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 방식이 문제다
  • 손경호기자
적폐 청산 방식이 문제다
  • 손경호기자
  • 승인 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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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경북도민일보 = 손경호기자]  대한민국의 화두는 새해에도 여전히 적폐(積弊) 청산이다. 적폐는 말 그대로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 등의 폐단을 말한다.
 지난 보수정권에서 진행됐던 수많은 일들 가운데 상당수가 적폐 청산 대상이 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 합의된 한일 위안부 문제도 대표적인 적폐 사례로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가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잘못된 매듭은 풀어야 한다. 진실을 외면한 자리에서 길을 낼 수는 없다”면서 “정부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 간에 공식적인 합의를 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재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면서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을 나랏돈으로 채우겠다는 것 외에는 재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정부가 양국 공식합의를 내세워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파기다.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적폐’인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계승하겠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말이다.
 이에 따라 기대가 컸던 만큼 국민들의 실망도 클 수 밖에 없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을 배제하고 국가가 일방적으로 협상한 합의였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잘못된 방식이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문재인 정부의 위안부 합의 재협상 불가 입장도 피해자 중심의 해결 원칙이 보이지 않는 일방적인 발표라는 점에서 유감이다.
 이 같은 정부의 어정쩡한 입장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불만이 쏟아졌다.

 국민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11일 논평을 통해 “위안부 합의 잘못됐다면 일(日)에 돈 돌려주고 전면 재협상하는게 맞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성격조차 애매모호한 10억엔 돌려주지도 못하고, 협상파기 및 재협상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놓을 거였으면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서 그 난리를 쳐왔던 것인가”라며 “국민은 집권 2년차에 접어든 현 정부가 전 정부의 잘못 지적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김광수 의원도 앞선 논평을 통해 “촛불혁명으로 적폐청산을 외치는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적폐합의’를 계승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대일관계, 공식합의 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최선의 방법이라는 궁색한 변명보다는 원칙에 입각해 역사를 바로세우라고 조언했다. 이게 장기적인 한일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적폐 청산을 일부 야당에서는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전 정부가 추진한 일이면 무조건 적폐로 몰아간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전 정부의 명백한 잘못을 그냥 넘어간다면 그것도 적폐다.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 정부가 잘못 단추를 끼운 위안부 합의가 적폐로 드러났으면 파기 또는 재협상에 나서는게 정부의 임무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이도저도 아닌 미봉책으로 봉합하려고 한다면 적폐 계승이 될 뿐이다.
 물론 정부가 상대가 있는 외교라는 현실적 문제를 내세울 수 있다. 그렇다면 현 정부의 적폐 청산 접근방식을 재고해봐야 한다.
 온갖 TF를 만들어 온 동네방네 브리핑하며 요란스럽게 떠들어댄 뒤, 해결하기 어려우니 그냥 두자는 것은 전형적인 아마추어 행태일뿐이다.
 적폐 청산이 문제가 아니라, 적폐청산 방식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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