 전전하며 한 직급 승진에 평균 7년이 걸리는 거북이 승진도 거듭했다.

 하지만 고진감래 그는 일주일 중 5일씩 숙직을 자청했고 고속도로 정비사업과 관련, 혼자 달빛을 보며 고속도로변 연탄재를 정리하는 등 궂은 일로 정면승부했다.
 궁금하거나 모르는 건 못참는 성격탓에 주위와의 소통에도 매달렸다.
 현재 SNS 1만여명을 통한 인적 네크워크가 형성된 것도 소통집념 때문이었고 이는 곧바로 시의 정책과도 연결됐다. 전국 최초의 금모으기 운동과 희망 나눔캠페인·소통시장실·시의회의 대구바로알기 투어, 2·28 민주운동 기념회관 건립 등 대구 정체성 확립 근간 정책들은 대부분 그의 손에서 나왔다.
 ‘10분이 변하면 인생이 변한다’고 늘 얘기하는 그는 집에서는 ‘워커홀릭 아버지’로 빵점이지만 오늘도 대구시정 A/S 센터 심부름꾼으로 남길 바라고 있다.
 초선 시의원 배창규 교육위원장은 김 국장과 또 다른 얘기다. 한마디로 욕심이 없는 그다.
 올해 50대에 갓들어선 그는 한나라당, 새누리당, 한국당을 거치면서 대구시당 대변인만 4번을 거칠 정도로 당의 심부름꾼으로 대구 미래를 거머쥘 수 있는 선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초선 4년여 의정활동을 교육위에서 보냈다.
 각급 학교 교실 환경을 놓고 교육청과 잦은 실랑이를 벌였고 책상에 못 하나만 튀어 나와도 학생들 안전을 얘기할 정도로 꼼꼼하고 세심한 교육정책통이다.
 앞날이 창창한 지역 일꾼인 그가 올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구석진 곳에서 소리없이 흘리는 시민의 눈물 한방울 한방울까지 함께 아파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냈고 이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러준다는게 이유다. 대부분의 시의원들이 자신의 체급을 올리며 지방선거에 올인하는 것과는 사뭇 대조된다.
 어려움 속에서도 나름의 철학을 만들고 쉼없는 노력과 자기 계발에 힘쓴 공무원과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시의원, 이들의 평범한 얘기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뭔가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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